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열역학-통계역학을 열심히 쓰는 분야에 있다 보니, 좀 더 근본적인 열역학-통계역학에도 관심이 있다. 수학/물리학 능력이 일천한 관계로 이런 연구를 쉽게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주워 들으면서 조금씩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약한 비평형계 엔트로피의 직접 측정값이 기브스-섀넌 꼴과 일치하다

https://doi.org/10.1073/pnas.1708689114


중요성

열역학 제2법칙은 고립계의 총 엔트로피가 변하지 않거나 증가해야 한다는 법칙이다. 이 법칙에 따라 물리학 법칙들이 제한되고, 아무 부작용 없이 열을 일로 전환하는 영구기관은 존재할 수 없다. 제2법칙의 핵심에는 엔트로피에 관한 명제가 있지만, 엔트로피는 규정하기 힘든 개념이다. 오늘날까지도 엔트로피는 직접 측정된 적이 없으며, 온도에 따른 비열을 적분함으로써 계산하는 것처럼 그저 다른 양으로부터 추론되었을 뿐이다. 이제, 정보 조각의 일부를 지우는 데 필요한 일을 직접 측정함으로써 우리는 엔트로피의 변화를 직접 분리해냈고, 이 값이 섀넌(Shannon)이 제시한 함수꼴과 일치함을 보임으로써 이 맥락에서의 물리적 의미를 끌어냈다.


초록

확률 열역학(stochastic thermodynamics)은 고전 열역학을 확장하여 한 개 이상의 열원과 접촉하고 있는 작은 계들까지 다룬다. 확률 열역학은 열 요동의 효과까지 설명할 수 있으며, 열역학적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계들도 묘사할 수 있다. 기본적인 가정은 섀넌 엔트로피 식이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비평형계의 엔트로피를 묘사하는 적절한 도구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연구에서 거시적 평형에 있지는 않지만 미시적 평형에 도달한 계에 대해 실험적으로 이 함수를 측정하였다. 이 계는 물에 녹아 있는 마이크론 크기의 콜로이드 입자로, 피드백 덫으로 만들어진 가상 이중 벽 퍼텐셜에 갇혀 있다. 우리는 정보 조각 일부를 지우는 데 필요한 일을 측정하였고, 이 값이 두 상태 계(two-state system)의 섀넌 엔트로피에 의해 제한됨을 발견했다. 게다가, 느린 과정의 가역성을 직접 측정함으로써, 우리는 기대되는 열역학 한계에 도달할 수 있는 실험 과정과 도달할 수 없는 실험 과정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다.

언어학/심리학 관련 논문들은 항상 재미있다. 나 보고 연구하라고 하면 못하겠지만...

언어별 색 명명법은 색의 유용성을 반영한다

중요성
색을 가리키는 단어의 수는 언어마다 매우 다르다.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일부 단어(예를 들어 빨강)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데, 이는 지각(知覺)에 있어 해당 색깔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라고 여겨져 왔다. 본 연구는 "색 용어의 용법이 의사소통상의 필요에 의존한다"라는 대안 가설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아마존에서 수렵과 채집을 하며 사는 치마네(Tsimane) 족으로부터 보스턴의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에서 따뜻한 색이 차가운 색에 비해 더 효율적으로 의사소통에서 사용된다. 모든 언어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이러한 패턴은 세상의 색 분포를 반영한다. (우리가 화제로 삼는) 물체들은 보통 따뜻한 색을 띠지만, 배경은 차가운 색이다. '의사소통상의 필요' 가설은 또한 색 용어의 수가 언어마다 달라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즉, 문화에 따라 색의 쓸모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산업화는 오직 색에 의해서만 구분 가능한 물체들을 만들어내기에 색의 유용성을 증가시킨다.

초록
언어별로 색을 분류하는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리는 110개 언어를 대상으로 한 세계 색 설문조사(WCS; World Color Survey)의 결과를 분석하여, 언어 간의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색 조각에 관한 의사소통은 따뜻한 색(빨강/노랑)의 경우가 차가운 색(녹색/파랑)의 경우보다 항상 더 효율적임을 발견했다. 우리는 중요한 물체들에 대해 인간 관찰자가 수집한 자연 이미지의 데이터 더미 속 색 분포를 분석하여 물체들이 차가운 색보다는 따뜻한 색을 띠고 있음을 보였다. 이 결과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언어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색 명명 효율의 유사성은 보편적인 유용성을 가진 색들을 반영한다는 것이며, 이로써 색 분류의 기원을 좌우하는 원리(색의 유용성)를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또한 WCS의 방법론과 관련된 잠재적 문제들이 이 정보 이론 분석을 뒤집지 않는다는 것을 보인다. 이는 색 명명 과제의 두 가지 극단적 버전을 이용하여 세 가지 다른 그룹에서 원본 데이터를 수집함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들은 (1) 아마존에 고립되어 수렵과 채집을 하며 사는 치마네 족, (2) 볼리비아의 스페인어 구사자들, (3) 영어 구사자들이다. 이 데이터를 이용하여 우리는 또한 색 유용성 가설의 또다른 예측을 시험해 볼 수 있었는데, 이 예측은 언어별 색 분류법의 차이가 해당 문화에서 색의 유용성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이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로서, 치마네 족의 색 명명법은 상대적으로 낮은 의사소통 효율을 가지고 있으며, 치마네 족은 친숙한 물체들을 가리킬 때 색 용어를 덜 사용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아냈다. 치마네 족의 색 명명법은 (자연물과 비교하여) 인공적으로 색을 입힌 물체를 가리킬 때 더 자주 사용되었으며, 이는 산업화가 색의 유용성을 강화했음을 암시한다.
화학자/물리학자로서 수소 원자는 항상 마음을 뛰게 한다. 이번 주 <사이언스>에는 수소 원자와 관련된 기초적인 물리량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아래에 두 편의 소개글과 초록, 그리고 그림 1을 번역해서 소개한다.

양성자는 얼마나 큰가?

양성자의 크기에 대해, 뮤온 수소의 분광 분석에서 얻어낸 값과 "일반적인" 수소의 기존 결과들을 평균하여 얻은 값 사이의 차이가 지난 7년간 물리학자들을 혼란스럽게 해왔다. 이제 Beyer et al.은 이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연구자들은 일반적인 수소에 대한 매우 정확한 분광 측정으로 양성자의 크기를 얻어냈다. 놀랍게도, 이 값은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된 과거 측정값들의 평균과 일치하지 않았다. 또한 놀랍게도, 이 값은 뮤온 수소 실험에서 뽑아낸 값과 일치했다. 수수께끼를 푸는 일은 이제 과거 결과들이 새 결과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고 모든 실험에 내재된 계통 오차의 원인을 다시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양성자 반지름의 재검토

모든 원자의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고, 가장 간단한 원자인 수소는 단 하나의 양성자로 구성된 원자핵을 가지고 있다. 이 양성자의 반지름은 매우 작아 약 1 fm 가량 되며(1 fm는 10-15 m), 수소 원자의 반지름보다 6만 배 작다. 양성자는 이렇게 근본적인 입자이기 때문에, 그 크기를 측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10년 이후로 양성자의 크기는 이론가들과 실험가들을 모두 당혹스럽게 해왔다. 전자 대신 전자보다 200배 더 무거운 기본 입자인 뮤온이 양성자를 돌고 있는 특이 수소(exotic hydrogen)의 전이 주파수를 측정해보면, 양성자의 크기가 약 4% 작게 측정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수소 분광 분석 및 전자-양성자 산란 결과와 비교할 때 6σ 수준인 이러한 불일치는 "수소 크기 수수께끼"를 만들어 냈고, 그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격렬한 과학적 논쟁이 벌어졌으나 여태껏 확실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Beyer et al.은 일반적인 수소의 발머 계열 방출선 중 하나인 2S-4P 전이 주파수를 측정한 결과를 제시한다. 이들이 스펙트럼으로부터 얻어낸 양성자 크기값은 뮤온 수소 분광 분석에서 얻어낸 값과 일치하고, 일반적인 수소에 대한 기존 측정 결과들 대부분과 불일치한다. (기존의 측정값들은 매우 많다!) 이들은 또한 자연의 상수 중 가장 정확하게 결정된 상수 중 하나인 뤼드베리 상수(Rydberg constant)가 문헌값과 3 시그마 이상 차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소 원자에서 얻어낸 뤼드베리 상수와 양성자 반지름

초록
"양성자 반지름 수수께끼"의 핵심에는 일반적인 수소 원자(H)와 뮤온 수소 원자(μp)에서 결정된 양성자의 근평균제곱 전하 반지름(rp) 간의 4 시그마 차이가 있다. 저온 수소 원자살을 사용하여 우리는 H의 2S-4P 전이 주파수를 측정하였고, 이로써 뤼드베리 상수 R = 10973731.568076(96) m-1rp = 0.8335(95) fm이라는 값을 얻었다. 우리가 얻은 rp 값은 기존의 H 세계 데이터보다 3.3 합성 표준 편차만큼 작지만, μp 값과는 잘 일치한다. 우리는 이웃의 원자 공명에서 기인하는 양자 간섭으로 발생하는 방출선 이동(line shift)을 제거할 수 있는 비대칭 맞춤 함수(asymmetric fit function)를 쓸 것을 제안한다.

그림 1: 뤼드베리 상수 R과 수소의 RMS 전하 반지름 rp
본 연구에서 얻어낸 rp 값(녹색 다이아몬드)과 μp 분광 분석에서 얻어낸 값(분홍색 띠와 보라색 사각형)은 일치한다. 우리는 H 분광 세계 데이터(파란 띠와 파란 삼각형)에 대해 3.3 합성 표준 편차만큼의 차이를, 기본 상수들에 대한 CODATA 2014 세계 조정(회색 육각형)에 대해서는 3.7 합성 표준 편차만큼의 차이를 발견했다. H 세계 데이터는 15개의 개별 측정값으로 이루어져 있다(검은 원은 광학 측정, 검은 사각형은 마이크로파 측정). H 데이터에 더하여, CODATA 조정값은 중수소 데이터(9개 측정값)과 탄성 전자 산란 데이터를 포함한다. rp 대신 R에 대해서도 거의 동일한 그래프가 얻어지는데, 이는 두 매개변수 간의 강한 상관성 때문이다. 이는 아래쪽 R 축에 나타나 있다.

<화학 종설(Chemical Reviews)>은 화학의 여러 주제를 다루는 리뷰 논문들을 수록하는 학술지인데, 요번 호에 켄 딜(Ken Dill)이 쓴 흥미로운 리뷰가 실렸다. 보통 여기에 실리는 논문들은 엄청 두껍기 때문에 -_-;; 당연히 전체를 다 번역할 수는 없고, 아래에 초록과 목차를 번역한다.

물의 성질은 어떻게 그 분자 구조 및 에너지에 담겨 있는가

초록
물 분자의 구조 안에 어떤 식으로 물의 물성이 담겨 있는가? 이 질문은 지구의 생태계, 지구상의 물질, 지구화학 및 지구물리학, 광범위한 산업화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물은 특이한 액체 및 고체 성질을 가지고 있다. 물은 응집력이 강하다. 물은 부피로 볼 때 변칙 현상을 보이는데, 고체(얼음)가 액체(물) 위에 뜨고, 압력을 가하면 액체가 어는 것이 아니라 고체가 녹으며, 열을 가하면 액체가 수축한다. 물은 어떤 물질보다도 많은 고체 상을 가지고 있다. 물의 과냉각 액체는 발산하는 열역학 반응함수를 보인다. 물의 유리 상은 잘 부서지는 것도 아니고 강한 것도 아니다. 물을 구성하는 이온들, 즉 수소 이온과 수산화 이온은 어떤 이온보다도 빠르게 확산된다. 이온이나 기름을 물에 녹이는 데에는 큰 엔트로피와 열용량이 수반된다. 우리는 이러한 성질들이 어떻게 물의 분자 구조 및 에너지에 담겨 있는지를 이론, 시뮬레이션, 실험에서 얻은 이해를 기반으로 살펴볼 것이다. 더 단순한 액체와 마찬가지로, 물 분자는 거의 구형이고 다른 분자들과 판데르발스 힘을 통해 상호작용한다. 하지만 더 단순한 액체들과는 달리,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물의 수소결합이 열린 사면체 우리 구조를 만들고, 이로써 물의 독특한 부피적 및 열적 성질들이 나타난다.

목차
1. 서론: 왜 물이 그리도 중요한가?
1.1. 물은 생명에 필수적이다
1.2. 물은 인간의 기초적인 필수 요소이며, 또한 인간 갈등의 뿌리이다
1.3. 물은 지구물리학 및 지구화학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1.4. 물은 산업 공정에 필수적이다

2. 어떤 면에서 물은 평범한 물질이지만, 다른 면에서 물은 특이하다

3. 물의 구조-성질 관계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3.1. 물의 양자역학, 전자, 수소결합을 모형화하기
3.2. 물은 원자 수준의 포텐셜을 사용한 반(半)경험적 고전 시뮬레이션으로 모형화되기도 한다
3.3. 물의 방향-병진 결합을 포착한 메르세데스-벤츠 거칠게 간 모형(Mercedes-Benz coarse-grained model)

4. 물의 구조와 에너지 안에 그 성질이 어떻게 담겨 있는가?
4.1. 물은 수소결합으로 인해 더 단순한 액체들보다 더 응집력이 크다
4.2. 물의 부피적 변칙 현상들은 판데르발스 인력과 수소결합에서 기인한 팽창 사이의 경쟁에서 기인한다

5. 물은 많은 고체 결정 (얼음) 상을 보인다

6. 과냉각된 물은 액체-액체 임계점을 보이는가?

7. 비극성 용질을 둘러싼 물의 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7.1. 기름과 물이 항상 섞이는 것은 아니다: 수소성 효과
7.2. 두 수소성 분자는 물 속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7.3. 물은 수소성 표면을 피한다

8. 물은 이온 주변에 용매화 구조를 형성한다
8.1. 이온은 물의 구조를 더 정렬하는지 깨는지에 따라 질서 유발체(kosmotrope) 또는 무질서 유발체(chaotrope)가 된다
8.2. 호프마이스터 효과에서, 염은 비극성 분자들이 물 속에서 뭉치게도 흩어지게도 할 수 있다
8.3. 두 이온이 물 속에서 상호작용할 때, 둘의 용매화 껍질이 용액의 성질을 결정한다

9. 갇힌 공간 및 액체-기체 계면에 있는 물
9.1. 물은 나노튜브 안에서 부분적 수소결합으로 구조를 만든다
9.2. 얼음의 경계: 얼음은 갇힌 공간 및 탄화수소 주위의 포접 우리(clathrate cage)에서 변화한다

10. 분자 구조가 물의 동역학적 성질을 결정한다
10.1. 물은 유리 전이 온도 아래에서보다 위에서 더 빠르게 확산한다
10.2. 저온의 물 및 과냉각된 물의 확산과 점도는 고밀도와 저밀도 물 사이의 상대적인 비율에 의존한다
10.3. 수소 이온과 수산화 이온은 물 안에서 빠르게 확산한다

11. 물 모형을 개선하는 데 어려운 점들

12.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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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이라이프>를 편애하는 것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이 논문은 소개해야겠어서 또 <이라이프> 논문을 들고 왔다. (게다가 이 논문 저자 중에 내 사형(師兄)이 포함되어 있다 ㅋㅋ) 아래에 초록과 요약문을 번역한다.

숙주의 단백질 항상성이 독감 진화를 조절한다

초록
RNA 바이러스 진화를 예측하고 조절하려면 이 병원체에 접근할 수 있는 변이 판도(mutational landscape)를 규정하는 분자 요소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RNA 바이러스는 대개 변이 속도가 빠르기에, 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생물리 성질을 갖는 단백질 변이들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 이에 따라 단백질 접힘과 기능에 위협이 가해지고, 이 위협에 의해 바이러스의 진화가 제한된다. 우리는 숙주의 단백질 항상성 유지 메커니즘이 바이러스 단백질 변이체들의 적응도에 대한 주요 결정 인자로서 바이러스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힘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안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화학적으로 통제된, 다양한 단백질 항상성 환경을 가진 숙주 세포 안에서 독감 바이러스를 증식시켰다. 우리는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체에 작용하는 선택압의 본성과 특정 변이 궤적의 접근 가능성이 모두 숙주의 단백질 항상성에 의해 유의미한 영향을 받았음을 알아냈다. 이 발견으로 바이러스 진화를 결정하는 숙주-병원체 상호작용의 특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숙주의 단백질 항상성을 조절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저항성을 획득하기 어려운 항바이러스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에도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요약
독감 바이러스는 우리의 면역계에 침입하여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화시킴으로써 치료에 대한 저항성을 키운다. 특별히, 그들의 유전체에 발생하는 변이들로 인해 독감 바이러스 단백질들이 변형되어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방어 체계를 공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들 변이들은 공짜가 아니고, 바이러스 단백질들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안정한 3차원 구조를 만드는 과정("단백질 접힘"이라 불린다)을 방해하여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인간 세포 안에는 샤페론(chaperone)이라 불리는 단백질들이 존재해 우리의 다른 단백질들이 올바로 접힐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독감 바이러스들은 스스로 샤페론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대신 숙주의 샤페론을 훔쳐서 사용한다. 따라서 숙주의 샤페론들은 바이러스의 증식 능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숙주 샤페론들이 바이러스의 진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 논문에서 Phillips et al.은 포유류 세포를 이용해 숙주 샤페론들이 어떻게 진화하는 독감 바이러스 군집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이들은 먼저 세포들을 조작하여 각각 정상 샤페론 수치, 높은 샤페론 수치, 혹은 비활성 샤페론을 가진 세포들을 만들어냈다. 다음으로 H3N2 독감 바이러스를 약 200 세대에 걸쳐 이들 다른 조건에서 키운 후, 유전자 서열을 뽑아내 이 바이러스가 각 특징적인 숙주 샤페론 환경에서 어떻게 진화했는지 조사했다.

Phillips et al.은 숙주 샤페론들이 독감 바이러스 군집에서 변이가 누적되는 속도 및 독감 유전체에 누적되는 변이의 종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Hsp90이라 불리는 샤페론이 비활성화되었을 경우, 바이러스 군집에서 변이들이 기존 유전자를 대체하는 속도는 정상 혹은 높은 샤페론 수치를 가진 세포들에 비해 훨씬 느렸다. 게다가, 일부 특정 변이들은 높은 샤페론 수치의 세포들에서 더 번성했지만, 다른 변이들은 샤페론이 비활성화된 세포에서 더 번성했다.

이 결과는 독감의 진화가 숙주 샤페론 수치에 의해 복잡하고 중요한 방식으로 영향 받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샤페론이 어떤 단일 변이의 효과를 향상시키는지 방해하는지는 미리 예측하기 힘들다. 이 발견은 매우 중요한데, 이는 독감 바이러스가 사용할 수 있는 샤페론은 조직에 따라, 개체에 따라, 감염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바이러스가 스스로를 변형하고 진화하는 능력은 샤페론의 맥락에 따라 다르게 영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발견은 같은 목적으로 숙주 샤페론을 훔쳐 쓰는 HIV나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은 다른 바이러스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샤페론이 바이러스의 적응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발열이나 바이러스의 숙주 전환 등과 같이 병리적으로 유의미한 조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이러한 효과를 정량화해야 할 것이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장차 이러한 통찰력이 바이러스가 저항성을 진화시킬 수 없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라이프>에 실린 이 기사는 제목을 딱 보는 순간 번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내용이라 전문을 번역한다. 귀찮아서 각주는 생략.

석기 사용: 원숭이가 조개를 남획하다

초록
태국의 마카크원숭이들이 석기를 사용한 결과 해안 조개류의 크기와 군집 밀도가 감소했다. 기존에는 남획 효과가 오직 인간 활동에 의해서만 일어난다고 여겨졌다.

본문
동물들은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구조상 (예컨대 껍질이나 뼈로) 보호되어 있거나 숨어 있는 음식을 좀 더 쉽게 얻을 수 있고, 그 결과 식단의 범위를 더 넓힐 수 있다. 도구의 사용은 또한 일반적으로 먹이 획득 효율의 증가와 연관된다. 인간이 사용했던 일부 사냥 및 어획 도구들은 매우 효율적이었기에 먹이가 되었던 생물종의 지역적, 더 나아가 심지어 광역적 멸종을 초래하기도 했다.

도구를 사용한 인간의 음식 채취는 다양한 방식으로 먹이 종의 생물학에 영향을 미쳤다. 남획은, 특히 더 큰 개체들이 채취 대상이 되는 경우에, 피획 집단의 구성원들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어리고 작아지는 효과를 불러오는데, 이는 특히 (많은 조개 종의 경우와 같이) 일생 동안 성장하는 종에서 잘 나타난다. 크기에 따라 선택하는 인간의 음식 채취나 취미 사냥은 진화상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즉 영향 받는 먹이 집단에서 더 작은 몸 크기를 만들어내는 유전적 변이형들이 급속도로 보편화되는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인간의 채취 압력에 따른 이러한 효과의 많은 예를 찾아 정리해왔고, 이러한 활동의 고고학적 기록은 최소한 과거 5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기록은 특히 조개류에서 자주 나타나는데, 이는 시간에 따른 크기의 변화를 선사시대 패총 유적의 여러 층에서 모은 조개 껍질로부터 정량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인 구달(Jane Goodall)이 침팬지가 나뭇가지를 다듬어서 흰개미를 '낚는' 데 사용하는 것을 관찰하기 전까지, 도구의 사용은 인간만의 특성으로 여겨졌다. 행동과학자들은 그 때로부터 다양한 다른 영장류들(예를 들어 오랑우탄, 마카크원숭이, 흰목꼬리감기원숭이) 및 비영장류들(예를 들어 까마귀와 돌고래)이 (실수가 아니라) 상습적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구체적인 증거들을 모아왔다. 이제 Lydia Luncz와 동료 연구자들은 인간이 아닌 동물이 도구를 사용해 남획하는 과정을 <이라이프>에 최초로 보고한다.

태국의 카오 쌈 러이 욧(Khao Sam Roi Yot) 국립 공원의 섬 두 개에 거주하는 필리핀원숭이(Macaca fascicularis)는 석기를 사용해 해안에 분포하는 굴과 다른 조개류의 껍질을 부수고 열어서 속살을 얻는다. 자연 실험을 기회로 삼아, Luncz et al.은 코람 섬(Koram island)과 놈싸오 섬(NomSao island) 사이의 조개 크기와 석기 사용의 차이점을 연구했다. 코람 섬에는 스물여섯 마리의 원숭이가 1551 m에 달하는 해안을 따라 분포하는 조개를 석기를 사용해 처리하는 반면(한 원숭이당 55.4 m의 해안), 놈싸오 섬에는 겨우 네 마리의 원숭이가 653 m의 해안에서 조개를 채취한다(한 원숭이당 163.3 m). 따라서, 두 섬에 분포하는 조개의 생태 조건은 매우 유사한 반면, 코람 섬의 조개들은 놈싸오 섬의 조개들에 비해 약 세 배 정도 자주 공격 받는 것이다.

Luncz et al.은 코람 섬의 여러 먹이 조개 종들이 놈싸오 섬의 종들에 비해 유의미하게 작은 군집 밀도와 평균 크기를 가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코람 섬의 굴은 놈싸오 섬의 굴에 비해 평균적으로 약 60%의 크기를 가진다. 이 크기 차이는 진화상 유전 과정의 결과라기보다 생태 역사의 차이로 인한 결과로 보이는데, 이는 두 섬에서 비슷한 성장 시기에 있는 조개들은 비슷한 크기를 갖는 반면, 코람 섬에서는 생식이 가능한 성체 수가 훨씬 적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코람 섬의 원숭이들이 (더 작은) 조개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돌들은 놈싸오 섬의 원숭이들에 비해 유의미하게 더 작은데, 심지어 코람 섬에는 놈싸오 섬보다 작은 돌이 상대적으로 더 적게 분포함에도 그렇다. 이 결과는 남획 자체로 인해 기술의 진보가 일어나는 예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즉, 도구를 사용하는 원숭이들에 의해 상대적으로 더 자주 채집이 일어나면, 해당 지역 조개들의 크기가 평균적으로 더 작아지고, 이로써 더 작은 도구를 사용할 필요가 생긴다. (그리고 이로써 조개 크기는 더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비슷한 되먹임 고리가 인간 사냥-채집의 기술 진보를 불러왔다고 여겨졌다.

이제 도구를 사용한 남획이 인간-먹이 상호작용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향후 연구에 있어 중요한 방향은 다른 필리핀원숭이 군집 및 도구를 사용하는 다른 생물종들의 채집 활동이 유사한 생태 변화를 불러오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또한 이 연구로 인해, 비인간 생물종들의 도구 활용 채집 행동에 대한 반응으로서 먹이 종에 미치는 보다 장기적인 진화적 효과도 더욱 활발히 연구될 것이다. 다양한 비인간 영장류의 도구 사용에 관한 고고학적 기록은 과거 4,3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므로, 여기가 연구의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다.

이번 주 <네이처 물리학>에 물리학사 논문의 서평(?)이 실렸다. 요새야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을 양자통계역학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배우지만, 사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 터. 그 과정에서 큰 기여를 한 Fritz London의 이야기다. 물리화학 공부를 하다보면 런던 힘이니 하이틀러-런던 이론이니 해서 이름을 많이 듣는 분인데,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에도 기여하신 줄은 몰랐다.


물리학의 역사: 양자역학이 커진 순간

https://doi.org/10.1038/nphys4255


양자기술 시대가 동터오면서, 우리는 양자역학 효과가 실용적인 장치에서 드러난다는 개념에 익숙하게 자라왔다. 하지만 인류가 단일 양자 존재를 분리하고 조작하며 측정하는 기술을 습득하기 전까지, 거시 차원의 양자 현상이라는 개념은 초유체성이나 초전도성과 같은 집단 거동을 보이는 무리에서 잘 정립되었다. 거시적인 파동 함수가 이러한 효과의 기반이라는 획기적인 깨달음은 Fritz London에 의해 1946년 도입되었는데, Daniela Monaldi는 London이 이전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이러한 개념에 도달한 과정을 새로운 시각으로 통찰력 있게 재구성해내며, 그 시작점을 많은 변화에 흔들리던 삶 가운데 모은 아이디어들의 합성으로 설명한다(Stud. Hist. Philos. M. P. http://doi.org/cbsk; 2017).


London의 주요 업적을 목록으로 만든다면, Walter Heitler에 의해 체계화된 수소 분자의 양자역학 결합 이론에서부터, 자신의 동생 Heinz과 함께 개발한, 초전도체 내 전류밀도와 자기장 간의 현상론적 관계에 이르기까지 많고 다채로운 연구가 포함된다. 그는 말년에 측정 이론, 거대 분자, 초유체를 연구했고, 이 주제들은 1954년 그가 54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London의 삶은 또한 혼란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는 나치가 발흥하면서 독일을 떠나야 했고, 옥스포드와 파리를 전전하다가 1939년 미국으로 이민왔다.


이 변화무쌍한 삶과는 상반되게, Monaldi는 거시적 양자 메커니즘이라는 아이디어의 시작을 "선구자적인 직관이나 미리 세운 계획의 목표가 아니라 차근차근 깨달음이 쌓인 결과"라고 기술한다. 그녀는 핵심적인 순간으로 London이 1937년 암스테르담에서 판데르 발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국제 학회에 참석한 시점을 꼽는다. 이 학회의 토론 주제 중에는 헬륨의 λ-전이가 있었고, 또한 George Uhlenbeck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보손 응축 연구에 대한 자신의 기존 비판을 철회하는 일이 있었다. London은 그 때부터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시작했고(이로써 그는 "순수하게 가상의 존재만 다루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었다고 느꼈다), 훗날 이것을 λ-전이와 연결시켰다(그는 이 연결에 대해 처음에는 강한 회의를 가지고 있었으나 László Tisza가 그를 납득시켰다).


Monaldi는 이 시기가 London의 경력에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본다. 이로 시작된 개념의 형식화는 결국 초전도체, 초유체 헬륨과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을 통합하여 양자역학이 미시 영역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거시 세계에 도달"할 수 있음을 증명하게 했다. London은 마침내 자신의 생각을 1946년 7월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학회에서 발표했는데, 이 학회는 세계 대전 이후 최초로 열린 큰 규모의 국제 물리학회로 대서양 양쪽의 더 넓은 커뮤니티를 다시 연결하는 것이었다.

이번 주 <사이언스>에 실린 단백질 연구 소개글. 단백질 품질 관리(protein quality control; PQC)라고 하면 세포 내에서 정상적인 단백질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생성 과정과 파괴 과정을 조절하는 것을 말하는데, 당연히 다양한 요소가 그 조절 과정에 참여한다. 그 중 특별한 녀석을 찾아낸 모양이다.

단백질 품질 관리의 새로운 진보

세포의 단백질체는 단백질 항상성(proteostasis)으로 알려진 단백질 합성과 분해 사이의 동적 평형에 의해 유지된다. 단백질 항상성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품질 관리 경로(quality control pathway)를 통해 잘못 접힌 단백질을 찾아서 제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사 오류, 접힘 오류,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손상, 화학적 손상에서 발생하는 단백질들과 고아 단백질들(여러 단백질로 구성된 복합체에서 구성요소 간의 비율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단백질들)은 전부 세포에 쌓여 독성을 띠지 않도록 여러 분해 경로의 목표가 된다[1]. 분해를 통한 품질 관리의 놀라운 성질 중 하나는 각 경로가 매우 넓은 범위의 반응물을 다룰 수 있는 동시에 정상 단백질의 잘못 접힌 버전들을 정확히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호의 472쪽과 471쪽에서, 각각 Yanagitani et al.[2]과 Nguyen et al.[3]은 새로 발견된 품질 관리 경로가, 상대적으로 "세포 상태의" 그물 적혈구가 고도로 전문화된 헤모글로빈 풍부 적혈구로 분화되는 과정[4, 5]에서 관찰되는 단백질체 구성의 전면적인 변경을 일으키는 데 사용된다는 것을 보인다.

그림: 고아 단백질을 분해하기


Nguyen et al.은 그물 적혈구(적혈구의 전구체)의 분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극적인 분해 리모델링의 기저에 있는 메커니즘을 해독하고자 했다[3]. 이 리모델링 과정 중에 리보좀 및 다양한 그물 적혈구 단백질이 사라지는데, 그럼으로써 산소를 나르는 데 최적화된, 고도로 전문화되고 단순화된 단백질체(98%가 헤모글로빈으로 이루어짐)가 만들어진다. 이 연구진의 시작점은 UBE2O에 해당하는 유전자의 상염색체 열성 대립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이었는데, 이 열성 대립 유전자는 쥐에서 빈혈을 일으킨다. UBE2O는 보통 목표 단백질에 유비퀴틴을 붙이는 일을 수행하는 E2 유비퀴틴 접합 효소로, 흥미롭게도 적혈구 분화 과정에서 과발현된다. UBE2O를 발현하지 않는 그물 적혈구(ube2O-/-)를 사용하여, 이들은 (헤모글로빈의 구성 요소인) 고아 α 글로빈이 프로테아좀에 의해 분해될 수 있도록 UBE2O가 고아 α 글로빈에 여러 개의 단분자 유비퀴틸기를 붙인다는 것을 찾아냈다.

이 연구진은 또한 리보좀 단백질(여러 개의 리보좀 단백질이 모여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리보좀 복합체를 형성한다)이 UBE2O의 주된 반응물임을 알아냈다. 야생형과 ube2O-/- 그물 적혈구의 체외(ex vivo) 배양액으로부터, (그물 적혈구가 분화되어 적혈구를 만드는 과정의 후반부를 특징 짓는) 리보좀의 소멸은 UBE2O와 프로테아좀 둘 다의 활동 때문임이 밝혀졌다. 따라서 UBE2O의 이러한 활동의 결과, 그물 적혈구 안에 이미 존재하는 단백질들은 분해되고, 적혈구에서 관찰되는 바 (리보좀에 의해 매개되는) 단백질 형성은 하향조절된다. 게다가, UBE2O의 과발현만으로도 적혈구가 아닌 세포들에서 리보좀 분해가 일어난다. 시험관(in vitro) 생화학 데이터는 UBE2O가 반응물 인식 능력이 있음을 지지하는데, 이 능력은 대개 E3 유비퀴틴 연결 효소가 보이는 것이다. 이 연구는 이 효소 하나가 다양한 단백질의 파괴 과정에서 갖는 중요성을 명백하게 보였으며, UBE2O이 다양한 반응물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능력은 품질 관리 경로 또한 보이는 특성이다.

UBE2O와 품질 관리 사이의 관련성은 Yanagitani et al.에 의해 수립되었다. 이러한 경로들 너머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연구진은 세 개의 아르지닌 잔기가 삽입된 막 투과 단백질(transmembrane protein)에 해당하는 인공 기질에 유비퀴틸기가 부착되었는지 확인하는 무세포 검사법(cell-free assay)을 개발했다. 이 기질은 이전에 알려진 많은 품질 관리 분자 기계 중 어느 것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 대신, UBE2O가 (E1 효소, 유비퀴틴, ATP가 있는 환경에서) 이 인공 기질 뿐 아니라 다른 잘못 접힌 단백질들을 인식하고 유비퀴틸기를 부착하는 필수충분조건임이 밝혀졌다. 이 놀라운 E2 유비퀴틴 접합 효소는 또한 특이성을 불러오는 E3 연결 효소인 것 같았다. 후속 시험관 연구에서 UBE2O의 보존된 도메인들이 단백질의 소수성 영역을 인식하는 넓은 범위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 결과 이곳에 여러 개의 단분자 유비퀴틴이 부착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Nguyen et al.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UBE2O이 고아 α 글로빈에 유비퀴틴을 부착한다는 것을 찾아냈다. 이들은 또한 새로 만들어진 리보좀 단백질들이 핵으로 수송되어 리보좀 구성요소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분해될 수 있도록 UBE2O에 의해 인식되어 유비퀴틴이 부착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두 가지 연구는 모두 UBE2O가 자체적으로 많은 종류의 반응물에 유비퀴틴을 부착하여 프로테아좀이 그들을 분해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독보적인 E2 효소임을 보였다. UBE2O에 의해 매개되는 여러 단분자 유비퀴틴화 과정의 대상 단백질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신호"는 염기성과 소수성 아미노산들이 연속해서 존재하는 서열로, 고아 단백질 요소가 자주 보이는 노출된 결합 표면에 많이 나타난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고아 단백질들은 만들어진 초기 몇 시간은 불안정하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정화된다[6]. 이 관점에서 볼 때, UBE2O는, E2 유비퀴틴 접합 효소와의 분명한 상동성에도 불구하고, 그 대상을 찾는데 어댑터나 샤페론 단백질 없이 기능할 수 있는 품질 관리 유비퀴틴 E3 연결 효소의 일종에 속한다[7]. 사실, UBE2O의 생리적 혹은 인위적 과발현은 방대한 단백질체 리모델링을 일으킨다. 이러한 성질이 다른 품질 관리 요소들과 공유되는지, 그리고 품질 관리가 단백질체 리모델링과 분화 경로에서 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지와 같은 질문들은 미래의 연구가 나아갈 중요한 길이다.

UBE2O와 다른 품질 관리 경로들의 더 깊은 이해는 세포의 건강을 향상시키도록 단백질체를 변형하는 새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혈액 질환인 β 지중해 빈혈(헤모글로빈 발현이 감소)에서 관찰되는 α 글로빈 응집체를 제거하는 것이 한 가지 예이다. 세포가 이러한 경로들을 변경하는 법을 배우고, 우리가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기초의학 및 중개의학의 놀라운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8, 9].
박사 때 바이러스 연구에 손을 잠시 담가서 그런지,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꾸준히 관심이 있다. 특히 인플루엔자는 (나름 논문도 한 편 있는데)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_= 기회가 될 때마다 관련 논문을 살펴 본다. 이번에 <구조생물학의 동향>에 관련 논문이 올라와서 초록과 서론을 번역한다.

인플루엔자 A 특이성에 관한 통찰: 패러다임의 진화

초록
인플루엔자 수용체가 갖고 있는 특이성을 분자 레벨에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이는 결합 세기를 정량적으로 측정한 데이터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글라이칸 배열칩 데이터가 애초에 정성적이고 가변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바이러스의 글라이코실화 과정이 미치는 다양한 영향과, 글라이칸 배열칩에 올릴 수 있는 생물학적으로 의미있는 수용체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다는 것 또한 연구의 장애물이 된다. 이 글에서는 수용체의 구조적 성질을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며, 결론으로서 구조 엔트로피가 특이성을 정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한 가지 최근에 보고된 예로써, Siaα2-6Gal 서열로 끝나며, 헤마글루티닌 삼분자체(hemagglutinin trimer)의 결합 부위 두 군데와 두 자리 상호작용(bidentate interaction)을 형성하는 이중 안테나 구조의 수용체들의 능력이 그렇다. 두 자리 상호작용으로부터 Siaα2-6 수용체가 인간 전염성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과 결합했을 때 열린 우산 구조를 갖는다는 관찰 결과를 설명할 수 있으며, 이 관점으로부터 바이러스의 결합 능력과 세포 조직에 대한 친화성을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서론
야생 새들은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의 1차적인 자연 상태 저장소이며[1], 5천만 명 가량을 죽인 1918년 스페인 독감 대유행[2]은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자발적 변이로 인간-인간 전염성을 획득한 결과라고 여겨지고 있다[3, 4]. 동물 매개 감염 독감이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5], 이 경우 감염된 동물과 직접 접촉해야만 한다[6]. 대유행을 불러오는 그 다음 특성인 인간-인간 전염성은 바이러스가 추가로 유전적 변이를 획득해야만 얻을 수 있다[5, 6]. Reperant et al. [5]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동물 매개 감염 바이러스가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으려면 세 가지의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동물-인간 전염성, 바이러스-세포 상호작용, 그리고 인간-인간 전염성이 그들이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독감 유행은, 인간-인간 전염성을 획득했으며, 충분한 변이를 거쳐서 인간 개체군 내에 이미 존재하는 면역 시스템을 피할 수 있을 만한 바이러스 계통들이 서로 돌아가며 일으킨다[7].

스페인 독감과는 대조적으로, 2009년의 조류 독감 대유행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지나갔다[8].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독감이 퍼져나가는 빠른 속도로 인해 세계 보건 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9]. 첫 사례가 발생한지 6주 안에 조류 독감은 70개 이상의 나라로 퍼져 나갔고[10], 새로운 백신이 개발될 필요가 있었다. H5N1과 같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PAI; 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의 경우, 인간 적응 문제가 특별한 우려점이었다. 비록 자주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조류 H5N1에 감염된 인간의 사례가 16개국에서 보고되었으며, 약 60%의 사망률을 보였던 것이다[11]. 따라서 대유행에 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 발생하는 바이러스 계통들의 발병력을 예측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플루엔자 특이성의 기본 원리를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숙주의 글라이칸 구조와 인플루엔자 특이성의 관계를 글라이칸의 세부 구조와 동역학의 핵심적인 역할을 찾아낸 최근 데이터에 비추어 다시 검토하고자 한다.

인플루엔자 A의 분류는 헤마글루티닌(HA; hemagglutinin)과 뉴라미니데이즈(NA; neuraminidase) 껍질 단백질의 항원 특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플루엔자 HA는 동형 삼분자체 당단백질로, 이를 이루고 있는 단위 분자들은 각각 구형의 머리 부분(HA1)과 줄기 부분(HA2)을 가지고 있다[12]. 각 HA1 부분은 수용체 결합 부위(RBS; receptor binding site)을 가지고 있는데,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달라붙을 때 이 부위를 시알산(sialic acid)을 포함하고 있는 숙주의 글라이칸과 결합시킨다. 열여덟 가지 세부 종류의 헤마글루티닌이 존재하며, 그들은 항원 특성에 따라 두 그룹으로 분류된다. 1번 그룹은 H1-2, H5-6, H8-H9, H11-13, H16으로 구성되고, 2번 그룹은 H3-4, H7, H10, H14-15로 구성된다. 가장 많이 연구된 HA는 H1, H3, H5이다[13, 14]. NA 단백질은 세포가 감염된 후 시알산을 숙주의 수용체 글라이칸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로써 자손 바이러스들이 숙주 세포의 표면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15]. 저온전자현미경 단층 촬영으로부터 단백질 껍질에 약 300개의 HA 단백질이 존재함을 알았고[16], HA와 NA의 비율은 바이러스 계통에 따라 4:1에서 6:1까지 달라진다[16, 17]. 특정 독감 계통이 인간을 감염시키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복합적인데, 예를 들어 노출 정도, 새로 감염된 개체가 스스로 복제하는 속도, 글라이칸이 바이러스 표면 HA에 달라붙는 정도, 바이러스 표면 NA의 활동도 등이 있다[15, 18, 19, 20, 21, 22, 23]. 게다가, NA의 효소 활동도는 HA의 결합 세기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15, 22]. 만약 NA가 HA의 결합 세기에 비해 지나치게 활동적이면,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를 감염시키는 능력을 감소시키게 된다. 반대로, NA가 상대적으로 약하면 자손 바이러스들이 떨어져 나가기 힘들어진다.

수용체의 특이성에 더하여 동물 매개 감염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는, pH로 매개되는 엔도솜 융합에 대한 HA의 감도 차이[24]와 바이러스의 라이보핵단백질 복합체가 숙주의 핵으로 옮겨지는 과정(숙주 적응)의 효율 차이[25]가 있다. 게다가 전염과 복제의 용이성은 숙주 조직 수용체들의 분포와 구성에도 의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이러스 부착 연구에 따르면 인간 독감 바이러스들은 조류 바이러스에 비해 인간의 기도와 기관지에 더 강하게 달라붙으며, 다양한 종류의 세포에 결합한다[26]. 따라서, 적절한 수용체가 없다는 것이 인간 내에서 조류 바이러스가 전염되고[27] 복제되는[28, 29] 효율이 좋지 않은 이유로 여겨진다. 세포 조직에 대한 이러한 친화성의 분자적 기초를 밝혀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다[28, 30, 31, 32].


<네이처>에 실린 뉴스글이다. 내 전공을 살려 오랜만에 화학 이야기를 번역해 본다. 속도맵 이미징 기법은 학부 때 있었던 연구실에서 다뤘던 기법이고, SN2와 E2은 유기화학 1 들을 때 유일하게 재미있었던(...) 파트였기에 이 연구는 왠지 정이 간다.

물리화학: 반응 메커니즘의 지문 채취하기

초록
분자 구조의 조그마한 변화도 화학 반응의 양태를 바꿀 수 있지만, 반응 메커니즘을 직접 연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경쟁하는 메커니즘들에 대해 직접적인 이해를 제공하는 이미징 기법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화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화학 반응을 샅샅이 쪼개 반응의 각 단계를 이해해 왔다. 반응의 정확한 메커니즘, 예를 들어 화학 결합이 만들어지고 쪼개지는 순서를 아는 것은, 결과물을 예측하고 분자 및 물질을 설계하며 새로운 화학을 발견하는 초석이 된다. 반응 메커니즘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대개 간접적인 관측에서 얻은 다양한 정보를 결합해야 하기에, 짐작과 추리가 모두 필요하다. Carrascosa et al.1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속도맵 이미징(velocity-map imaging)이라 불리는 기법을 사용하여 하나의 메커니즘도 아니고 서로 경쟁하는 두 메커니즘을 직접적으로 시각화했음을 보고했다.

저자들은 탄소 원자에 붙어 있는 X 반응기가 (음이온 Y-으로 반응에 등장하는) Y 반응기로 대체되는 치환 반응에서 시작했다(그림 1). 이 과정을 일컬어 SN2 메커니즘이라 부르고, 이는 유기화학에서 가장 많은 연구된 메커니즘 중 하나이다. 이 반응의 본질은 X와 Y 중 누가 탄소 원자에 더 강한 결합으로 붙는지를 겨루는 경쟁이라 할 수 있다. 만약 Y가 더 강한 결합을 만든다면 X를 대체한다.

[그림 1] SN2 반응 메커니즘

탄소 원자에 결합한 X 반응기가 (Y- 이온으로 등장하는) Y 반응기로 대체되는 치환 반응은 SN2 메커니즘으로 일어날 수 있다. 반응물 Y-는 탄소 원자 기준으로 X의 건너편 방향으로 다른 유기 반응물에 접근하고, C-Y 결합은 부분적으로 형성되고 C-X 결합은 부분적으로 분해된 전이 상태를 통과한다. 탄소 원자에 붙은 세 개의 치환기(여기서는 수소 원자)는 반응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며, 마치 우산이 뒤집히는 것과 같은 기하 반전(geometrical inversion)을 일으킨다.

SN2 메커니즘은 1930년대에 영국 화학자 Christopher Ingold에 의해 처음으로 자세히 연구되었다2. 이 연구는 많은 양의 추리를 필요로 했으며 여러 조건 하의 다양한 치환 반응을 관찰하여 얻은 두 가지 핵심적인 관찰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첫 번째는, 반응 속도가 두 반응물 모두의 농도에 의존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두 반응물이 메커니즘의 가장 느린 단계(역자 주: 흔히 속도결정단계 rate-determining step라 부른다)에 개입한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로, 생성물 분자의 구조는 유기 반응물의 구조에 대해 항상 뒤집혀 있었다. 이로부터 Y와 X가 탄소에 붙는 결합이 형성되고 분해되는 것이 두 단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일어나며, Y-가 X의 반대 방향에서 탄소 원자에 접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정 중에, 반응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탄소 원자에 붙은 세 개의 치환기는 마치 우산이 뒤집히는 것과 같은 기하 반전(geometrical inversion)을 일으킨다.

Ingold의 방법론은 다소 간접적이었으나, Carrascosa et al.과 같은 연구실 출신의 연구자들이 2008년에 밝혀낸 바3에 따르면 기체 상태에서 SN2 메커니즘을 연구함으로써 좀 더 직접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 접근법에서, 두 반응물은 분리된 기체 분자살(molecular beam) 형태로 발사되어 서로 교차하는데, 이 교차점에서 반응이 일어난다. 분자살을 사용함으로써 반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와 반응물의 속도가 정교하게 조절될 수 있다. 생성물이 산란되는 방향 또한 속도맵 이미징 기법으로 측정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얻은 이미지는 반응 메커니즘의 직접적인 '지문(fingerprint)'이 된다.

Carrascosa와 동료들은 이 접근법을 사용하여 일련의 치환 반응을 연구하였다. 이들은 아이오딘화 메틸(CH3I)의 아이오딘 원자가 염소 원자로 대체되는 간단한 경우에서 시작했다. 저자들은 SN2 메커니즘에서 기대되는 바와 같이, 이 반응에서 생성된 아이오딘화 이온(I-)이, 입사된 염화 이온(Cl-)이 온 방향과 거의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만 산란되었음을 관찰했다(그림 2a). 게다가, 반응 생성물은 에너지적으로 허용되는 가장 빠른 속도에 근접한 속도로 날아갔는데, 이는 들어오는 Cl-의 운동 에너지는 반응에 필요한 만큼을 제외하고는 거의 그대로 생성물 I-의 운동 에너지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생성물의 진동이나 회전으로 흩어진 에너지는 아주 극소량이라는 것이다.

[그림 2] SN2와 E2 반응 메커니즘의 속도맵들

a. 이 도표는 Carrascosa et al.1이 기체 상태에서 염화 이온(Cl-)을 아이오딘화 메틸(CH3I)과 반응시키는 실험을 5만 번 반복하여 얻은 아이오딘화 이온(I-) 생성물의 속도 분포를 보여준다. 색깔은 도표의 각 구역에서 관측된 I- 이온의 개수를 정규화한 값이며, 0(암청색)부터 최댓값(암적색)까지를 표현한다. 충돌은 그림의 중심에서 일어나며, vxvr은 각각 반응물의 경로에 평행한 속도 성분과 수직한 속도 성분을 나타낸다. 각 픽셀의 위치는 생성물의 속도(중심으로부터 가장 멀리 위치한 픽셀은 가장 빠른 속도에 대응)와 산란각을 보여준다. 백색 화살표는 처음에 반응물이 접근하는 방향을 가리킨다. 이 속도맵은 I- 이온이, 입사된 Cl- 이온이 온 방향과 거의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만 산란되었음을 보여주며, 이와 같은 패턴은 전반적으로 SN2 반응의 특징이다. 적색 점선 원은 검출된 SN2 반응의 생성물 I-가 에너지적으로 가질 수 있는 최대 속도를 나타낸다. b. 저자들이 아이오딘화 메틸을 아이오딘화 에틸(CH3CH2I)로 대체했을 때 I-의 속도맵은 눈에 띄게 변화하였는데, 이는 (E2 제거 반응으로 알려진) 다른 종류의 반응이 일어났음을 나타낸다. 백색 점선 원은 E2 반응의 생성물 I-가 에너지적으로 가질 수 있는 최대 속도를 나타낸다.

SN2 메커니즘의 지문을 만들어낸 후, Carrascosa et al.은 좀 더 흥미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다른 반응물을 수반하는 비슷한 과정들에 대해 이미지를 얻어낸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오딘화 메틸의 수소 원자 중 하나가 메틸기로 대체되었을 때(즉 아이오딘화 에틸 CH3CH2I의 경우에), SN2 메커니즘이 일어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 반응의 산란 분포(그림 2b)가 아이오딘화 메틸의 반응에서 기록된 분포와 전혀 닮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생성물은 반대 방향으로 산란되었고, 가장 강력한 산란이 일어난 곳은 그림의 중심에 훨씬 가까웠다.

이 예제는 화학의 흔한 문제를 보여준다. 반응물의 화학적 복잡성이 가장 간단한 경우 너머로 증가하기 시작하면, 종종 두 가지 이상의 반응 양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아이오딘화 에틸과 염소의 경우, 경쟁하는 반응은 E2 제거 반응으로, Cl-가 수소 원자를 메틸기에서 떼어내 염화수소(HCl)를 형성하고, 그 결과로서 해당 유기 반응물의 전자가 재배치되면서 두 탄소 원자 사이에 이중 결합이 형성되고, 결국 에틴(CH2=CH2)이 만들어지면서 I-는 떨어져 나간다. SN2 메커니즘과 마찬가지로, 이 과정은 결합 형성과 분해가 동시에 일어나는 단일 단계 과정이다.

Carrascosa et al.은 SN2와 E2 메커니즘 간의 경쟁을 자세히 연구하기 위해, 다양한 조건 하에서 비슷한 반응들을 여럿 살펴 보았다. 그들이 개발한 직접 시각화 방법 덕분에 그들은 E2 메커니즘에 최소한 두 가지 종류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들은 반응물 할로젠 이온이 이탈기 할로젠 이온과 같은 방향으로 유기 반응물에 접근하는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기체상 방법론들과 마찬가지로, 이 저자들의 접근법은 용매 분자들이 반응 메커니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정보를 주지 않는다. (실제로 유기 반응들은 거의 항상 용액상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만약 Carrascosa et al.의 실험과 같은 실험들이 용액상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에 대한 연구와 접목되면, 그 결과로 반응물 효과와 용매 효과를 분리해내는 새로운 방법을 얻을지도 모른다.

또한 이 저자들의 기법으로 연구할 수 있는 반응의 복잡도에는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한계가 존재한다. 이는 부분적으로 분자 크기가 커짐에 따라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이 더 복잡해지기 때문이나, 또한 큰 분자들을 기체 상태로 만드는 것이 무척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연구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반응의 경우, 간단하게 만든 모델 시스템을 살펴봄으로써 유용한 통찰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새로운 연구는 메커니즘 연구 기법 가운데 초석을 놓는다. 예를 들어, 이 접근법은 부피가 큰 원자단이 분자의 일부를 가릴 때 나타나는 입체 장애 효과 때문에 반응 메커니즘이 변하는 것을 살펴볼 때 사용될 수 있으며, 또한 여러 단계를 거쳐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는 반응들이 실제로 그러한지 연구할 때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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