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 선생은 지구 정복이 꿈인가 보다. 이제 심지어 바이러스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까지 성공! 짤막하게 초록을 번역하고 조립체가 어떻게 조립되는지 보여주는 그림 1B를 첨부한다.


스스로의 RNA 유전체를 포함할 수 있는 설계된 단백질 조립체의 진화

https://doi.org/10.1038/nature25157


초록

복잡한 생화학 환경 속에서 진화하기 위해 겪는 어려움으로는 유전자형과 표현형을 연결하는 문제와 유전 물질을 보호하는 문제가 있는데, 생체 시스템들은 핵산을 단단히 포장함으로써 이 문제들을 우아하게 풀어낸다. 가장 간단한 예로서, 바이러스는 껍질 단백질(capsid)로 자신들의 유전체를 싼다. 비록 자연에 존재하는 이러한 시스템을 변형하여 친화성(tropism)을 바꾸거나 특정 단백질 및 펩타이드를 만들게 하는 연구들이 진행되기는 했으나, 모듈성을 포기하고 효율성을 추구해 온 수십억 년의 진화로 인해 바이러스 껍질 단백질을 고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바이러스에서 기인하지 않은 단백질로 만들어진 합성 시스템은, 바이러스와 연관된 안전상의 위험 및 조작의 어려움을 피하는 한편, 약물 전달 및 다른 생체의학 응용 분야에 필요한 성질을 진화시키는 '빈 서판'을 제공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 우리는 20면체 단백질 조립체이자 내부 막이 양전하를 띠어 자신의 전체 mRNA 유전체를 포장할 수 있는 핵 껍질 단백질(nucleocapsid)을 계산으로 설계하고 합성하였다. 우리는 이 핵 껍질 단백질이 바이러스와 유사한 성질을 진화로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장균을 발현 숙주로 삼아 다양한 개체군을 만들었다. 몇 세대 진화를 시키자, 유전체 포장 효율(133배 이상), 혈액 속의 안정성(주사 후 6시간 뒤에 포장된 RNA가 살아남은 비율이 3.7% 미만에서 71%로), 체내(in vivo) 순환 시간(5분 미만에서 약 4.5 시간으로)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진화의 결과로 만들어진 합성 핵 껍질 단백질은 11개의 20면체 조립체 당 하나 꼴로 전체 RNA 유전체를 포함하는데, 이 비율은 재조합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 벡터의 최고 기록과 유사하다. 이 결과는 단백질 조립체가 바이러스와 유사한 유전체 포장 및 보호 능력을 획득할 수 있는 단순한 진화 경로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그간 약물 전달 및 백신에의 응용을 위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바이러스를 조작하기 위한 '하향성' 접근법에 많은 노력을 들여 왔지만, 계산을 통해 합성 나노물질을 설계하고 진화를 통해 그들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법의 개발로 이제 프로그램성과 조작성에 많은 장점이 있는, 이에 보완적인 '상향성' 접근법이 가능해졌다.


<네이처>는 오랜만이네. 언어와 진화라니, 내가 좋아하는 두 주제가 다 있다! 그런데 이걸 생물학 카테고리에 넣어야 하나;;;


/* 시작하기 전에 번역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drift는 목적 없이 떠다닌다는 의미로 일상 용어로는 부유(浮遊) 혹은 표류로 번역되는데, 유독 진화생물학에서는 genetic drift를 "유전자 부동(浮動)"이라고 번역한다. 아마도 일본어의 영향[1]으로 보이는데, 우리말로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不動과 헷갈릴 소지가 있어서 별로 바람직한 번역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번역은 "유전적 표류" 정도가 될 것이다. 오늘 초록에서는 "drift"라는 단어가 두 가지 용법으로 쓰이는데, "genetic drift"는 기존의 번역어를 존중하여 "유전자 부동"으로 번역했지만, "stochastic drift"는 "확률 표류"로 번역했다. */


언어 변화의 진화적 동력들을 검출하다

https://doi.org/10.1038/nature24455


초록

언어와 유전자는 모두 그 형태를 복제할 때 변이될 가능성을 안고 세대를 거쳐 전파되면서 진화한다. 유전자 빈도수가 자연 선택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유전자 부동에 의해 임의로 변화한다는 이해는 진화생물학의 주요한 진보였다. 확률 표류는 언어적 형태가 화자 사이에서 복제될 때 나타나는 임의성을 고려하면 언어에서도 일어나야 한다. 이 연구에서 우리는 언어 진화에서 선택에 대한 확률 표류의 크기를 정량화하였다. 우리는 12세기에서 21세기에 만들어진 텍스트에 주석을 달아 분류한 큰 말뭉치에서 뽑아낸 시계열 데이터를 이용하여 영어의 유명한 문법적 변화 세 가지, 즉 과거형 동사의 규칙화, 우언법(迂言法) 'do'의 도입, 동사 부정법의 변천을 분석하였다. 어떤 경우에는 선택이 확률 표류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다른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일부 과거형 동사에 대해서는 불규칙 형태에 대한 선택을 관찰할 수 있었고, 이는 아마도 시간에 따라 운율 양식의 선호도가 변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는 흔히 쓰이지 않는 단어들에 대해서는 확률 표류가 더 강력함을 보였고, 이로써 왜 흔히 쓰이지 않는 단어들이 자주 쓰이는 단어들에 비해 더 잘 대체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는 언어 변화의 선택 이론을 영 모형(null model)에 대해 시험하는 방법론을 제시하며, 언어 진화에 있어 그간 잘 인지되지 않던 확률성의 역할을 드러낸다.

내가 너무 <이라이프>를 편애하는 것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이 논문은 소개해야겠어서 또 <이라이프> 논문을 들고 왔다. (게다가 이 논문 저자 중에 내 사형(師兄)이 포함되어 있다 ㅋㅋ) 아래에 초록과 요약문을 번역한다.

숙주의 단백질 항상성이 독감 진화를 조절한다

초록
RNA 바이러스 진화를 예측하고 조절하려면 이 병원체에 접근할 수 있는 변이 판도(mutational landscape)를 규정하는 분자 요소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RNA 바이러스는 대개 변이 속도가 빠르기에, 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생물리 성질을 갖는 단백질 변이들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 이에 따라 단백질 접힘과 기능에 위협이 가해지고, 이 위협에 의해 바이러스의 진화가 제한된다. 우리는 숙주의 단백질 항상성 유지 메커니즘이 바이러스 단백질 변이체들의 적응도에 대한 주요 결정 인자로서 바이러스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힘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안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화학적으로 통제된, 다양한 단백질 항상성 환경을 가진 숙주 세포 안에서 독감 바이러스를 증식시켰다. 우리는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체에 작용하는 선택압의 본성과 특정 변이 궤적의 접근 가능성이 모두 숙주의 단백질 항상성에 의해 유의미한 영향을 받았음을 알아냈다. 이 발견으로 바이러스 진화를 결정하는 숙주-병원체 상호작용의 특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숙주의 단백질 항상성을 조절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저항성을 획득하기 어려운 항바이러스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에도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요약
독감 바이러스는 우리의 면역계에 침입하여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화시킴으로써 치료에 대한 저항성을 키운다. 특별히, 그들의 유전체에 발생하는 변이들로 인해 독감 바이러스 단백질들이 변형되어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방어 체계를 공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들 변이들은 공짜가 아니고, 바이러스 단백질들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안정한 3차원 구조를 만드는 과정("단백질 접힘"이라 불린다)을 방해하여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인간 세포 안에는 샤페론(chaperone)이라 불리는 단백질들이 존재해 우리의 다른 단백질들이 올바로 접힐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독감 바이러스들은 스스로 샤페론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대신 숙주의 샤페론을 훔쳐서 사용한다. 따라서 숙주의 샤페론들은 바이러스의 증식 능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숙주 샤페론들이 바이러스의 진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 논문에서 Phillips et al.은 포유류 세포를 이용해 숙주 샤페론들이 어떻게 진화하는 독감 바이러스 군집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이들은 먼저 세포들을 조작하여 각각 정상 샤페론 수치, 높은 샤페론 수치, 혹은 비활성 샤페론을 가진 세포들을 만들어냈다. 다음으로 H3N2 독감 바이러스를 약 200 세대에 걸쳐 이들 다른 조건에서 키운 후, 유전자 서열을 뽑아내 이 바이러스가 각 특징적인 숙주 샤페론 환경에서 어떻게 진화했는지 조사했다.

Phillips et al.은 숙주 샤페론들이 독감 바이러스 군집에서 변이가 누적되는 속도 및 독감 유전체에 누적되는 변이의 종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Hsp90이라 불리는 샤페론이 비활성화되었을 경우, 바이러스 군집에서 변이들이 기존 유전자를 대체하는 속도는 정상 혹은 높은 샤페론 수치를 가진 세포들에 비해 훨씬 느렸다. 게다가, 일부 특정 변이들은 높은 샤페론 수치의 세포들에서 더 번성했지만, 다른 변이들은 샤페론이 비활성화된 세포에서 더 번성했다.

이 결과는 독감의 진화가 숙주 샤페론 수치에 의해 복잡하고 중요한 방식으로 영향 받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샤페론이 어떤 단일 변이의 효과를 향상시키는지 방해하는지는 미리 예측하기 힘들다. 이 발견은 매우 중요한데, 이는 독감 바이러스가 사용할 수 있는 샤페론은 조직에 따라, 개체에 따라, 감염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바이러스가 스스로를 변형하고 진화하는 능력은 샤페론의 맥락에 따라 다르게 영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발견은 같은 목적으로 숙주 샤페론을 훔쳐 쓰는 HIV나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은 다른 바이러스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샤페론이 바이러스의 적응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발열이나 바이러스의 숙주 전환 등과 같이 병리적으로 유의미한 조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이러한 효과를 정량화해야 할 것이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장차 이러한 통찰력이 바이러스가 저항성을 진화시킬 수 없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라이프>에 실린 이 기사는 제목을 딱 보는 순간 번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내용이라 전문을 번역한다. 귀찮아서 각주는 생략.

석기 사용: 원숭이가 조개를 남획하다

초록
태국의 마카크원숭이들이 석기를 사용한 결과 해안 조개류의 크기와 군집 밀도가 감소했다. 기존에는 남획 효과가 오직 인간 활동에 의해서만 일어난다고 여겨졌다.

본문
동물들은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구조상 (예컨대 껍질이나 뼈로) 보호되어 있거나 숨어 있는 음식을 좀 더 쉽게 얻을 수 있고, 그 결과 식단의 범위를 더 넓힐 수 있다. 도구의 사용은 또한 일반적으로 먹이 획득 효율의 증가와 연관된다. 인간이 사용했던 일부 사냥 및 어획 도구들은 매우 효율적이었기에 먹이가 되었던 생물종의 지역적, 더 나아가 심지어 광역적 멸종을 초래하기도 했다.

도구를 사용한 인간의 음식 채취는 다양한 방식으로 먹이 종의 생물학에 영향을 미쳤다. 남획은, 특히 더 큰 개체들이 채취 대상이 되는 경우에, 피획 집단의 구성원들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어리고 작아지는 효과를 불러오는데, 이는 특히 (많은 조개 종의 경우와 같이) 일생 동안 성장하는 종에서 잘 나타난다. 크기에 따라 선택하는 인간의 음식 채취나 취미 사냥은 진화상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즉 영향 받는 먹이 집단에서 더 작은 몸 크기를 만들어내는 유전적 변이형들이 급속도로 보편화되는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인간의 채취 압력에 따른 이러한 효과의 많은 예를 찾아 정리해왔고, 이러한 활동의 고고학적 기록은 최소한 과거 5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기록은 특히 조개류에서 자주 나타나는데, 이는 시간에 따른 크기의 변화를 선사시대 패총 유적의 여러 층에서 모은 조개 껍질로부터 정량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인 구달(Jane Goodall)이 침팬지가 나뭇가지를 다듬어서 흰개미를 '낚는' 데 사용하는 것을 관찰하기 전까지, 도구의 사용은 인간만의 특성으로 여겨졌다. 행동과학자들은 그 때로부터 다양한 다른 영장류들(예를 들어 오랑우탄, 마카크원숭이, 흰목꼬리감기원숭이) 및 비영장류들(예를 들어 까마귀와 돌고래)이 (실수가 아니라) 상습적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구체적인 증거들을 모아왔다. 이제 Lydia Luncz와 동료 연구자들은 인간이 아닌 동물이 도구를 사용해 남획하는 과정을 <이라이프>에 최초로 보고한다.

태국의 카오 쌈 러이 욧(Khao Sam Roi Yot) 국립 공원의 섬 두 개에 거주하는 필리핀원숭이(Macaca fascicularis)는 석기를 사용해 해안에 분포하는 굴과 다른 조개류의 껍질을 부수고 열어서 속살을 얻는다. 자연 실험을 기회로 삼아, Luncz et al.은 코람 섬(Koram island)과 놈싸오 섬(NomSao island) 사이의 조개 크기와 석기 사용의 차이점을 연구했다. 코람 섬에는 스물여섯 마리의 원숭이가 1551 m에 달하는 해안을 따라 분포하는 조개를 석기를 사용해 처리하는 반면(한 원숭이당 55.4 m의 해안), 놈싸오 섬에는 겨우 네 마리의 원숭이가 653 m의 해안에서 조개를 채취한다(한 원숭이당 163.3 m). 따라서, 두 섬에 분포하는 조개의 생태 조건은 매우 유사한 반면, 코람 섬의 조개들은 놈싸오 섬의 조개들에 비해 약 세 배 정도 자주 공격 받는 것이다.

Luncz et al.은 코람 섬의 여러 먹이 조개 종들이 놈싸오 섬의 종들에 비해 유의미하게 작은 군집 밀도와 평균 크기를 가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코람 섬의 굴은 놈싸오 섬의 굴에 비해 평균적으로 약 60%의 크기를 가진다. 이 크기 차이는 진화상 유전 과정의 결과라기보다 생태 역사의 차이로 인한 결과로 보이는데, 이는 두 섬에서 비슷한 성장 시기에 있는 조개들은 비슷한 크기를 갖는 반면, 코람 섬에서는 생식이 가능한 성체 수가 훨씬 적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코람 섬의 원숭이들이 (더 작은) 조개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돌들은 놈싸오 섬의 원숭이들에 비해 유의미하게 더 작은데, 심지어 코람 섬에는 놈싸오 섬보다 작은 돌이 상대적으로 더 적게 분포함에도 그렇다. 이 결과는 남획 자체로 인해 기술의 진보가 일어나는 예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즉, 도구를 사용하는 원숭이들에 의해 상대적으로 더 자주 채집이 일어나면, 해당 지역 조개들의 크기가 평균적으로 더 작아지고, 이로써 더 작은 도구를 사용할 필요가 생긴다. (그리고 이로써 조개 크기는 더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비슷한 되먹임 고리가 인간 사냥-채집의 기술 진보를 불러왔다고 여겨졌다.

이제 도구를 사용한 남획이 인간-먹이 상호작용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향후 연구에 있어 중요한 방향은 다른 필리핀원숭이 군집 및 도구를 사용하는 다른 생물종들의 채집 활동이 유사한 생태 변화를 불러오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또한 이 연구로 인해, 비인간 생물종들의 도구 활용 채집 행동에 대한 반응으로서 먹이 종에 미치는 보다 장기적인 진화적 효과도 더욱 활발히 연구될 것이다. 다양한 비인간 영장류의 도구 사용에 관한 고고학적 기록은 과거 4,3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므로, 여기가 연구의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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