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이라이프>를 편애하는 것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이 논문은 소개해야겠어서 또 <이라이프> 논문을 들고 왔다. (게다가 이 논문 저자 중에 내 사형(師兄)이 포함되어 있다 ㅋㅋ) 아래에 초록과 요약문을 번역한다.

숙주의 단백질 항상성이 독감 진화를 조절한다

초록
RNA 바이러스 진화를 예측하고 조절하려면 이 병원체에 접근할 수 있는 변이 판도(mutational landscape)를 규정하는 분자 요소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RNA 바이러스는 대개 변이 속도가 빠르기에, 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생물리 성질을 갖는 단백질 변이들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 이에 따라 단백질 접힘과 기능에 위협이 가해지고, 이 위협에 의해 바이러스의 진화가 제한된다. 우리는 숙주의 단백질 항상성 유지 메커니즘이 바이러스 단백질 변이체들의 적응도에 대한 주요 결정 인자로서 바이러스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힘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안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화학적으로 통제된, 다양한 단백질 항상성 환경을 가진 숙주 세포 안에서 독감 바이러스를 증식시켰다. 우리는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체에 작용하는 선택압의 본성과 특정 변이 궤적의 접근 가능성이 모두 숙주의 단백질 항상성에 의해 유의미한 영향을 받았음을 알아냈다. 이 발견으로 바이러스 진화를 결정하는 숙주-병원체 상호작용의 특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숙주의 단백질 항상성을 조절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저항성을 획득하기 어려운 항바이러스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에도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요약
독감 바이러스는 우리의 면역계에 침입하여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화시킴으로써 치료에 대한 저항성을 키운다. 특별히, 그들의 유전체에 발생하는 변이들로 인해 독감 바이러스 단백질들이 변형되어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방어 체계를 공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들 변이들은 공짜가 아니고, 바이러스 단백질들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안정한 3차원 구조를 만드는 과정("단백질 접힘"이라 불린다)을 방해하여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인간 세포 안에는 샤페론(chaperone)이라 불리는 단백질들이 존재해 우리의 다른 단백질들이 올바로 접힐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독감 바이러스들은 스스로 샤페론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대신 숙주의 샤페론을 훔쳐서 사용한다. 따라서 숙주의 샤페론들은 바이러스의 증식 능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숙주 샤페론들이 바이러스의 진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 논문에서 Phillips et al.은 포유류 세포를 이용해 숙주 샤페론들이 어떻게 진화하는 독감 바이러스 군집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이들은 먼저 세포들을 조작하여 각각 정상 샤페론 수치, 높은 샤페론 수치, 혹은 비활성 샤페론을 가진 세포들을 만들어냈다. 다음으로 H3N2 독감 바이러스를 약 200 세대에 걸쳐 이들 다른 조건에서 키운 후, 유전자 서열을 뽑아내 이 바이러스가 각 특징적인 숙주 샤페론 환경에서 어떻게 진화했는지 조사했다.

Phillips et al.은 숙주 샤페론들이 독감 바이러스 군집에서 변이가 누적되는 속도 및 독감 유전체에 누적되는 변이의 종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Hsp90이라 불리는 샤페론이 비활성화되었을 경우, 바이러스 군집에서 변이들이 기존 유전자를 대체하는 속도는 정상 혹은 높은 샤페론 수치를 가진 세포들에 비해 훨씬 느렸다. 게다가, 일부 특정 변이들은 높은 샤페론 수치의 세포들에서 더 번성했지만, 다른 변이들은 샤페론이 비활성화된 세포에서 더 번성했다.

이 결과는 독감의 진화가 숙주 샤페론 수치에 의해 복잡하고 중요한 방식으로 영향 받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샤페론이 어떤 단일 변이의 효과를 향상시키는지 방해하는지는 미리 예측하기 힘들다. 이 발견은 매우 중요한데, 이는 독감 바이러스가 사용할 수 있는 샤페론은 조직에 따라, 개체에 따라, 감염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바이러스가 스스로를 변형하고 진화하는 능력은 샤페론의 맥락에 따라 다르게 영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발견은 같은 목적으로 숙주 샤페론을 훔쳐 쓰는 HIV나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은 다른 바이러스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샤페론이 바이러스의 적응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발열이나 바이러스의 숙주 전환 등과 같이 병리적으로 유의미한 조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이러한 효과를 정량화해야 할 것이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장차 이러한 통찰력이 바이러스가 저항성을 진화시킬 수 없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번 주 <사이언스>에 실린 단백질 연구 소개글. 단백질 품질 관리(protein quality control; PQC)라고 하면 세포 내에서 정상적인 단백질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생성 과정과 파괴 과정을 조절하는 것을 말하는데, 당연히 다양한 요소가 그 조절 과정에 참여한다. 그 중 특별한 녀석을 찾아낸 모양이다.

단백질 품질 관리의 새로운 진보

세포의 단백질체는 단백질 항상성(proteostasis)으로 알려진 단백질 합성과 분해 사이의 동적 평형에 의해 유지된다. 단백질 항상성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품질 관리 경로(quality control pathway)를 통해 잘못 접힌 단백질을 찾아서 제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사 오류, 접힘 오류,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손상, 화학적 손상에서 발생하는 단백질들과 고아 단백질들(여러 단백질로 구성된 복합체에서 구성요소 간의 비율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단백질들)은 전부 세포에 쌓여 독성을 띠지 않도록 여러 분해 경로의 목표가 된다[1]. 분해를 통한 품질 관리의 놀라운 성질 중 하나는 각 경로가 매우 넓은 범위의 반응물을 다룰 수 있는 동시에 정상 단백질의 잘못 접힌 버전들을 정확히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호의 472쪽과 471쪽에서, 각각 Yanagitani et al.[2]과 Nguyen et al.[3]은 새로 발견된 품질 관리 경로가, 상대적으로 "세포 상태의" 그물 적혈구가 고도로 전문화된 헤모글로빈 풍부 적혈구로 분화되는 과정[4, 5]에서 관찰되는 단백질체 구성의 전면적인 변경을 일으키는 데 사용된다는 것을 보인다.

그림: 고아 단백질을 분해하기


Nguyen et al.은 그물 적혈구(적혈구의 전구체)의 분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극적인 분해 리모델링의 기저에 있는 메커니즘을 해독하고자 했다[3]. 이 리모델링 과정 중에 리보좀 및 다양한 그물 적혈구 단백질이 사라지는데, 그럼으로써 산소를 나르는 데 최적화된, 고도로 전문화되고 단순화된 단백질체(98%가 헤모글로빈으로 이루어짐)가 만들어진다. 이 연구진의 시작점은 UBE2O에 해당하는 유전자의 상염색체 열성 대립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이었는데, 이 열성 대립 유전자는 쥐에서 빈혈을 일으킨다. UBE2O는 보통 목표 단백질에 유비퀴틴을 붙이는 일을 수행하는 E2 유비퀴틴 접합 효소로, 흥미롭게도 적혈구 분화 과정에서 과발현된다. UBE2O를 발현하지 않는 그물 적혈구(ube2O-/-)를 사용하여, 이들은 (헤모글로빈의 구성 요소인) 고아 α 글로빈이 프로테아좀에 의해 분해될 수 있도록 UBE2O가 고아 α 글로빈에 여러 개의 단분자 유비퀴틸기를 붙인다는 것을 찾아냈다.

이 연구진은 또한 리보좀 단백질(여러 개의 리보좀 단백질이 모여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리보좀 복합체를 형성한다)이 UBE2O의 주된 반응물임을 알아냈다. 야생형과 ube2O-/- 그물 적혈구의 체외(ex vivo) 배양액으로부터, (그물 적혈구가 분화되어 적혈구를 만드는 과정의 후반부를 특징 짓는) 리보좀의 소멸은 UBE2O와 프로테아좀 둘 다의 활동 때문임이 밝혀졌다. 따라서 UBE2O의 이러한 활동의 결과, 그물 적혈구 안에 이미 존재하는 단백질들은 분해되고, 적혈구에서 관찰되는 바 (리보좀에 의해 매개되는) 단백질 형성은 하향조절된다. 게다가, UBE2O의 과발현만으로도 적혈구가 아닌 세포들에서 리보좀 분해가 일어난다. 시험관(in vitro) 생화학 데이터는 UBE2O가 반응물 인식 능력이 있음을 지지하는데, 이 능력은 대개 E3 유비퀴틴 연결 효소가 보이는 것이다. 이 연구는 이 효소 하나가 다양한 단백질의 파괴 과정에서 갖는 중요성을 명백하게 보였으며, UBE2O이 다양한 반응물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능력은 품질 관리 경로 또한 보이는 특성이다.

UBE2O와 품질 관리 사이의 관련성은 Yanagitani et al.에 의해 수립되었다. 이러한 경로들 너머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연구진은 세 개의 아르지닌 잔기가 삽입된 막 투과 단백질(transmembrane protein)에 해당하는 인공 기질에 유비퀴틸기가 부착되었는지 확인하는 무세포 검사법(cell-free assay)을 개발했다. 이 기질은 이전에 알려진 많은 품질 관리 분자 기계 중 어느 것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 대신, UBE2O가 (E1 효소, 유비퀴틴, ATP가 있는 환경에서) 이 인공 기질 뿐 아니라 다른 잘못 접힌 단백질들을 인식하고 유비퀴틸기를 부착하는 필수충분조건임이 밝혀졌다. 이 놀라운 E2 유비퀴틴 접합 효소는 또한 특이성을 불러오는 E3 연결 효소인 것 같았다. 후속 시험관 연구에서 UBE2O의 보존된 도메인들이 단백질의 소수성 영역을 인식하는 넓은 범위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 결과 이곳에 여러 개의 단분자 유비퀴틴이 부착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Nguyen et al.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UBE2O이 고아 α 글로빈에 유비퀴틴을 부착한다는 것을 찾아냈다. 이들은 또한 새로 만들어진 리보좀 단백질들이 핵으로 수송되어 리보좀 구성요소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분해될 수 있도록 UBE2O에 의해 인식되어 유비퀴틴이 부착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두 가지 연구는 모두 UBE2O가 자체적으로 많은 종류의 반응물에 유비퀴틴을 부착하여 프로테아좀이 그들을 분해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독보적인 E2 효소임을 보였다. UBE2O에 의해 매개되는 여러 단분자 유비퀴틴화 과정의 대상 단백질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신호"는 염기성과 소수성 아미노산들이 연속해서 존재하는 서열로, 고아 단백질 요소가 자주 보이는 노출된 결합 표면에 많이 나타난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고아 단백질들은 만들어진 초기 몇 시간은 불안정하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정화된다[6]. 이 관점에서 볼 때, UBE2O는, E2 유비퀴틴 접합 효소와의 분명한 상동성에도 불구하고, 그 대상을 찾는데 어댑터나 샤페론 단백질 없이 기능할 수 있는 품질 관리 유비퀴틴 E3 연결 효소의 일종에 속한다[7]. 사실, UBE2O의 생리적 혹은 인위적 과발현은 방대한 단백질체 리모델링을 일으킨다. 이러한 성질이 다른 품질 관리 요소들과 공유되는지, 그리고 품질 관리가 단백질체 리모델링과 분화 경로에서 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지와 같은 질문들은 미래의 연구가 나아갈 중요한 길이다.

UBE2O와 다른 품질 관리 경로들의 더 깊은 이해는 세포의 건강을 향상시키도록 단백질체를 변형하는 새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혈액 질환인 β 지중해 빈혈(헤모글로빈 발현이 감소)에서 관찰되는 α 글로빈 응집체를 제거하는 것이 한 가지 예이다. 세포가 이러한 경로들을 변경하는 법을 배우고, 우리가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기초의학 및 중개의학의 놀라운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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