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뉴스를 읽다가 무심결에 지나친 논문을 다시 살펴 보았다. 학부 때 상대론적 양자역학 연구실에서 배웠던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네이처> 뉴스와 더불어 해당 논문의 초록을 번역하였고, APS Physics에 실린 좀 더 상세한 뉴스에서 이해를 도울 만한 그림을 따왔다.


<네이처> 알려진 제일 무거운 원소의 전자들은 틀을 깬다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1674-2


전자들은 일반적으로 구별된 껍질 안에서 원자핵 주위를 돌지만, 계산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무거운 원소인 오가네손의 외각 전자들은 그 대신 기체 형태로 핵 주위를 돌지도 모른다.


오가네손은 빠르게 붕괴하기에 실험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렵다. 그 대신, 뉴질랜드의 매시 대학교 오클랜드 캠퍼스의 Peter Schwerdtfeger와 동료들은 오가네손 핵 주위에 있는 전자들의 에너지 준위를 계산했다. 더 높은 정확도를 얻기 위해, 연구진은 '상대론적 효과'로 알려진 요소를 고려하였다. 이 요소로 인해 이 원자의 높은 핵 전하가 더 가벼운 원소들에 비해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연구진은 오가네손 안에서는 최외각 전자들의 궤도가 구별되지 않아 바깥 층이 거의 전자 기체처럼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가네손은 비활성 기체로 구분되고 있지만, 이 연구에 따르면 오가네손이 해당 족의 다른 구성원들과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으며, 심지어 상온에서 고체일 수도 있다.



<피지컬 리뷰 레터스> 오가네손의 전자와 핵자 국소화 함수들: 토머스-페르미 한계에 이르다

https://doi.org/10.1103/PhysRevLett.120.053001


초록

페르미온 국소화 함수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무거운 원소인 초중량 원소 오가네손(Og; oganesson)의 전자 및 핵자 껍질 구조 효과를 논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7p 전자 껍질의 스핀-궤도 갈라짐은 매우 크기에(~ 10 eV), Og는 더 가벼운 비활성 기체 원자들과 비교할 때, 꽤 큰 쌍극자 분극도와 더불어 원자가 영역에서 균일 기체와 유사한 거동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Og의 핵자 국소성은 또한 원자가 영역에서 토머스-페르미 기체 거동으로의 전이를 겪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특별히 중성자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이 효과는 단일 입자 오비탈의 높은 밀도에서 기인한다.



APS Physics 가장 무거운 원소는 특이한 껍질 구조를 가지고 있다

https://physics.aps.org/articles/v11/10


그림 1 오가네손은 주기율표에 가장 최근에 추가된 원소 중 하나이다. 이 무거운 원소(Og, 오른쪽 아래)의 전자 구조를 이론적으로 계산해 보니 전자들의 분포가 매끄럽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는 상호작용하지 않는 입자들로 이루어진 기체에서 나타나는 거동이다. 이 균일한 거동은 더 가벼운 원소들인 제논(Xe, 오른쪽 위)이나 라돈(Rn, 오른쪽 중간)에서 관찰되는 껍질 구조와 대조를 이룬다.

화학자/물리학자로서 수소 원자는 항상 마음을 뛰게 한다. 이번 주 <사이언스>에는 수소 원자와 관련된 기초적인 물리량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아래에 두 편의 소개글과 초록, 그리고 그림 1을 번역해서 소개한다.

양성자는 얼마나 큰가?

양성자의 크기에 대해, 뮤온 수소의 분광 분석에서 얻어낸 값과 "일반적인" 수소의 기존 결과들을 평균하여 얻은 값 사이의 차이가 지난 7년간 물리학자들을 혼란스럽게 해왔다. 이제 Beyer et al.은 이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연구자들은 일반적인 수소에 대한 매우 정확한 분광 측정으로 양성자의 크기를 얻어냈다. 놀랍게도, 이 값은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된 과거 측정값들의 평균과 일치하지 않았다. 또한 놀랍게도, 이 값은 뮤온 수소 실험에서 뽑아낸 값과 일치했다. 수수께끼를 푸는 일은 이제 과거 결과들이 새 결과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고 모든 실험에 내재된 계통 오차의 원인을 다시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양성자 반지름의 재검토

모든 원자의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고, 가장 간단한 원자인 수소는 단 하나의 양성자로 구성된 원자핵을 가지고 있다. 이 양성자의 반지름은 매우 작아 약 1 fm 가량 되며(1 fm는 10-15 m), 수소 원자의 반지름보다 6만 배 작다. 양성자는 이렇게 근본적인 입자이기 때문에, 그 크기를 측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10년 이후로 양성자의 크기는 이론가들과 실험가들을 모두 당혹스럽게 해왔다. 전자 대신 전자보다 200배 더 무거운 기본 입자인 뮤온이 양성자를 돌고 있는 특이 수소(exotic hydrogen)의 전이 주파수를 측정해보면, 양성자의 크기가 약 4% 작게 측정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수소 분광 분석 및 전자-양성자 산란 결과와 비교할 때 6σ 수준인 이러한 불일치는 "수소 크기 수수께끼"를 만들어 냈고, 그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격렬한 과학적 논쟁이 벌어졌으나 여태껏 확실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Beyer et al.은 일반적인 수소의 발머 계열 방출선 중 하나인 2S-4P 전이 주파수를 측정한 결과를 제시한다. 이들이 스펙트럼으로부터 얻어낸 양성자 크기값은 뮤온 수소 분광 분석에서 얻어낸 값과 일치하고, 일반적인 수소에 대한 기존 측정 결과들 대부분과 불일치한다. (기존의 측정값들은 매우 많다!) 이들은 또한 자연의 상수 중 가장 정확하게 결정된 상수 중 하나인 뤼드베리 상수(Rydberg constant)가 문헌값과 3 시그마 이상 차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소 원자에서 얻어낸 뤼드베리 상수와 양성자 반지름

초록
"양성자 반지름 수수께끼"의 핵심에는 일반적인 수소 원자(H)와 뮤온 수소 원자(μp)에서 결정된 양성자의 근평균제곱 전하 반지름(rp) 간의 4 시그마 차이가 있다. 저온 수소 원자살을 사용하여 우리는 H의 2S-4P 전이 주파수를 측정하였고, 이로써 뤼드베리 상수 R = 10973731.568076(96) m-1rp = 0.8335(95) fm이라는 값을 얻었다. 우리가 얻은 rp 값은 기존의 H 세계 데이터보다 3.3 합성 표준 편차만큼 작지만, μp 값과는 잘 일치한다. 우리는 이웃의 원자 공명에서 기인하는 양자 간섭으로 발생하는 방출선 이동(line shift)을 제거할 수 있는 비대칭 맞춤 함수(asymmetric fit function)를 쓸 것을 제안한다.

그림 1: 뤼드베리 상수 R과 수소의 RMS 전하 반지름 rp
본 연구에서 얻어낸 rp 값(녹색 다이아몬드)과 μp 분광 분석에서 얻어낸 값(분홍색 띠와 보라색 사각형)은 일치한다. 우리는 H 분광 세계 데이터(파란 띠와 파란 삼각형)에 대해 3.3 합성 표준 편차만큼의 차이를, 기본 상수들에 대한 CODATA 2014 세계 조정(회색 육각형)에 대해서는 3.7 합성 표준 편차만큼의 차이를 발견했다. H 세계 데이터는 15개의 개별 측정값으로 이루어져 있다(검은 원은 광학 측정, 검은 사각형은 마이크로파 측정). H 데이터에 더하여, CODATA 조정값은 중수소 데이터(9개 측정값)과 탄성 전자 산란 데이터를 포함한다. rp 대신 R에 대해서도 거의 동일한 그래프가 얻어지는데, 이는 두 매개변수 간의 강한 상관성 때문이다. 이는 아래쪽 R 축에 나타나 있다.

<화학 종설(Chemical Reviews)>은 화학의 여러 주제를 다루는 리뷰 논문들을 수록하는 학술지인데, 요번 호에 켄 딜(Ken Dill)이 쓴 흥미로운 리뷰가 실렸다. 보통 여기에 실리는 논문들은 엄청 두껍기 때문에 -_-;; 당연히 전체를 다 번역할 수는 없고, 아래에 초록과 목차를 번역한다.

물의 성질은 어떻게 그 분자 구조 및 에너지에 담겨 있는가

초록
물 분자의 구조 안에 어떤 식으로 물의 물성이 담겨 있는가? 이 질문은 지구의 생태계, 지구상의 물질, 지구화학 및 지구물리학, 광범위한 산업화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물은 특이한 액체 및 고체 성질을 가지고 있다. 물은 응집력이 강하다. 물은 부피로 볼 때 변칙 현상을 보이는데, 고체(얼음)가 액체(물) 위에 뜨고, 압력을 가하면 액체가 어는 것이 아니라 고체가 녹으며, 열을 가하면 액체가 수축한다. 물은 어떤 물질보다도 많은 고체 상을 가지고 있다. 물의 과냉각 액체는 발산하는 열역학 반응함수를 보인다. 물의 유리 상은 잘 부서지는 것도 아니고 강한 것도 아니다. 물을 구성하는 이온들, 즉 수소 이온과 수산화 이온은 어떤 이온보다도 빠르게 확산된다. 이온이나 기름을 물에 녹이는 데에는 큰 엔트로피와 열용량이 수반된다. 우리는 이러한 성질들이 어떻게 물의 분자 구조 및 에너지에 담겨 있는지를 이론, 시뮬레이션, 실험에서 얻은 이해를 기반으로 살펴볼 것이다. 더 단순한 액체와 마찬가지로, 물 분자는 거의 구형이고 다른 분자들과 판데르발스 힘을 통해 상호작용한다. 하지만 더 단순한 액체들과는 달리,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물의 수소결합이 열린 사면체 우리 구조를 만들고, 이로써 물의 독특한 부피적 및 열적 성질들이 나타난다.

목차
1. 서론: 왜 물이 그리도 중요한가?
1.1. 물은 생명에 필수적이다
1.2. 물은 인간의 기초적인 필수 요소이며, 또한 인간 갈등의 뿌리이다
1.3. 물은 지구물리학 및 지구화학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1.4. 물은 산업 공정에 필수적이다

2. 어떤 면에서 물은 평범한 물질이지만, 다른 면에서 물은 특이하다

3. 물의 구조-성질 관계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3.1. 물의 양자역학, 전자, 수소결합을 모형화하기
3.2. 물은 원자 수준의 포텐셜을 사용한 반(半)경험적 고전 시뮬레이션으로 모형화되기도 한다
3.3. 물의 방향-병진 결합을 포착한 메르세데스-벤츠 거칠게 간 모형(Mercedes-Benz coarse-grained model)

4. 물의 구조와 에너지 안에 그 성질이 어떻게 담겨 있는가?
4.1. 물은 수소결합으로 인해 더 단순한 액체들보다 더 응집력이 크다
4.2. 물의 부피적 변칙 현상들은 판데르발스 인력과 수소결합에서 기인한 팽창 사이의 경쟁에서 기인한다

5. 물은 많은 고체 결정 (얼음) 상을 보인다

6. 과냉각된 물은 액체-액체 임계점을 보이는가?

7. 비극성 용질을 둘러싼 물의 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7.1. 기름과 물이 항상 섞이는 것은 아니다: 수소성 효과
7.2. 두 수소성 분자는 물 속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7.3. 물은 수소성 표면을 피한다

8. 물은 이온 주변에 용매화 구조를 형성한다
8.1. 이온은 물의 구조를 더 정렬하는지 깨는지에 따라 질서 유발체(kosmotrope) 또는 무질서 유발체(chaotrope)가 된다
8.2. 호프마이스터 효과에서, 염은 비극성 분자들이 물 속에서 뭉치게도 흩어지게도 할 수 있다
8.3. 두 이온이 물 속에서 상호작용할 때, 둘의 용매화 껍질이 용액의 성질을 결정한다

9. 갇힌 공간 및 액체-기체 계면에 있는 물
9.1. 물은 나노튜브 안에서 부분적 수소결합으로 구조를 만든다
9.2. 얼음의 경계: 얼음은 갇힌 공간 및 탄화수소 주위의 포접 우리(clathrate cage)에서 변화한다

10. 분자 구조가 물의 동역학적 성질을 결정한다
10.1. 물은 유리 전이 온도 아래에서보다 위에서 더 빠르게 확산한다
10.2. 저온의 물 및 과냉각된 물의 확산과 점도는 고밀도와 저밀도 물 사이의 상대적인 비율에 의존한다
10.3. 수소 이온과 수산화 이온은 물 안에서 빠르게 확산한다

11. 물 모형을 개선하는 데 어려운 점들

12.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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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에 실린 뉴스글이다. 내 전공을 살려 오랜만에 화학 이야기를 번역해 본다. 속도맵 이미징 기법은 학부 때 있었던 연구실에서 다뤘던 기법이고, SN2와 E2은 유기화학 1 들을 때 유일하게 재미있었던(...) 파트였기에 이 연구는 왠지 정이 간다.

물리화학: 반응 메커니즘의 지문 채취하기

초록
분자 구조의 조그마한 변화도 화학 반응의 양태를 바꿀 수 있지만, 반응 메커니즘을 직접 연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경쟁하는 메커니즘들에 대해 직접적인 이해를 제공하는 이미징 기법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화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화학 반응을 샅샅이 쪼개 반응의 각 단계를 이해해 왔다. 반응의 정확한 메커니즘, 예를 들어 화학 결합이 만들어지고 쪼개지는 순서를 아는 것은, 결과물을 예측하고 분자 및 물질을 설계하며 새로운 화학을 발견하는 초석이 된다. 반응 메커니즘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대개 간접적인 관측에서 얻은 다양한 정보를 결합해야 하기에, 짐작과 추리가 모두 필요하다. Carrascosa et al.1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속도맵 이미징(velocity-map imaging)이라 불리는 기법을 사용하여 하나의 메커니즘도 아니고 서로 경쟁하는 두 메커니즘을 직접적으로 시각화했음을 보고했다.

저자들은 탄소 원자에 붙어 있는 X 반응기가 (음이온 Y-으로 반응에 등장하는) Y 반응기로 대체되는 치환 반응에서 시작했다(그림 1). 이 과정을 일컬어 SN2 메커니즘이라 부르고, 이는 유기화학에서 가장 많은 연구된 메커니즘 중 하나이다. 이 반응의 본질은 X와 Y 중 누가 탄소 원자에 더 강한 결합으로 붙는지를 겨루는 경쟁이라 할 수 있다. 만약 Y가 더 강한 결합을 만든다면 X를 대체한다.

[그림 1] SN2 반응 메커니즘

탄소 원자에 결합한 X 반응기가 (Y- 이온으로 등장하는) Y 반응기로 대체되는 치환 반응은 SN2 메커니즘으로 일어날 수 있다. 반응물 Y-는 탄소 원자 기준으로 X의 건너편 방향으로 다른 유기 반응물에 접근하고, C-Y 결합은 부분적으로 형성되고 C-X 결합은 부분적으로 분해된 전이 상태를 통과한다. 탄소 원자에 붙은 세 개의 치환기(여기서는 수소 원자)는 반응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며, 마치 우산이 뒤집히는 것과 같은 기하 반전(geometrical inversion)을 일으킨다.

SN2 메커니즘은 1930년대에 영국 화학자 Christopher Ingold에 의해 처음으로 자세히 연구되었다2. 이 연구는 많은 양의 추리를 필요로 했으며 여러 조건 하의 다양한 치환 반응을 관찰하여 얻은 두 가지 핵심적인 관찰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첫 번째는, 반응 속도가 두 반응물 모두의 농도에 의존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두 반응물이 메커니즘의 가장 느린 단계(역자 주: 흔히 속도결정단계 rate-determining step라 부른다)에 개입한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로, 생성물 분자의 구조는 유기 반응물의 구조에 대해 항상 뒤집혀 있었다. 이로부터 Y와 X가 탄소에 붙는 결합이 형성되고 분해되는 것이 두 단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일어나며, Y-가 X의 반대 방향에서 탄소 원자에 접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정 중에, 반응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탄소 원자에 붙은 세 개의 치환기는 마치 우산이 뒤집히는 것과 같은 기하 반전(geometrical inversion)을 일으킨다.

Ingold의 방법론은 다소 간접적이었으나, Carrascosa et al.과 같은 연구실 출신의 연구자들이 2008년에 밝혀낸 바3에 따르면 기체 상태에서 SN2 메커니즘을 연구함으로써 좀 더 직접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 접근법에서, 두 반응물은 분리된 기체 분자살(molecular beam) 형태로 발사되어 서로 교차하는데, 이 교차점에서 반응이 일어난다. 분자살을 사용함으로써 반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와 반응물의 속도가 정교하게 조절될 수 있다. 생성물이 산란되는 방향 또한 속도맵 이미징 기법으로 측정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얻은 이미지는 반응 메커니즘의 직접적인 '지문(fingerprint)'이 된다.

Carrascosa와 동료들은 이 접근법을 사용하여 일련의 치환 반응을 연구하였다. 이들은 아이오딘화 메틸(CH3I)의 아이오딘 원자가 염소 원자로 대체되는 간단한 경우에서 시작했다. 저자들은 SN2 메커니즘에서 기대되는 바와 같이, 이 반응에서 생성된 아이오딘화 이온(I-)이, 입사된 염화 이온(Cl-)이 온 방향과 거의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만 산란되었음을 관찰했다(그림 2a). 게다가, 반응 생성물은 에너지적으로 허용되는 가장 빠른 속도에 근접한 속도로 날아갔는데, 이는 들어오는 Cl-의 운동 에너지는 반응에 필요한 만큼을 제외하고는 거의 그대로 생성물 I-의 운동 에너지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생성물의 진동이나 회전으로 흩어진 에너지는 아주 극소량이라는 것이다.

[그림 2] SN2와 E2 반응 메커니즘의 속도맵들

a. 이 도표는 Carrascosa et al.1이 기체 상태에서 염화 이온(Cl-)을 아이오딘화 메틸(CH3I)과 반응시키는 실험을 5만 번 반복하여 얻은 아이오딘화 이온(I-) 생성물의 속도 분포를 보여준다. 색깔은 도표의 각 구역에서 관측된 I- 이온의 개수를 정규화한 값이며, 0(암청색)부터 최댓값(암적색)까지를 표현한다. 충돌은 그림의 중심에서 일어나며, vxvr은 각각 반응물의 경로에 평행한 속도 성분과 수직한 속도 성분을 나타낸다. 각 픽셀의 위치는 생성물의 속도(중심으로부터 가장 멀리 위치한 픽셀은 가장 빠른 속도에 대응)와 산란각을 보여준다. 백색 화살표는 처음에 반응물이 접근하는 방향을 가리킨다. 이 속도맵은 I- 이온이, 입사된 Cl- 이온이 온 방향과 거의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만 산란되었음을 보여주며, 이와 같은 패턴은 전반적으로 SN2 반응의 특징이다. 적색 점선 원은 검출된 SN2 반응의 생성물 I-가 에너지적으로 가질 수 있는 최대 속도를 나타낸다. b. 저자들이 아이오딘화 메틸을 아이오딘화 에틸(CH3CH2I)로 대체했을 때 I-의 속도맵은 눈에 띄게 변화하였는데, 이는 (E2 제거 반응으로 알려진) 다른 종류의 반응이 일어났음을 나타낸다. 백색 점선 원은 E2 반응의 생성물 I-가 에너지적으로 가질 수 있는 최대 속도를 나타낸다.

SN2 메커니즘의 지문을 만들어낸 후, Carrascosa et al.은 좀 더 흥미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다른 반응물을 수반하는 비슷한 과정들에 대해 이미지를 얻어낸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오딘화 메틸의 수소 원자 중 하나가 메틸기로 대체되었을 때(즉 아이오딘화 에틸 CH3CH2I의 경우에), SN2 메커니즘이 일어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 반응의 산란 분포(그림 2b)가 아이오딘화 메틸의 반응에서 기록된 분포와 전혀 닮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생성물은 반대 방향으로 산란되었고, 가장 강력한 산란이 일어난 곳은 그림의 중심에 훨씬 가까웠다.

이 예제는 화학의 흔한 문제를 보여준다. 반응물의 화학적 복잡성이 가장 간단한 경우 너머로 증가하기 시작하면, 종종 두 가지 이상의 반응 양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아이오딘화 에틸과 염소의 경우, 경쟁하는 반응은 E2 제거 반응으로, Cl-가 수소 원자를 메틸기에서 떼어내 염화수소(HCl)를 형성하고, 그 결과로서 해당 유기 반응물의 전자가 재배치되면서 두 탄소 원자 사이에 이중 결합이 형성되고, 결국 에틴(CH2=CH2)이 만들어지면서 I-는 떨어져 나간다. SN2 메커니즘과 마찬가지로, 이 과정은 결합 형성과 분해가 동시에 일어나는 단일 단계 과정이다.

Carrascosa et al.은 SN2와 E2 메커니즘 간의 경쟁을 자세히 연구하기 위해, 다양한 조건 하에서 비슷한 반응들을 여럿 살펴 보았다. 그들이 개발한 직접 시각화 방법 덕분에 그들은 E2 메커니즘에 최소한 두 가지 종류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들은 반응물 할로젠 이온이 이탈기 할로젠 이온과 같은 방향으로 유기 반응물에 접근하는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기체상 방법론들과 마찬가지로, 이 저자들의 접근법은 용매 분자들이 반응 메커니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정보를 주지 않는다. (실제로 유기 반응들은 거의 항상 용액상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만약 Carrascosa et al.의 실험과 같은 실험들이 용액상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에 대한 연구와 접목되면, 그 결과로 반응물 효과와 용매 효과를 분리해내는 새로운 방법을 얻을지도 모른다.

또한 이 저자들의 기법으로 연구할 수 있는 반응의 복잡도에는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한계가 존재한다. 이는 부분적으로 분자 크기가 커짐에 따라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이 더 복잡해지기 때문이나, 또한 큰 분자들을 기체 상태로 만드는 것이 무척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연구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반응의 경우, 간단하게 만든 모델 시스템을 살펴봄으로써 유용한 통찰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새로운 연구는 메커니즘 연구 기법 가운데 초석을 놓는다. 예를 들어, 이 접근법은 부피가 큰 원자단이 분자의 일부를 가릴 때 나타나는 입체 장애 효과 때문에 반응 메커니즘이 변하는 것을 살펴볼 때 사용될 수 있으며, 또한 여러 단계를 거쳐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는 반응들이 실제로 그러한지 연구할 때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소 원자(H)는 가장 간단한 원자 시스템으로, 원자를 기술하는 물리학이 맞는지 테스트하는 기본 예제이다(<수소로 읽는 현대 과학사> 참조). 그리고 가장 간단한 분자 시스템은 이 수소 원자 두 개가 모여 만들어낸 수소 분자 H2로, 역시 분자를 기술하는 물리학의 초석이 된다. 지난 주 <피지컬 리뷰 에이(Physical Review A)>에 실린 논문에서, 저자들은 이 수소 분자의 에너지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상대론적 보정항을 계산하였다. 아래에 초록과 서론을 번역한다.

수소 분자의 바닥 전자 상태에 대한 상대론적 보정

초록
우리는 수소 분자의 바닥 전자 상태에 관한 상대론적 보정의 선도항(leading term)을 다시 계산한다. 이 계산은 전자간 첨단 조건(interelectronic cusp condition)을 만족하는 명시적 상관 함수(explicitly correlated functions)를 사용한 변분법(variational method)으로 이루어진다. 이 계산 접근법 덕분에 수치상의 정확성을 조절할 수 있었고, 이로써 약 여덟 자리의 유효 숫자를 얻었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 계산된 이론 에너지가 알려진 실험값과 어긋난다는 점으로, 이로써 우리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대론적 반동 보정이 기존의 예상보다 더 클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서론
수소 분자의 이론 연구는 분자 양자역학의 주춧돌이다. 그 단순함 덕분에, 그 정확도는 모든 분자 중에서 가장 정확하게 구해져 있고, 동시에 아직 큰 폭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이 H2의 이론적 예측이 갖고 있는 높은 정확도로 인해 양자 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 QED)의 더 정교한 테스트가 가능해졌고, 가설적인 상호작용의 한계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1. 게다가, 10-7 cm-1의 정확도 단계에서 해리 에너지(dissociation energy)는 양성자의 전하 반지름에 크게 의존하므로, 소위 양성자 반지름 수수께끼(proton radius conundrum)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2. 이는 비상대론적 에너지 뿐 아니라 상대론적 선도 보정항 O(α2), QED 보정항 O(α3), 더 고차의 보정항들인 O(α4)와 O(α5)에 대한 정확한 계산을 필요로 한다. 사실, 비상대론적 에너지는 참고문헌 3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미 10-7 cm-1의 정확도까지 계산할 수 있다. O(α4) 항의 경우 매우 최근에 명시적 상관성 가우스 함수(explicitly correlated Gaussian function; ECG function)에 1 + r12/2 전인자를 포함시켜 전자간 첨단 조건을 정확히 만족시킨 방법(rECG)으로 계산된 바 있다4. 이 논문에서 우리는 rECG 함수를 사용하여 상대론적 선도 보정항 O(α2)을 계산한 결과를 보고하며, 참고문헌 5에 수록된 기존 결과들이 수치상의 불확정성을 너무 작게 추산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우리의 방법으로 수치상의 정확도가 서너 자릿수 향상되는데, 이하에서 우리 계산 방법론을 자세하게 기술한다.


<네이처 화학>은 In Your Element라는 섹션을 운영하여 원소를 하나씩 소개한다. 이번 호에는 바나듐에 대한 소개글이 실렸는데, 흥미있을 것 같아 번역해 보았다. (번역해 놓고 보니 엄청 잘 쓴 글은 아닌 듯...)

브이 포 바나듐

왜 내가 학부 전공으로 화학을 선택했는지는 미스터리로, 심지어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나는 일반적인 원리들은 대충 이해했지만, 산화/환원이니 시스/트랜스니 R/S니 하는 세부 사항이나 그 세부 사항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다루는 부분에 오면, 이 모든 내용이 마치 나에게 오른손을 왼손이랑 구분 못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려고 설계된 것만 같았다. 따라서 이 과목에 그리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연구실에서 처음 만난 (그냥 그 존재를 알았다는 것이 아니라 관련 실험을 해보려 했다는 의미로) 것으로 기억하는 원소 중 하나가 바나듐이다. 내가 들은 무기화학실험 수업의 커리큘럼에는 5가 복합체 VO(acac)2(acac는 아세틸아세톤)를 합성하고 분석하는 시간이 있었고, 거기서 나는 화학이 얼마나 다채로울 수 있는지에 관한 생생한 실례를 보았다.

대부분의 전이 금속처럼, 바나듐은 광범위한 산화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주로 +2에서 +5사이에 분포하지만 -1에서 +5까지의 산화 상태가 모두 존재하고 심지어 드물지만 V(CO)53-의 -3까지도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다양한 전자 전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배위결합 복합체(coordination complex)에서 전자 전이는 금속 이온으로부터 리간드로, 혹은 그 반대로 전하를 전이하는 형태로 일어날 수 있다. 이 과정의 들뜸 에너지가 전자기 스펙트럼의 가시광선 영역에서 일어나기에, 시스템이 빛을 흡수하면 특징적인 강렬한 색깔을 띠게 된다. VO(acac)2의 경우 파란색이다.

(대개 리간드를 더하거나 바꾸는 방법으로) 금속의 산화 상태를 바꾸는 것은 배위결합 환경에 영향을 주고, 이는 해당 금속이 결부되어 있는 전하 전이 과정의 에너지를 바꾸게 되며, 따라서 복합체의 색깔을 바꾼다. 내가 수강한 학부 실험 수업의 나머지 시간은 다양한 환원제를 써서 바나듐의 산화 상태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나는 산화 상태가 변화할 때마다 색깔이 급격히 변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며, 이 경험으로 인해 이 원소의 이름을 바나디스(Vanadis)라는 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훌륭한 결정을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바나디스는 보통 프레비아(Frevia)로 알려져 있는 노르웨이의 여신으로, 아름다움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전이 금속 화합물은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데, 덕분에 색소로 이용되기 알맞다. 이들의 풍성한 산화환원 화학은 또한 생체 시스템에서 쓸모를 발휘한다(광합성에서 마그네슘이 사용되는 것을 생각하라). 산화환원 반응은 또한, 당연하게도 전기화학의 핵심에 위치하고, 바나듐 흐름 배터리(vanadium flow battery)는 전극 대신 액체 전해질 안에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배터리는 V4+/V5+와 V2+/V3+의 황산염 수용액을 이온교환막으로 분리하여 양극과 음극 전해질로 사용한다.

전이 금속은 신기한 물리학과도 연결된다. 이들이 고체 상태로 결합하여 응축물질 물리학자들이 강상관전자계(strongly correlated electron system)라고 부르는 시스템을 만들면 놀라운 성질들이 나타난다.

너무도 많이 쓰여서 인간 역사의 한 시기가 통째로 그 이름을 따라 붙여진 철의 전도성과 강자기성은 고대로부터 사용된 두 가지 중요한 성질이다(예를 들어 자철석으로 만든 나침반 바늘). 1980년대 중반에, 일부 산화구리는 액체 질소로 냉각시킬 때 초전도성을 띤다는 것이 알려졌는데, 이 발견으로 J. Georg Bednorz와 K. Alex Müller는 198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동일한 시기에, 얇은 철-크로뮴 박막이 자기장 하에서 강력한 전기 반응성을 보인다는 것이 알려졌고 (이 효과는 이제 거대 자기저항이라는 용어로 불리는데) 오늘날 사용되는 메모리 저장 기술에 토대가 되었다. (이로써 Albert Fert와 Peter Grünberg는 200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 이 모든 성질들은 각 시스템의 전자들이 배열될 수 있는 다양한 조합에서 기인하며, 이제 재료과학자들은 이 거의 무제한의 집합을 다루기에 점차 능숙해지고 있다.

23번 원소 역시 본질적으로 고체 상태에서 매우 흥미롭고 유용한 성질들을 보인다. 예를 들어 이산화바나듐은 상온 밑으로 냉각될 때 전도 금속에서 비전도 절연체로 바뀌는 산화물의 대표적인 예이다. 실제로, 이 금속-절연체 전이는 압력이나 도핑, 전기장 등의 다양한 외부 매개변수들로 조절할 수 있고, 이는 전자기 저항과 광학 성질에 큰 변화를 불러오므로 VO2는 코팅과 센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

다른 전이 금속 원소들과 마찬가지로, 바나듐의 놀라운 화학적 및 물리학적 성질들은 전부 그 d 전자의 풍성한 거동에서 기인한다. 내가 그 작지만 인상적인 경험을 했던 학부 화학 시절에, 나는 이 강상관전자계가 내가 물리학자로서 연구하는 주제를 차지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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