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님이 필자 중 한 명으로 참여한 <네이처 화학생물학(Nature Chemical Biology)> 논평. 이건 우리 분야니까 논문을 전부 다 번역해 본다. 분류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단백질 과학은 물리학-화학-생물학 모두를 포괄하는 킹왕짱이니까 내 맘대로 따로 분류를 만들었다 -_-v

단백질 내의 질서와 무질서 동시에 측정하기

초록
핵자기공명 분광학(NMR; nuclear magnetic resonance)은 단백질의 구조와 움직임이 얼마나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해당 단백질의 기능과 상호작용의 기초가 되는지를 밝혀냄으로써 단백질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변화시키고 있다. 단백질을 통계적 모음으로 보는 관점은 구조적으로 불균일한 상태들의 존재 및 생물학적 가치를 드러내고 있고, 그 결과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이분법을 넘어 그 사이의 연속성을 더 정량적으로 묘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서론
무질서한 단백질(disordered protein)은 인간 단백질체의 1/3을 구성하고 있고, 유전자 조절과 신호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무질서한 단백질이 발견되기 전까지 단백질은 각 원자들의 좌표가 거의 정확하게 정의될 수 있는, 잘 정의된 자연 상태 구조로 접힌다는 생각이 과학계를 지배하고 있었지만, 무질서한 단백질의 발견으로 이 오래된 패러다임이 크게 흔들렸다. 이 발견 이후 '질서'와 '무질서'라는 용어가 대비되어 사용되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단백질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이 없다는 것이 그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었다. 단백질의 무질서는 초기에는 '구조의 부재'로 정의되었는데, 이는 예를 들어 X선 결정학으로 결정된 자연 상태 구조에서 좌표값이 결정되지 않은 구역들과 같은 개념이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질서와 무질서는 상호 배타적이어야 하나, 실제로 단백질의 구조와 움직임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이 분자들의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두 개념이 꼭 상호 배타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논평에서, 우리는 이 인위적인 질서-무질서 이분법을 점차 대체할 수 있도록 단백질의 구조와 움직임을 동시에 결정할 수 있는 방법론들, 구체적인 예로는 핵자기공명(NMR) 분광학 기법들이 개발되어 온 역사를 논의한다. 우리는 이와 같이 구조와 움직임에 관한 더 정량적인 묘사들을 소개함으로써 단백질 거동에 내재되어 있는 분자 메커니즘에 관한 강력한 통찰력을 제공하게 되리라 기대한다.

질서-무질서 연속체
단백질의 자연 상태는 완전히 질서 있는 상태로부터 거의 완전히 무질서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그 중간 단계들까지 다 포함하여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점차 증명되고 있다(그림 1). 허나 구조 데이터로부터 그 기능을 해석해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점차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현대 실험 방법론들은 단백질의 움직임을 아직 잘 기술하지 못하기 때문에 용액 속에서 존재 가능한 통계적 모음 안에서 가장 대표적인 '정적' 구조만 찾아내기 때문이다. 한편, 속도론적 단백질 결정학과 통합 구조 생물학(구조 결정에 사용되는, 다양한 상호보완적인 방법론들을 결합하는 접근법)의 발전으로 인해, 피코초에서 나노초 정도의 시간 수준에서 수집된 상태들을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기술할 수 있게 되었다(보충설명 1). 이러한 접근법들로부터, 저온에서 단단히 뭉친 결정 구조로 존재하는 많은 단백질들이 실제로는 매우 동적이며, 특히 기능, 상호작용, 다른 자리 입체성 조절(allosteric regulation)에 중요한 부분일수록 그렇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게다가, 무질서 단백질에서 주로 나타나는, 더 큰 규모로 더 긴 시간 동안 일어나는 움직임을 정확히 묘사할 수 있는 기술들에 대한 필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보충설명 1). 이 방향으로 진보가 일어날수록, 단백질의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이분법은 점차 이 두 극단 중간의 다양한 상황들에 관한 정량적인 묘사로 대체될 것이다.

[그림 1] 단백질의 구조와 움직임은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통해 효과적으로 기술된다.

(a) 메타추론 방법론으로 계산된 인간 프리온 단백질 구조의 통계적 모음. (b) δ2D 방법으로 계산된 NMR 화학적 이동으로부터 결정된, 이에 대응하는 2차 구조 분포(BMRB ID 4402). (c) PODD 데이터 집합에 있는 모든 잔기에 대한 α 나선과 β 가닥 분포의 산포도. 점선 사각형은 한 가지 이상의 2차 구조를 갖는 불균일한 영역의 잔기들을 표시한다. (d) 무질서 여부를 예측하는데 흔히 사용되는 서열 정보 기반 방법론들(x축)의 균형 정확도(balanced accuracy)를 나타낸 막대 그래프. 사용된 데이터는 생리적 조건 하의 단분자 단백질들에서 측정된 화학적 이동에 대응하는 PODD 데이터 집합의 일부이다. 이 패널에서 단백질의 각 영역은, 만약 최소한 L개의 연속한 잔기(범례와 같이 L = 1, 10, 20, 30)의 α 나선과 β 가닥 분율이 모두 0.5보다 작다면 무질서한 것으로 정의되고, 그 외에는 질서 있는 영역으로 정의된다. s2D 방법론의 막대는 회색으로 표시되었는데, 이는 데이터 집합의 일부 서열이 훈련 집합(training set)에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보충설명 1] 단백질 구조의 통계적 모음
통계역학에서 통계적 모음(ensemble)은 시스템의 모든 상태들을 각 상태로 존재할 확률까지 포함하여 모은 집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기술하는 것은 시험관 내에서나 생명체 내에서 모두 수용액 상태에 있는 단백질을 기술하기에, 최소한 그들이 변화(예를 들어 화학 반응)를 겪지 않을 때만큼은 적절하다. 이 관점을 취하면, 단백질 구조의 통계적 모음은 그 가능한 구조들의 확률 분포로 정의할 수 있고, 각 구조는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원자 좌표들로 정의될 수 있고, 혹은 자연 상태의 잔기간 접촉 정보나 2차 구조 요소들로 정의될 수도 있다. 평형 상태에 있는 구조의 통계적 모음에서, 단백질의 가능한 상태는 볼츠만 가중치(exp[-E/kBT]/Z)에 따른 확률로 존재한다. 여기서 E는 상태의 에너지, T는 온도, kB는 볼츠만 상수, 그리고 Z는 분배 함수로서, 볼츠만 가중치는 엔트로피 최대화와 에너지 최소화의 균형으로부터 도출된다. 따라서, 이 시스템 하에서, 무질서한 영역들은 단순히 무작위적인 구조와는 무척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경우 실제 존재할 수 있는 많은 구조들이 갖는 통계적 가중치가 각 구조의 에너지에 따라 매우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논평 속에서, 우리는 '단백질 동역학'이라는 용어로써 단백질이 구조의 통계적 모음 안에서 존재함을 가리킬 것이고, 주로 단백질의 평형 성질들을 가리킬 것이다('평형 동역학'). 그리고 비평형 성질들은 시스템이 가질 수 있는 상태들 간의 전이율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 정량화가 가능하므로 가볍게 지나가며 다루기만 하겠다.

이 그림은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모델링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로 측정되는 서로 다른 시간 차원(x축)과 길이 차원(y축)을 보여준다(윗부분). 분자동역학(MD; molecular dynamics) 방법론들은 붉은 배경 안에 표시하였다. X선 결정학과 전자 현미경(EM; electron microscopy) 역시 단백질이 가질 수 있는 여러 상태들을 조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소각 X선 산란(SAXS; small-angle X-ray scattering)과 소각 중성자 산란(SANS; small-angle neutron scattering), 그리고 원자 힘 현미경(AFM; atomic force microscopy)과 광 집게(optical tweezer) 역시 밀리초 이하의 시간 차원에서 동역학을 검출할 수 있고 큰 복합체의 다양한 구조들을 찾아낼 수 있다. 또한 본문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NMR 기법들을 통해서 검출할 수 있는 다양한 시간 차원 역시 표시하였다(아랫부분). CS는 화학적 이동(chemical shift), RDC는 잔기 이극 결합(residual dipolar coupling), CPMG는 Carr-Purcell-Meiboom-Gill의 줄인 말이다.

NMR 분광학의 발흥
최근 가장 흥분되는 구조생물학의 발전 중 하나는 NMR 방법론으로 단백질의 구조 요동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이로써 단백질의 질서와 무질서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생긴 셈이다. 이와 같은 발전은 기실 NMR 분광학의 오랜 역사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기법의 성공은 자연 상태 구조를 수용액 내에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에서 기인하는데, 이는 심지어 X선 결정학이 고체 상태에서 얻은 구조 정확성과 비교할 만한 구조 정확성을 주기도 했다. 반면 X선 결정학과의 차이점으로는, NMR 분광학은 넓은 범위의 시간 규모에서 수용액 상의 단백질 동역학을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보충설명 1, 위). 화학적 이동(chemical shift)과 잔기 이극 결합(residual dipolar coupling)은 밀리초 시간 범위까지 포괄하는데, 이로써 리간드 결합과 다른 자리 입체성(allostery)에서부터 촉매와 단백질 접힘까지의 화학 과정들을 검출할 수 있다. 핵 오버하우저 효과(nuclear Overhauser effect; NOE)나 세로(R1) 및 가로(R2) 이완 과정을 이용하는 다른 NMR 측정 기법들은 피코초에서 나노초 시간 범위를 측정할 수 있고, 곁사슬의 회전과 국지적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상자성 이완 증강(paramagnetic relaxation enhancement; PRE)과 전자 상자성 공명(electron paramagnetic resonance; EPR) 실험들은 밀리초 시간 범위의 동역학을 알려주고, 이는 보통 접힘 중간체들과 리간드 결합 과정에 해당한다. 밀리초 시간 범위를 살펴보는, NMR R1r 회전 좌표계 이완과 Carr-Purcell-Meiboom-Gill (CPMG) 실험들은 접힘과 결합 중간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NMR 기법들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긴 시간 범위로, 실시간 NMR과 수소-중수소(H-D) 교환 데이터는 초 단위 시간 범위를 넘어가는 동역학을 관찰할 수 있고, 이는 복합체 단백질의 접힘에 해당한다. 게다가, NMR 측정 기법들은 단백질의 구조 요동을 평균한 값을 알려주기 때문에, 이들은 이 분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서로 다른 구조들(즉,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결정함으로써 평형 동역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보충설명 1). 특별히 NMR 분광학은 자체적으로 매우 동적이고 결정화(crystallization)될 수 없는 상태들에 대한 구조 정보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NMR 분광학을 이용하여 서로 다른 상태들 사이의 전이율을 결정하는 것이 점차 가능해지고 있고, 그 결과 비평형 동적 과정에 대한 분석 역시 가능해지고 있다(보충설명 1).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결정하는 데 겪는 어려움
단백질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정확히 결정하는데 NMR 분광학이 뛰어난 잠재성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나, 이 일은 여전히 무척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실험 데이터는 모든 접근 가능한 상태들에 대한 가중치 평균값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이 측정된 평균값으로부터 각기 다른 상태들을 분해해야 하는 '분해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이 평균값들이 주는 정보(보통 다른 종류의 실험들로부터 구한다)는 매우 적은데, 예를 들어 몇 가지 결합 각도나 원자간 거리를 줄 뿐으로, 이 정보들은 서로 일관성 있게 조합되어야 한다. 끝으로, 실험 데이터는 무작위적인 그리고 체계적인 오차의 영향 아래 있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함수들은 단백질과 용매를 구성하는 원자들 간의 실제 상호작용에 대한 근사에 불과하다.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실험 데이터를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예를 들어 역장 force field의 지식)과 조합하여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모델링하도록, 다양한 수준의 복잡성을 가진 여러 기법이 개발되어 왔다. 이 기법들을 적용하여 만든 통계적 모음들은, 기능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작은 수준의 자연 상태 요동부터 무질서한 단백질들이 차지하고 있는 구조적으로 서로 다른 상태들 사이를 오가는 큰 규모의 움직임까지, 다양한 수준의 동역학이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수집하자
매우 일반적으로 말하면, 통계적 모음을 모델링하는 어느 기법이라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소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1) 결과로 나오는 구조의 통계적 모음의 질. 특히 이로부터 뽑아낼 수 있는 정보의 양. (2) 사용 가능한 실험 데이터의 양과 질. (3) 기법을 적용하는데 드는 시간과 자원. 단백질 데이터 은행(Protein Data Bank; PDB)에는 매우 적은 수의 구조의 통계적 모음만이 포함되어 있다. NMR 분광학으로 결정된 단백질 구조들의 경우 종종 해당 NMR 데이터를 설명할 수 있는 여러 모델들의 정보를 같이 입력하기는 하나, 서로 다른 상태들의 통계적 집단까지 포함시키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는 '통계적 모음'이라기보다 '불확실성 모음'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단백질 통계적 모음 데이터베이스(Protein Ensemble Database; PED)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 데이터의 수는 매우 적은데(현재 24개), 이는 정확히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계산하는 것이, 계산 자원과 필요한 실험 데이터의 양과 질의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PED에 있는 많은 구조 모음들이 아직 통계적 분포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지 않고 있기에 단백질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상태들을 찾아내기가 힘들다. 전반적으로 말해, 통계적 모음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벅찬 일이지만, 정확한 실험 및 이론 기법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컴퓨터의 계산 능력 또한 급격히 성장하고 있기에, 단백질의 수용액 속 성질들을 단순한 정적 상태보다 포괄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수집하는 큰 보관소가 장차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

2차원 통계적 모음
앞에서 묘사한 바와 같이 ('3차원')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결정하는 데 겪는 어려움들을 고려해 보면, 이와 다른 전략은 '2차원 통계적 모음'에 집중하는 것이다. 2차원 통계적 모음은 단백질의 매우 동적인 상태의 쓸모있는 성질들에 대한 정량적인 정보를 줄 수 있는 동시에, 일반적으로 계산이 더 쉽다. 한 가지 예로써, 단백질 질서 및 무질서 데이터베이스(Protein Order and Disorder Database; PODD, http://www-mvsoftware.ch.cam.ac.uk/index.php/podd)에는 약 5천 개의 단백질에 대해 δ2D 방법으로 측정한 NMR 화학적 이동으로부터 직접적으로 결정된 2차 구조 분포에 대한 2차원 통계적 모음들이 모여 있다. 인간 프리온 단백질 구조의 통계적 모음(그림 1a)과 이에 대응하는 2차 구조 분포(그림 1b)를 예로 비교해 보자. 이 2차원 통계적 모음들이 원자 좌표의 확률 분포나 3차 접촉에 대한 정보를 주지는 않지만, 국지적 안정성과 구조 불균일성에 대한 유용한 예측치를 제공한다. PODD에 모여있는 잔기들의 많은 양은 α 나선과 β 가닥을 모두 만들 수 있는 단백질의 불균일한 영역에 존재한다(그림 1c). 2차 구조 분포를 이용하는 주된 이점은 이 분포를 결정하는 것이 계산적으로 비싸지 않고, 뼈대의 화학적 이동은 보통 쉽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화학적 이동을 측정할 수 없을 때라도, 2차 구조 분포는 (예를 들어 s2D 방법론을 써서)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예측할 수 있다.

PODD 단백질들의 구조적 특성을 분석해 보면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연속체 개념을 잘 드러낸다.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어떠한 구분도 절대적이지 않고, 둘 사이의 연속성을 깨기 위해 분포상에 임의로 도입한 기준값에 의존한다. PODD 안에 있는 가장 동적인 영역들(NMR 측정에서 유도된 분포)이 보통 전통적으로 무질서하다고 정의되던 영역과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이들이 현존하는 무질서 예측 프로그램들로 발견될 수 있는지 시험해 보았다. PODD 안의 2차원 통계적 모음들에 대한 이 무질서 예측값들을 서로 비교하기 위해, 우리는 분포에 기준값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최소한 L개의 연속된 잔기의 α 나선과 β 가닥 분율이 모두 0.5보다 작다면 해당 영역을 무질서하다고 정의하였고, 서로 다른 L값에 대해 다양한 예측 프로그램들의 균형 정확도(balanced accuracy)를 계산하였다. 그 결과로 얻은 정확도는, 무질서를 전자 밀도 정보가 없는 영역으로 정의한 더 큰 데이터 집합에 대해 얻은 값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이로써 전통적인 질서-무질서 이분법 정의들이 PODD가 제공하는 연속체 정량법 안에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어려움과 기회들
사용 가능한 NMR 기법들이 늘어나면서 복잡한 분자 시스템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PODD 주석과 같은, 단백질의 평형 동역학에 관한 정량적 묘사는 연구 중인 단백질의 기능적 상태를 유추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트로포닌(troponin) I의 심장 동형 단백질의 경우(그림 2a), 2차 구조 분포로부터 어떻게 결합 상대가 존재함으로써 질서와 무질서 상태 사이의 평형을 이동하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종류의 분석은 기능적으로 의미 있는 영역을 밝혀내고 구조적인 특성을 찾아내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세포 내 NMR 분광학의 발전으로 박테리아 및 포유류 세포 단백질의 구조와 동역학을 연구하는 것이 점차 가능해지고 있다. PODD에서 사용된 화학적 이동 분석법은 이미 이런 연구에 적용되고 있으며, 단백질의 생물학적 맥락 속에서 그 구조를 빠르게 연구하게 해준다. 게다가, 이 방법으로 결정된 2차 구조 분포는 훨씬 통제된 시험관 내 실험들에서 측정된 분포와 비교하여 세포 내의 의미 있는 상태들을 밝혀내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포 내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의 2차 구조 분포는 시험관 내에서 단량체 단백질이 홀로, 혹은 라우로일사르코신산 소듐(sodium lauroyl sarcosinate; SLAS) 마이셀과 결합한 형태일 때 측정된 분포와 비교할 수 있다(그림 2b). 이 비교를 통해 세포 내 알파-시누클레인의 2차원 통계적 모음이 본질적으로 시험관 내의 단량체 단백질의 통계적 모음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는 다른 NMR 측정을 통해 포유류 세포 속에서 최근에 관찰된 결과와 일치한다. 게다가, NMR 분광법을 라이보좀-미완성 사슬 복합체(ribosome-nascent chain complex; RNC 복합체)와 같은 복잡한 초분자 시스템의 동역학을 관찰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점차 가능해지고 있다. 면역글로불린 유사 도메인(imuunoglobulin-like domain)의 동시 번역 접힘(cotranslational folding)에 관한 최근 연구에서 RNC 복합체는 분리된 도메인의 접힌 상태 β 가닥에 비해 약간 더 불안정한 β 가닥를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고, 이로써 이 도메인은 라이보좀에 묶여 있을 때에도 본질적으로 접혀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 2c).

[그림 2] 2차원 통계적 모음을 통해 단백질의 질서와 무질서를 동시에 정량화하기.

(a) 트로포닌 I 심장 동형 단백질의 N 말단 영역(cTnI[1-73]). 수용액 상태(위 패널, BMRB ID bmr25118)와 심장 트로포닌 C(cTnC)에 결합된 상태(아래 패널, bmr25119). (b) 세포 내 NMR 실험으로 찾아낸 알파-시누클레인의 α 나선과 임의 고리 분포(bmr19257)와 정제된 단백질의 해당 분포. 정제된 단백질은 수용액 상태의 단량체 상태(bmr6968)와 SLAS 마이셀에 결합된 상태(bmr16302)에서 측정되었다(그림의 범례를 보라). 통계적 모음에서 빠진 점들은 배정된 화학적 이동을 보이지 않는 잔기들에 해당한다. 이 분석을 통해 알파-시누클레인이 세포 내에서 분포하는 상태가 막에 결합한 상태보다 해당 단량체의 무질서한 상태와 더 유사함을 알 수 있고, 이는 최근의 발견과 완전히 일치한다. (c) 라이보좀-미완성 사슬 복합체의 일부인 면역글로불린 유사 도메인의 β 가닥과 임의 고리 분포(bmr25748). 분리된 도메인의 자연 상태 및 변성된 상태와 비교하였다(bmr15814, 범례를 보라).

전망
우리의 의견으로는, 이제 수용액 내 단백질의 동역학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더 강력한 정량적 구조 방법론과 주석을 개발하는데 도전할 때가 무르익었다. 앞서 기술한 PODD 데이터베이스는 2차 구조 분포의 정의로부터 얻어낸 구조와 평형 동역학을 포괄하는 정량적인 주석 시스템을 제공함으로써 이 방향으로의 진일보를 나타낸다.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주석 시스템들의 정보와 정확도를 늘리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3차 접촉을 직접 측정할 수 있는 실험 데이터를 더 많이 구하는 것이 한 가지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이로써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결정할 수 있는 통합적 구조 생물학 방법론으로 점차 가까이 나아갈 수 있다. 이를 보완하는 전략으로, 추가 실험 없이 더 많은 선험적 지식을 통합하는 전략이 있다. 이 방법론은, 예를 들어 현재 NMR 화학적 이동 데이터로부터 구조를 예측하는 방법론들이 하는 것과 같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접근 가능한 구조 데이터나 점차 정확해지고 있는 역장들을 활용하는 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NMR 분광학을 다른 실험 및 계산 접근법들과 접목하여 사용하면 점차 단백질의 구조 및 동역학 분석을 대규모로 해낼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구조와 동역학을 동시에 하나의 틀 안에 포함하는 능력은 단백질 내의 질서와 무질서가 갖는 생물학적 역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며, 기능, 상호작용, 다른 자리 입체성 조절의 기본 메커니즘들과 신약 개발의 새로운 방법론을 밝혀내는 추가적인 기회들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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