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포스팅. 최근 한동안 나도 독감 때문에 고생했어서 남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교 공동체에 속한 계절성 독감 감염자의 날숨 속에 있는 감염성 바이러스

https://doi.org/10.1073/pnas.1716561115


중요성

인간에 대해서는 독감 바이러스를 에어로졸 형태로 발산하는 사례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기에 공기 중 전염의 중요성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었다. 우리는 인간이 감염성 에어로졸을 생산한다는 결정적인 증거와 더불어 전염과 공중 위생 개입에 대한 수학적 모형들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량적인 데이터를 제시한다. 우리는 재채기는 독감 바이러스의 에어로졸화에서 흔치 않을 뿐더러 중요하지도 않음을 보인다. (기침 역시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상기도 및 하기도 감염은 서로 독립적이며 날숨에 포함된 미세 에어로졸 입자는 허파 감염을 나타낸다는 것을 찾았으며, 이 발견으로 독감 감염 및 전염에 관한 인간 생물학의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해졌다. 우리는 또한 백신을 반복해서 맞는 것과 바이러스 에어로졸의 생성 증가 사이의 상관성을 관찰했는데, 이는 우리 방법론의 위력을 보여주는 한편, 이 상관성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초록

날숨 속에 포함된 독감 바이러스의 양과 전염성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이로 인해 공기 중 독감 전염의 중요성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했다. 우리는 급성 호흡기 질환에 걸린 355명의 자원자를 받아 그 중 독감 감염이 확인된 142개의 증례를 보고한다. 이들로부터 증상이 나타난 뒤 1-3일 동안 코인두(咽頭) 샘플과 30분의 숨 샘플을 채취하였다. (5-µm보다 크면 굵은 입자로, 작으면 미세 입자로 분류하였다.) 우리는 모든 샘플에 대해 바이러스 RNA 복제본의 수를 측정하고, 코인두를 채취한 면봉과 미세 에어로졸 입자를 배양시켰다. 미세 에어로졸 입자로부터 감염성 바이러스를 복원한 것은 52번(39%), 적절한 배양액에 둔 코인두 면봉에서 감염성 바이러스를 복원한 것은 150번(89%)이었다. RNA 복제본의 수의 기하 평균값은 30분 미세 입자의 경우 3.8 × 104, 30분 굵은 입자의 경우 1.2 × 104, 그리고 코인두 면봉의 경우 8.2 × 108였다. 미세 에어로졸 입자와 굵은 에어로졸 입자에서 나온 바이러스 RNA는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 및 기침의 횟수와 양의 상관 관계를 보였고, 조절된 모형 하에서 증상이 나타난 이래 지나간 일수와 음의 상관 관계를 보였다. 미세 에어로졸 입자의 바이러스 RNA는 또한 이번 및 지난 계절에 독감 백신을 맞았는지의 여부와 양의 상관 관계를 보였다. 코인두 면봉에서 나온 바이러스 RNA는 상기도 증상들과 양의 상관 관계를 보였고 나이와는 음의 상관 관계를 보였지만, 미세 에어로졸 입자와 굵은 에어로졸 입자에서 나온 바이러스 RNA 혹은 그들의 예측 변수와는 유의미한 상관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재채기는 드문 현상이고, 재채기와 기침은 감염성 에어로졸을 만드는 것에 꼭 필요하지 않았다. 우리의 관찰 사실들은 상기도와 하기도의 독감 감염이 구분되어 있으며 서로 독립적임을 암시한다.

내가 너무 <이라이프>를 편애하는 것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이 논문은 소개해야겠어서 또 <이라이프> 논문을 들고 왔다. (게다가 이 논문 저자 중에 내 사형(師兄)이 포함되어 있다 ㅋㅋ) 아래에 초록과 요약문을 번역한다.

숙주의 단백질 항상성이 독감 진화를 조절한다

초록
RNA 바이러스 진화를 예측하고 조절하려면 이 병원체에 접근할 수 있는 변이 판도(mutational landscape)를 규정하는 분자 요소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RNA 바이러스는 대개 변이 속도가 빠르기에, 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생물리 성질을 갖는 단백질 변이들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 이에 따라 단백질 접힘과 기능에 위협이 가해지고, 이 위협에 의해 바이러스의 진화가 제한된다. 우리는 숙주의 단백질 항상성 유지 메커니즘이 바이러스 단백질 변이체들의 적응도에 대한 주요 결정 인자로서 바이러스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힘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안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화학적으로 통제된, 다양한 단백질 항상성 환경을 가진 숙주 세포 안에서 독감 바이러스를 증식시켰다. 우리는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체에 작용하는 선택압의 본성과 특정 변이 궤적의 접근 가능성이 모두 숙주의 단백질 항상성에 의해 유의미한 영향을 받았음을 알아냈다. 이 발견으로 바이러스 진화를 결정하는 숙주-병원체 상호작용의 특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숙주의 단백질 항상성을 조절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저항성을 획득하기 어려운 항바이러스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에도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요약
독감 바이러스는 우리의 면역계에 침입하여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화시킴으로써 치료에 대한 저항성을 키운다. 특별히, 그들의 유전체에 발생하는 변이들로 인해 독감 바이러스 단백질들이 변형되어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방어 체계를 공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들 변이들은 공짜가 아니고, 바이러스 단백질들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안정한 3차원 구조를 만드는 과정("단백질 접힘"이라 불린다)을 방해하여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인간 세포 안에는 샤페론(chaperone)이라 불리는 단백질들이 존재해 우리의 다른 단백질들이 올바로 접힐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독감 바이러스들은 스스로 샤페론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대신 숙주의 샤페론을 훔쳐서 사용한다. 따라서 숙주의 샤페론들은 바이러스의 증식 능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숙주 샤페론들이 바이러스의 진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 논문에서 Phillips et al.은 포유류 세포를 이용해 숙주 샤페론들이 어떻게 진화하는 독감 바이러스 군집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이들은 먼저 세포들을 조작하여 각각 정상 샤페론 수치, 높은 샤페론 수치, 혹은 비활성 샤페론을 가진 세포들을 만들어냈다. 다음으로 H3N2 독감 바이러스를 약 200 세대에 걸쳐 이들 다른 조건에서 키운 후, 유전자 서열을 뽑아내 이 바이러스가 각 특징적인 숙주 샤페론 환경에서 어떻게 진화했는지 조사했다.

Phillips et al.은 숙주 샤페론들이 독감 바이러스 군집에서 변이가 누적되는 속도 및 독감 유전체에 누적되는 변이의 종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Hsp90이라 불리는 샤페론이 비활성화되었을 경우, 바이러스 군집에서 변이들이 기존 유전자를 대체하는 속도는 정상 혹은 높은 샤페론 수치를 가진 세포들에 비해 훨씬 느렸다. 게다가, 일부 특정 변이들은 높은 샤페론 수치의 세포들에서 더 번성했지만, 다른 변이들은 샤페론이 비활성화된 세포에서 더 번성했다.

이 결과는 독감의 진화가 숙주 샤페론 수치에 의해 복잡하고 중요한 방식으로 영향 받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샤페론이 어떤 단일 변이의 효과를 향상시키는지 방해하는지는 미리 예측하기 힘들다. 이 발견은 매우 중요한데, 이는 독감 바이러스가 사용할 수 있는 샤페론은 조직에 따라, 개체에 따라, 감염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바이러스가 스스로를 변형하고 진화하는 능력은 샤페론의 맥락에 따라 다르게 영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발견은 같은 목적으로 숙주 샤페론을 훔쳐 쓰는 HIV나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은 다른 바이러스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샤페론이 바이러스의 적응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발열이나 바이러스의 숙주 전환 등과 같이 병리적으로 유의미한 조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이러한 효과를 정량화해야 할 것이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장차 이러한 통찰력이 바이러스가 저항성을 진화시킬 수 없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박사 때 바이러스 연구에 손을 잠시 담가서 그런지,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꾸준히 관심이 있다. 특히 인플루엔자는 (나름 논문도 한 편 있는데)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_= 기회가 될 때마다 관련 논문을 살펴 본다. 이번에 <구조생물학의 동향>에 관련 논문이 올라와서 초록과 서론을 번역한다.

인플루엔자 A 특이성에 관한 통찰: 패러다임의 진화

초록
인플루엔자 수용체가 갖고 있는 특이성을 분자 레벨에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이는 결합 세기를 정량적으로 측정한 데이터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글라이칸 배열칩 데이터가 애초에 정성적이고 가변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바이러스의 글라이코실화 과정이 미치는 다양한 영향과, 글라이칸 배열칩에 올릴 수 있는 생물학적으로 의미있는 수용체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다는 것 또한 연구의 장애물이 된다. 이 글에서는 수용체의 구조적 성질을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며, 결론으로서 구조 엔트로피가 특이성을 정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한 가지 최근에 보고된 예로써, Siaα2-6Gal 서열로 끝나며, 헤마글루티닌 삼분자체(hemagglutinin trimer)의 결합 부위 두 군데와 두 자리 상호작용(bidentate interaction)을 형성하는 이중 안테나 구조의 수용체들의 능력이 그렇다. 두 자리 상호작용으로부터 Siaα2-6 수용체가 인간 전염성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과 결합했을 때 열린 우산 구조를 갖는다는 관찰 결과를 설명할 수 있으며, 이 관점으로부터 바이러스의 결합 능력과 세포 조직에 대한 친화성을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서론
야생 새들은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의 1차적인 자연 상태 저장소이며[1], 5천만 명 가량을 죽인 1918년 스페인 독감 대유행[2]은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자발적 변이로 인간-인간 전염성을 획득한 결과라고 여겨지고 있다[3, 4]. 동물 매개 감염 독감이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5], 이 경우 감염된 동물과 직접 접촉해야만 한다[6]. 대유행을 불러오는 그 다음 특성인 인간-인간 전염성은 바이러스가 추가로 유전적 변이를 획득해야만 얻을 수 있다[5, 6]. Reperant et al. [5]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동물 매개 감염 바이러스가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으려면 세 가지의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동물-인간 전염성, 바이러스-세포 상호작용, 그리고 인간-인간 전염성이 그들이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독감 유행은, 인간-인간 전염성을 획득했으며, 충분한 변이를 거쳐서 인간 개체군 내에 이미 존재하는 면역 시스템을 피할 수 있을 만한 바이러스 계통들이 서로 돌아가며 일으킨다[7].

스페인 독감과는 대조적으로, 2009년의 조류 독감 대유행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지나갔다[8].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독감이 퍼져나가는 빠른 속도로 인해 세계 보건 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9]. 첫 사례가 발생한지 6주 안에 조류 독감은 70개 이상의 나라로 퍼져 나갔고[10], 새로운 백신이 개발될 필요가 있었다. H5N1과 같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PAI; 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의 경우, 인간 적응 문제가 특별한 우려점이었다. 비록 자주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조류 H5N1에 감염된 인간의 사례가 16개국에서 보고되었으며, 약 60%의 사망률을 보였던 것이다[11]. 따라서 대유행에 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 발생하는 바이러스 계통들의 발병력을 예측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플루엔자 특이성의 기본 원리를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숙주의 글라이칸 구조와 인플루엔자 특이성의 관계를 글라이칸의 세부 구조와 동역학의 핵심적인 역할을 찾아낸 최근 데이터에 비추어 다시 검토하고자 한다.

인플루엔자 A의 분류는 헤마글루티닌(HA; hemagglutinin)과 뉴라미니데이즈(NA; neuraminidase) 껍질 단백질의 항원 특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플루엔자 HA는 동형 삼분자체 당단백질로, 이를 이루고 있는 단위 분자들은 각각 구형의 머리 부분(HA1)과 줄기 부분(HA2)을 가지고 있다[12]. 각 HA1 부분은 수용체 결합 부위(RBS; receptor binding site)을 가지고 있는데,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달라붙을 때 이 부위를 시알산(sialic acid)을 포함하고 있는 숙주의 글라이칸과 결합시킨다. 열여덟 가지 세부 종류의 헤마글루티닌이 존재하며, 그들은 항원 특성에 따라 두 그룹으로 분류된다. 1번 그룹은 H1-2, H5-6, H8-H9, H11-13, H16으로 구성되고, 2번 그룹은 H3-4, H7, H10, H14-15로 구성된다. 가장 많이 연구된 HA는 H1, H3, H5이다[13, 14]. NA 단백질은 세포가 감염된 후 시알산을 숙주의 수용체 글라이칸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로써 자손 바이러스들이 숙주 세포의 표면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15]. 저온전자현미경 단층 촬영으로부터 단백질 껍질에 약 300개의 HA 단백질이 존재함을 알았고[16], HA와 NA의 비율은 바이러스 계통에 따라 4:1에서 6:1까지 달라진다[16, 17]. 특정 독감 계통이 인간을 감염시키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복합적인데, 예를 들어 노출 정도, 새로 감염된 개체가 스스로 복제하는 속도, 글라이칸이 바이러스 표면 HA에 달라붙는 정도, 바이러스 표면 NA의 활동도 등이 있다[15, 18, 19, 20, 21, 22, 23]. 게다가, NA의 효소 활동도는 HA의 결합 세기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15, 22]. 만약 NA가 HA의 결합 세기에 비해 지나치게 활동적이면,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를 감염시키는 능력을 감소시키게 된다. 반대로, NA가 상대적으로 약하면 자손 바이러스들이 떨어져 나가기 힘들어진다.

수용체의 특이성에 더하여 동물 매개 감염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는, pH로 매개되는 엔도솜 융합에 대한 HA의 감도 차이[24]와 바이러스의 라이보핵단백질 복합체가 숙주의 핵으로 옮겨지는 과정(숙주 적응)의 효율 차이[25]가 있다. 게다가 전염과 복제의 용이성은 숙주 조직 수용체들의 분포와 구성에도 의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이러스 부착 연구에 따르면 인간 독감 바이러스들은 조류 바이러스에 비해 인간의 기도와 기관지에 더 강하게 달라붙으며, 다양한 종류의 세포에 결합한다[26]. 따라서, 적절한 수용체가 없다는 것이 인간 내에서 조류 바이러스가 전염되고[27] 복제되는[28, 29] 효율이 좋지 않은 이유로 여겨진다. 세포 조직에 대한 이러한 친화성의 분자적 기초를 밝혀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다[28, 30, 31, 32].


바이러스에 관한 흥미로운 계산 생물리학 연구. 한 때 나도 바이러스 진화 연구를 하긴 했었지... 요번에는 본문에서 대표적인 그림 두 개를 뽑아 번역하여 수록하였다. (그림을 예쁘게 다듬는 건 너무 힘들어서 포기)

바이러스를 만드는 데 드는 에너지 비용

중요성
바이러스의 에너지 원천은 온전히 그 숙주뿐이다. 많은 수의 실험 연구 덕분에 바이러스가 숙주의 대사 과정을 재구성하고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아직 감염의 에너지 정보는 정량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의 에너지 정보는 바이러스학 내의 더 넓은 진화적/물리학적 질문의 핵심에 놓여 있다. 이 논문에서는 서로 다른 바이러스 경로에 따른 에너지 비용을 계산함으로써, 바이러스 진화의 정량적 예측을 가능하게 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바이러스에게 있어 번역 과정이 바이러스를 만드는 데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한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고, 또한 유전자 부동(genetic drift)이 아니라 선택이 바이러스 지놈에 등장한 새로운 유전 요소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초록
바이러스는 자생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비록 많은 실험 연구로 인해 바이러스가 숙주의 분자 자원을 훔쳐 쓰는 기생체라는 것은 분명해졌지만, 바이러스 합성의 에너지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추산치는 거의 알려진 바 없다. 바이러스가 숙주로부터 훔쳐 쓰는 에너지 비용을 정량화하기 위해, 우리는 T4 바이러스와 독감 바이러스라는, 매우 다른 두 가지 대표적인 DNA와 RNA 바이러스에 대해 이 비용을 추산하였다. 그리하여 이 바이러스들의 경우 바이러스 단백질의 번역 과정이 에너지적으로 가장 비싼 과정임을 알아냈다. 흥미롭게도, T4 파지를 만드는 비용과 독감 바이러스를 만드는 비용은 거의 동일했다. 그러나 독감 바이러스의 더 높은 방출량(burst size) 때문에, T4 파지 감염에 드는 전체 비용은 독감 바이러스 감염에 드는 비용에 비해 2-3% 밖에 되지 않았다. 숙주의 전체 에너지 예산과 비교하여 감염된 숙주가 들여야 하는 감염으로 인한 비용을 계산해 보면, T4 감염은 숙주 에너지 예산의 1/3을 쓰는 반면, 독감 감염은 예산의 1% 밖에 소모하지 않는다. T4에 관한 추산치로부터 우리는 이중나선 DNA 파지의 에너지 비용이 껍질 단백질의 크기에 어떻게 비례하는지를 보였고, 이로써 바이러스를 만드는 데 드는 주된 비용이 임계 크기를 넘어가면 번역 과정에서 유전자 복제 과정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였다. 끝으로, 바이러스의 에너지 비용에 관한 우리의 예측에 기반하여, 우리는 에너지 제한 조건 하에서 바이러스 지놈 상에 새로 등장한 유전 요소에 작용하는 선택과 유전자 부동의 크기를 추산하였다.

그림
1 (왼쪽): T4 파지 감염의 에너지 정보. 바이러스 생산에 필요한 과정의 직접적인 비용과 전체 비용은 아래첨자로 구분할 수 있다(직접적인 비용은 PD, 전체 비용은 PT로 표시). 전사 과정(3번 단계), 번역 과정(4번 단계), 지놈 복제 과정(5번 단계), 지놈 포장(7번 단계)에 필요한 에너지를 표기하였다.
2 (오른쪽): 독감 감염의 에너지 정보. 바이러스 생산에 필요한 직접적인 비용과 전체 비용은 아래첨자로 구분할 수 있다(직접적인 비용은 PD, 전체 비용은 PT로 표시). 바이러스 침투(2, 3번 단계), 세포 내 이동(4, 5, 9번 단계), 전사 과정(6번 단계), 번역 과정(7번 단계), 지놈 복제 과정(8번 단계), 바이러스 방출(10번 단계)에 필요한 에너지를 표기하였다.


+ 최신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