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딩 시절에 김재관 교수님이 번역하신 입자물리학 교양서(?)를 읽고 입자물리학의 매력에 빠졌으나, 대학교 4학년에 되어 정작 그 수업을 들어보니 도무지 내용조차 이해를 할 수 없어 포기한 바가 있다. 그래도 막연한 관심은 남아 있던 차에 <네이처>에 이런 리뷰가 실렸기에 초록과 서론을 번역해 본다.

표준모형을 만들고 부수는 맛깔 변환 중성류

초록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은 기본 입자들과 그들의 상호작용에 대한 현존하는 최고의 이론이나, 불완전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입자들과 상호작용들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입자들을 찾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소위 맛깔 변환 중성류(flavour-changing neutral current) 붕괴라 불리는 과정을 연구하는 것으로, 이 과정 중에 쿼크의 전하는 바뀌지 않고 맛깔만 바뀐다. 이러한 변화의 한 가지 예로 맵시 쿼크(beauty quark)가 기묘 쿼크(strange quark)로 붕괴하는 현상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붕괴 과정에 있는 몇 가지 흥미로운 이상현상을 되짚어 본다. 이들은 표준모형 안에 존재하는 균열을 드러냈고, 이는 그 너머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서론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은 기본 입자들의 성질과 상호작용을 설명하는데 놀랍도록 성공적이었던 이론으로, 그 예측값들은 엄청난 정확도로 실험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우주 내 암흑물질의 겉보기 비율과 물질 쪽으로 심하게 치우쳐 있는 물질-반물질 비율에 대한 우주론적 관측 사실들로부터, 표준모형 이론이 완전하지는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표준모형은 알려진 기본 입자들의 질량 사이의 패턴을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실험 입자물리학의 최근 목표 중 하나는 새로운 입자들과 상호작용들을 발견하여(보통 '새로운 물리학 new physics'이라고 불린다) 이러한 관찰 사실들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 새로운 입자들을 찾는 일은 두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방법은 높은 에너지의 양성자살(proton beam) 혹은 전자살(electron beam)을 충돌시켜 직접적으로 새로운 입자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새로운 입자는 결국 알려진 표준모형 입자들로 붕괴하고, 이 입자들의 성질이 입자물리학 검출기로 측정된다. CERN에 있는 대형 하드론 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의 ATLAS와 CMS 공동연구가 이렇게 전례 없는 에너지와 세기로 양성자살을 충돌시켜 새로운 입자들을 만들어내는 실험의 예이다.

두 번째 방법은 표준모형으로 정확하게 기술될 수 있는 (쿼크로 구성된) 하드론들의 알려진 붕괴 과정의 성질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 경우, 케이온(기묘 쿼크를 포함하는 하드론)이나 b 하드론(맵시 쿼크를 포함)의 붕괴처럼 약한 상호작용(weak interaction)을 통해 이루어지는 과정들이 특별히 흥미롭다. 양자장 이론의 귀결로서, 이러한 붕괴 과정은 붕괴하는 입자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질량-에너지보다 큰 물리 질량을 갖고 있는 순간적 입자(transient particle)들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순간적 입자들은 '가상' 입자(virtual particle)로 불린다. 만약 이 새 입자들이 충분히 무겁다면 붕괴율과 붕괴 산물의 움직임에 대한 표준모형의 예측과 실험값 사이에 큰 오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양들의 정확한 측정값은 LHC의 현재 가능한 충돌 에너지보다 훨씬 큰 질량을 가지고 있는 표준모형 너머의 입자들에 달려 있다. LHC에서 진행 중인 LHCb 실험은 알려진 붕괴 과정들의 성질을 정확히 측정함으로써 새로운 물리학을 탐색하는 실험의 한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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