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 관한 흥미로운 계산 생물리학 연구. 한 때 나도 바이러스 진화 연구를 하긴 했었지... 요번에는 본문에서 대표적인 그림 두 개를 뽑아 번역하여 수록하였다. (그림을 예쁘게 다듬는 건 너무 힘들어서 포기)

바이러스를 만드는 데 드는 에너지 비용

중요성
바이러스의 에너지 원천은 온전히 그 숙주뿐이다. 많은 수의 실험 연구 덕분에 바이러스가 숙주의 대사 과정을 재구성하고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아직 감염의 에너지 정보는 정량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의 에너지 정보는 바이러스학 내의 더 넓은 진화적/물리학적 질문의 핵심에 놓여 있다. 이 논문에서는 서로 다른 바이러스 경로에 따른 에너지 비용을 계산함으로써, 바이러스 진화의 정량적 예측을 가능하게 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바이러스에게 있어 번역 과정이 바이러스를 만드는 데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한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고, 또한 유전자 부동(genetic drift)이 아니라 선택이 바이러스 지놈에 등장한 새로운 유전 요소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초록
바이러스는 자생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비록 많은 실험 연구로 인해 바이러스가 숙주의 분자 자원을 훔쳐 쓰는 기생체라는 것은 분명해졌지만, 바이러스 합성의 에너지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추산치는 거의 알려진 바 없다. 바이러스가 숙주로부터 훔쳐 쓰는 에너지 비용을 정량화하기 위해, 우리는 T4 바이러스와 독감 바이러스라는, 매우 다른 두 가지 대표적인 DNA와 RNA 바이러스에 대해 이 비용을 추산하였다. 그리하여 이 바이러스들의 경우 바이러스 단백질의 번역 과정이 에너지적으로 가장 비싼 과정임을 알아냈다. 흥미롭게도, T4 파지를 만드는 비용과 독감 바이러스를 만드는 비용은 거의 동일했다. 그러나 독감 바이러스의 더 높은 방출량(burst size) 때문에, T4 파지 감염에 드는 전체 비용은 독감 바이러스 감염에 드는 비용에 비해 2-3% 밖에 되지 않았다. 숙주의 전체 에너지 예산과 비교하여 감염된 숙주가 들여야 하는 감염으로 인한 비용을 계산해 보면, T4 감염은 숙주 에너지 예산의 1/3을 쓰는 반면, 독감 감염은 예산의 1% 밖에 소모하지 않는다. T4에 관한 추산치로부터 우리는 이중나선 DNA 파지의 에너지 비용이 껍질 단백질의 크기에 어떻게 비례하는지를 보였고, 이로써 바이러스를 만드는 데 드는 주된 비용이 임계 크기를 넘어가면 번역 과정에서 유전자 복제 과정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였다. 끝으로, 바이러스의 에너지 비용에 관한 우리의 예측에 기반하여, 우리는 에너지 제한 조건 하에서 바이러스 지놈 상에 새로 등장한 유전 요소에 작용하는 선택과 유전자 부동의 크기를 추산하였다.

그림
1 (왼쪽): T4 파지 감염의 에너지 정보. 바이러스 생산에 필요한 과정의 직접적인 비용과 전체 비용은 아래첨자로 구분할 수 있다(직접적인 비용은 PD, 전체 비용은 PT로 표시). 전사 과정(3번 단계), 번역 과정(4번 단계), 지놈 복제 과정(5번 단계), 지놈 포장(7번 단계)에 필요한 에너지를 표기하였다.
2 (오른쪽): 독감 감염의 에너지 정보. 바이러스 생산에 필요한 직접적인 비용과 전체 비용은 아래첨자로 구분할 수 있다(직접적인 비용은 PD, 전체 비용은 PT로 표시). 바이러스 침투(2, 3번 단계), 세포 내 이동(4, 5, 9번 단계), 전사 과정(6번 단계), 번역 과정(7번 단계), 지놈 복제 과정(8번 단계), 바이러스 방출(10번 단계)에 필요한 에너지를 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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