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라이프(eLife)>에 실린 흥미로운 논문 소개글. 유전의 세계는 넘나 심오한 것!

유전: 멘델을 속여먹는 유전자군

초록
wtf 유전자군에 속한 일부 대립유전자(allele)들은 다른 대립유전자를 죽이는 독극물과 자신들을 살리는 해독제를 이용하여 자신들이 퍼져 나가는 확률을 늘릴 수 있다.

본문
눈의 색깔로부터 특정 질환을 가질 확률에 이르기까지 각 개체가 갖는 형질들은 많은 경우 유전자를 통해 부모로부터 그 자식에게 전달된다. 인간과 같은 이배체 생물의 경우, 대부분의 세포는 각 유전자에 대해 두 쌍의 사본(대립유전자)을 갖고 있다. 이 규칙의 예외는 생식세포(정자와 난자)로, 하나의 대립유전자만을 갖고 있다. 멘델의 유명한 분리의 법칙에 따르면, 생식세포의 절반은 특정 유전자의 대립유전자 한 쪽을, 나머지 절반은 나머지 한 쪽을 가진다. 따라서 모친의 대립유전자 양쪽은 모두 자식에게 전달될 확률이 동일하며, 이는 부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부 대립유전자는 멘델의 법칙을 거역하고 동일한 대립유전자를 갖지 않은 생식세포를 죽임으로써 자신들이 다음 세대에 전달될 확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대립유전자를 지닌 유전자는 식물과 균류 뿐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동물에서도 발견되었고, 이들은 얌체 운전자(selfish driver), 생식세포 살해자, 포자 살해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얌체 운전자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그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는 많은 부분이 아직 불분명하나, 그럼에도 그들이 다른 세포를 죽이는 방식을 기준으로 일반적인 분류를 세울 수 있다. '독극물-해독제' 모형에서, 얌체 운전자는 독극물을 만들고, 이 독극물은 독극물의 효과로부터 보호해 주는 해독제가 없는 모든 생식세포를 죽인다(그림 1A와 B). 반면 '살해자-목표물' 모형에서는, 얌체 운전자는 특정 목표 유전자를 가진 생식세포만을 죽이는 독극물을 생산한다(그림 1C).

[그림 1] 얌체 운전자의 독극물-해독제 모형과 살해자-목표물 모형
두 모형 모두에서, 특정 대립유전자는 다음 세대로 전달될 확률이 더 높은데, 이는 그 대립유전자를 갖지 않은 생식세포를 죽이는 독소를 만들기 때문이다. (A, B) 독극물-해독제 모형에서, 세포는 해독제(알약 모양)로 중화시킬 수 있는 독소(해골 모양)를 생산한다. 두 물질을 모두 생산하지 못하는 대립유전자는 회색으로 표시되었다. 단일유전자 모형(A)에서는 동일한 유전자가 대체 전사(alternative transcription)를 통해 독극물과 해독제를 모두 부호화한다. Nuckolls et al.은 유전자 wtf4Schizosaccharomyces 효소 안에 있는 얌체 운전자임을 보인다. Hu et al.wtf 유전자군의 다른 유전자 두 종류(cw9cw27)도 역시 얌체 운전자임을 보였다. 이중유전자 모형(B)에서는 독극물과 해독제를 생산하는 유전자가 서로 다른데, 균류인 Neurospora에서 이와 같은 예를 찾을 수 있다(Hammond et al., 2012). (C) 살해자-목표물 모형에서, 독소는 특정 표지(검은 동심원 모양)를 가진 대립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는 세포만 파괴한다. 이것이 초파리 Drosophila의 경우로, 여기서는 분리 왜곡 대립유전자(Sd; segregation distortion)가 반응자(Rsps; Responder) 표지를 가진 생식세포를 죽인다(Larracuente and Presgraves, 2012).

얌체 운전자가 진화해 온 과정과 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하여, Sarah Zanders와 Harmit Malik이 이끄는 연구팀과 Li-Lin Du가 이끄는 연구팀은 두 종의 효모, Schizosaccharomyces kambuchaS. pombe를 연구했다. 이 두 종은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하고, 심지어 어떤 연구자들은 이 둘을 별도의 종으로 보지 않기도 하나(Rhind et al., 2011), 둘의 교배종은 생식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전의 연구에서, Zanders와 동료 연구자들은 S. kambucha 안에 이 교배종의 생식 능력을 제거하는 얌체 운전자가 최소한 세 종류 존재한다는 것을 보였다(Zanders et al., 2014).

이들 얌체 유전자들의 유전적 정체를 드러내기 위해, Zanders와 Malik의 연구팀은 얌체 운전을 일으키는 염색체 상의 영역을 찾아냈다(Nuckolls et al., 2017).
이 영역 안에서, 이들은 wtf4라는 이름의 얌체 운전자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 유전자는 건방진 이름을 갖고 있는 큰 유전자군의 일원으로, 독극물과 해독제를 모두 만들어 낸다.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Nuckolls et al.은 독극물과 해독제의 형광 버전을 만들어 생식세포 내부와 주변에서 이들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조사했다. 이 아름다운 실험에서 wtf4의 독극물 분자는 고향 세포를 떠나 주변 세포들로 들어갈 수 있는 반면, 해독제 분자는 그를 만든 세포 안에 갇혀 있음이 드러났다.

이와는 독립된 연구로서, Du와 동료들은 wtf 유전자군에 속한 두 가지 다른 유전자, 이름하여 cw9cw27S. pombe의 여러 계통 사이에서 마찬가지로 독극물-해독제 모형을 사용하는 얌체 운전자임을 알아냈다(Hu et al., 2017). 이들은 cw9cw27의 대립유전자 양쪽을 모두 갖고 있지 않은 변이 이배체 세포주가 그 두 유전자에 대해 한쪽 대립유전자씩만 갖고 있는 세포주에 비해 더 많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는 이 두 유전자가 모두 얌체 운전자임을 암시한다. 이들이 cw9cw27 각각에 대해 한쪽 대립유전자만 갖고 있는 이배체 변이체를 만들었을 때, 이 효모 세포주는 두 유전자 중 하나의 한쪽 대립유전자만 없는 세포주에 비해 더 살아남기 힘들었다. 이는 이 두 유전자가 서로를 돕지 않고, 세포의 생존률에 독립적으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다른 세포들을 죽일 수 있는, 같은 유전자군에 속한 유전자들을 찾아냄으로써, 그리고 그들의 행동 양식을 조사함으로써, 이 두 연구팀의 연구는 멘델이 주장한 유전 법칙을 위배하는 유전자들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증진시킨다. 향후 이 분야의 연구로 인해 우리는 이기적 유전요소들이 유전적 다양성에 미치는 충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써 식물, 균류, 동물, 심지어 인간과 같은 다양한 종에서 이와 같은 메커니즘이 불임과 같은 조건들에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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