박사 때 바이러스 연구에 손을 잠시 담가서 그런지,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꾸준히 관심이 있다. 특히 인플루엔자는 (나름 논문도 한 편 있는데)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_= 기회가 될 때마다 관련 논문을 살펴 본다. 이번에 <구조생물학의 동향>에 관련 논문이 올라와서 초록과 서론을 번역한다.

인플루엔자 A 특이성에 관한 통찰: 패러다임의 진화

초록
인플루엔자 수용체가 갖고 있는 특이성을 분자 레벨에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이는 결합 세기를 정량적으로 측정한 데이터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글라이칸 배열칩 데이터가 애초에 정성적이고 가변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바이러스의 글라이코실화 과정이 미치는 다양한 영향과, 글라이칸 배열칩에 올릴 수 있는 생물학적으로 의미있는 수용체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다는 것 또한 연구의 장애물이 된다. 이 글에서는 수용체의 구조적 성질을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며, 결론으로서 구조 엔트로피가 특이성을 정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한 가지 최근에 보고된 예로써, Siaα2-6Gal 서열로 끝나며, 헤마글루티닌 삼분자체(hemagglutinin trimer)의 결합 부위 두 군데와 두 자리 상호작용(bidentate interaction)을 형성하는 이중 안테나 구조의 수용체들의 능력이 그렇다. 두 자리 상호작용으로부터 Siaα2-6 수용체가 인간 전염성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과 결합했을 때 열린 우산 구조를 갖는다는 관찰 결과를 설명할 수 있으며, 이 관점으로부터 바이러스의 결합 능력과 세포 조직에 대한 친화성을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서론
야생 새들은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의 1차적인 자연 상태 저장소이며[1], 5천만 명 가량을 죽인 1918년 스페인 독감 대유행[2]은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자발적 변이로 인간-인간 전염성을 획득한 결과라고 여겨지고 있다[3, 4]. 동물 매개 감염 독감이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5], 이 경우 감염된 동물과 직접 접촉해야만 한다[6]. 대유행을 불러오는 그 다음 특성인 인간-인간 전염성은 바이러스가 추가로 유전적 변이를 획득해야만 얻을 수 있다[5, 6]. Reperant et al. [5]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동물 매개 감염 바이러스가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으려면 세 가지의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동물-인간 전염성, 바이러스-세포 상호작용, 그리고 인간-인간 전염성이 그들이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독감 유행은, 인간-인간 전염성을 획득했으며, 충분한 변이를 거쳐서 인간 개체군 내에 이미 존재하는 면역 시스템을 피할 수 있을 만한 바이러스 계통들이 서로 돌아가며 일으킨다[7].

스페인 독감과는 대조적으로, 2009년의 조류 독감 대유행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지나갔다[8].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독감이 퍼져나가는 빠른 속도로 인해 세계 보건 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9]. 첫 사례가 발생한지 6주 안에 조류 독감은 70개 이상의 나라로 퍼져 나갔고[10], 새로운 백신이 개발될 필요가 있었다. H5N1과 같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PAI; 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의 경우, 인간 적응 문제가 특별한 우려점이었다. 비록 자주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조류 H5N1에 감염된 인간의 사례가 16개국에서 보고되었으며, 약 60%의 사망률을 보였던 것이다[11]. 따라서 대유행에 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 발생하는 바이러스 계통들의 발병력을 예측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플루엔자 특이성의 기본 원리를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숙주의 글라이칸 구조와 인플루엔자 특이성의 관계를 글라이칸의 세부 구조와 동역학의 핵심적인 역할을 찾아낸 최근 데이터에 비추어 다시 검토하고자 한다.

인플루엔자 A의 분류는 헤마글루티닌(HA; hemagglutinin)과 뉴라미니데이즈(NA; neuraminidase) 껍질 단백질의 항원 특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플루엔자 HA는 동형 삼분자체 당단백질로, 이를 이루고 있는 단위 분자들은 각각 구형의 머리 부분(HA1)과 줄기 부분(HA2)을 가지고 있다[12]. 각 HA1 부분은 수용체 결합 부위(RBS; receptor binding site)을 가지고 있는데,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달라붙을 때 이 부위를 시알산(sialic acid)을 포함하고 있는 숙주의 글라이칸과 결합시킨다. 열여덟 가지 세부 종류의 헤마글루티닌이 존재하며, 그들은 항원 특성에 따라 두 그룹으로 분류된다. 1번 그룹은 H1-2, H5-6, H8-H9, H11-13, H16으로 구성되고, 2번 그룹은 H3-4, H7, H10, H14-15로 구성된다. 가장 많이 연구된 HA는 H1, H3, H5이다[13, 14]. NA 단백질은 세포가 감염된 후 시알산을 숙주의 수용체 글라이칸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로써 자손 바이러스들이 숙주 세포의 표면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15]. 저온전자현미경 단층 촬영으로부터 단백질 껍질에 약 300개의 HA 단백질이 존재함을 알았고[16], HA와 NA의 비율은 바이러스 계통에 따라 4:1에서 6:1까지 달라진다[16, 17]. 특정 독감 계통이 인간을 감염시키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복합적인데, 예를 들어 노출 정도, 새로 감염된 개체가 스스로 복제하는 속도, 글라이칸이 바이러스 표면 HA에 달라붙는 정도, 바이러스 표면 NA의 활동도 등이 있다[15, 18, 19, 20, 21, 22, 23]. 게다가, NA의 효소 활동도는 HA의 결합 세기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15, 22]. 만약 NA가 HA의 결합 세기에 비해 지나치게 활동적이면,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를 감염시키는 능력을 감소시키게 된다. 반대로, NA가 상대적으로 약하면 자손 바이러스들이 떨어져 나가기 힘들어진다.

수용체의 특이성에 더하여 동물 매개 감염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는, pH로 매개되는 엔도솜 융합에 대한 HA의 감도 차이[24]와 바이러스의 라이보핵단백질 복합체가 숙주의 핵으로 옮겨지는 과정(숙주 적응)의 효율 차이[25]가 있다. 게다가 전염과 복제의 용이성은 숙주 조직 수용체들의 분포와 구성에도 의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이러스 부착 연구에 따르면 인간 독감 바이러스들은 조류 바이러스에 비해 인간의 기도와 기관지에 더 강하게 달라붙으며, 다양한 종류의 세포에 결합한다[26]. 따라서, 적절한 수용체가 없다는 것이 인간 내에서 조류 바이러스가 전염되고[27] 복제되는[28, 29] 효율이 좋지 않은 이유로 여겨진다. 세포 조직에 대한 이러한 친화성의 분자적 기초를 밝혀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다[28, 30, 31, 32].


<구조생물학의 동향(Current Opinions in Structural Biology)>은 구조생물학의 최근 연구 동향에 대해 여러 리뷰를 수록하는 저널인데, 2017년 10월호를 저온전자현미경(cryo-EM)에 관한 특집호로 꾸미는 모양이다. 그 중 몇 편의 논문이 벌써 온라인에 올라왔는데, 하나를 골라 초록과 서론을 번역한다. 요새 핫한 분야다 보니 개략적인 내용만 아는 것도 도움이 될 듯.

고해상도 저온전자현미경: 볼트와 너트

초록
저온전자현미경과 단일입자분석 덕분에 이제 X선 결정학이나 다른 접근법으로 밝힐 수 없는 거대분자 복합체의 고해상도 구조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저온전자현미경으로 고해상도 구조를 성공적으로 결정하는 데에는 항상 단백질 시료의 질이 중요하다. 구조적 불균일성이 저온전자현미경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지만, 동시에 거대분자 복합체의 내재적 구조 유연성을 연구할 드문 기회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 '해상도 혁명'을 가능하게 한 몇 가지 중요한 기술적 발전을 살펴보고 고해상도 구조 결정을 위해 뛰어넘어야 하는 기술적 장벽들을 간결하게 보여주고자 한다.

서론
저온전자현미경(cryo-EM; cryogenic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과 단일입자분석(SPEM; single-particle analysis)은 혁명 중에 있다. 최근의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SPEM은 X선 결정학이나 다른 접근법으로 밝힐 수 없는 분자들의 고해상도(4 Å 미만) 모형을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 급속한 발전이 가능케 한 주요 기술적 발전들로는 시료 제작 및 안정화 기법, 극도로 안정한 전자 현미경, 점차 감도가 좋아지는 직접 전자 검출기, 이미지 처리 소프트웨어의 향상 등이 있다. 이제 구조생물학의 가장 어려운 목표들조차 저온전자현미경을 통해 거의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그 구조가 결정될 수 있다. 일례로, 고정되지 않은 구성과 구조를 가진 큰 거대분자기계들과, 작은 분자량(300 kDa 미만)으로 인해 이전에는 저온전자현미경 기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여겨진 단백질 복합체들이 있다. 2016년 11월 기준, 전자현미경 데이터 은행(EMDB; Electron Microscopy Data Bank)에 저장된 전자현미경 지도 4231개 중 620개 5 Å 미만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2016년 1월 이후 저온전자현미경 기법의 모든 면에 걸쳐 40개 이상의 리뷰가 출판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SPEM으로 고해상도 구조를 결정하기 위하여 넘어야 하는 기술적 장벽들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각 단계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더 읽어볼 문헌들을 알려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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