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이라이프>에 출판된 논문 중 좋은 글을 하나 발견하여 서론(Introduction)을 번역해 본다. (사실 초록이 워낙 인상적이라 읽기 시작했다...)


이론적 결과도 '결과'인가?

https://doi.org/10.7554/eLife.40018


초록

그렇다.


서론

<이라이프>에서 받은 결정 편지는 매우 호의적이었으나(우리 논문이 출판될 것은 확실했다), 리뷰어 중 한 명은 우리가 논문에서 실험 생물학과 물리학적 계산을 결합한 방식을 확실히 좋아하지 않았다.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그 함의점을 도출해야 하며, 모델링은 데이터로부터 직접 끌어낸 함의점을 정량적으로 확인하는 정도로 강등시켜야(relegate) 한다."


그리고 이건 유일한 사례가 아니었다. 다른 논문의 리뷰어는 이렇게 말했다. "그 대신, 저자들은 데이터가 스스로 말하게 하고, 복잡한 이론 분석은 나중으로, 아마 "논의(Discussion)" 절로 미뤄둬야 한다." 많은 동료들이 이론과 실험을 섞은 논문들에 대해 동일한 반응을 겪어 왔다. 우리가 뭘 잘못한 것인가? 어째서 (이 리뷰어들의 말에 따르면) 관찰 결과와 이론을 "결과" 절에서 주고 받는 대화로 표현하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인가?


이 표현들("강등"이라니!)에 어리둥절해지면서도, 이들은 내가 일부 생물학자들과 가졌던 오랜 경험과 공명한다. 즉, 그들은 이론의 가치를 물리학자들이 이해하는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본다. 많은 생물학자들에게, 이론적 결과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다. 내 생각에, 대신 많은 이들에게 이론적 결과는 그저 일종의 의견으로,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본질적으로, 이론적 결과는 새로운 것을 전혀 더하지 않는다. 따라서 고전적인 결과/논의 이분법의 믿음 속에서 이론(혹은 흔히 부르듯 '모델링')은 기껏해야 두 번째, 아니면 세 번째 부품일 뿐이다.


반면, 물리학자들은 수학적 모형 속에서 생각하는 법을 익힌다. 우리가 실험을 하든 이론을 하든, 조화 진동자, 마구잡이 걷기, 이상화된 전기 회로 등이 우리 공구 상자의 공구들로 활약한다. 우리는 이들을 풀 수 있는 예제, 즉 잘 정의된 가정 속에서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으며, 결과가 모형 속 다양한 매개변수에 어떻게 의존하는지 해석할 수 있는 예제로 사용한다. 이 접근법을 통해 우리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평가할 수 있다. 모형들은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한다. "만약 이것이 바닥에 깔린 물리학이라면, A는 B에 따라 2차식으로 변할 것이다..." "이 가정 하에서, 데이터는 다음과 같이 감소할 것이다..." 만약 옳지 않은 결과를 찾아냈다면, 다음과 같이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나는 이 주장들이 물리학의 기본 법칙과 모순된다는 것을 보일 것이다."


이론의 역할은 또한 예측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비록 내가 "실험 없이 예측이 무슨 쓸모가 있나?"라고 말할 생물학자들을 알기는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예측의 가치를 인정한다. 디랙의 반입자 예측과 아인슈타인의 태양빛 굴절 예측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예측한 힉스 입자의 존재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에서 예측은 전설적인 존재이다. 우리는 예측을 실험에 대한 동기이자 학문을 전진시키는 동인으로 바라본다. 물론, 종종 예측이 틀릴 때도 있지만, 그것은 대개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이론 연구가 예측의 형태를 그 자체로는 가지고 있지 않을지라도, 여전히 그 이론을 염두에 두고 실험을 설계하는 데에 유용할 수 있다. 일례로, Bialek (2018)에서는 레일리의 청각 연구부터 왓슨과 크릭에 이르기까지 생물학에서 이론이 수행한 역할에 대해 수많은 역사적 예제를 제시하고 있다.


본 논문에서 나는 이론이 '결과'가 아니라는 관점에 반대를 표현하고자 한다. 나는 <이라이프>와 다른 생물학 학술지에 출판되는 논문들 속에서 당당하게 수학적 표현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험과 이론 결과를 맞춰 나감으로써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고, 나는 이것이 훨씬 더 흥미롭고 잘 읽히는 논문들을 만들어낸다고 확신한다. 또한 이론과 실험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 과학적 방법 측면에서도 더 정직한 것이다.


독자들은 물리학 학술지에 출판되는 논문들 속에서, 생물학적 정보, 배경, 결과가 자주 포함된다는 것을 듣고 흥미롭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항상 그래왔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수십년 전 고에너지 물리학자인 동료가 내 책상 위에서 점균류 Dictyostelium discoideum의 패턴 형성에 대한 논문 원고를 보고 던진 질문을 또렷이 기억한다. "왜 물리학자가 그렇게 터무니없는 걸 연구하죠?" 하지만 이제 많은 물리학자들이 그런 터무니없는 연구를 하고 있고, 많은 물리학 학술지들은 cAMP 신호 전달, 나선형 파동, 주화성(走化性; chemotaxis) 등에 대한 논의로 가득차 있다. 만약 우리가 학제간 연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나는 생물학 논문들 안에 이론을 위한 중요한 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론 논문의 '결과' 절 뿐 아니라 이론과 실험을 결합한 논문의 '결과' 절에도 말이다.


이건 새로운 일이 아니다. 만약 아직까지 읽어본 적이 없다면, 호지킨과 헉슬리의 유명한 1952년 논문을 읽고 실험과 이론이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 살펴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론은 논의 절, 혹은 심지어 보충 자료로 강등되지 않았고, 대신 마치 가장 자연스러운 일을 하는 것처럼 논문의 본문에 당당히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 논문은 <생리학 저널(Journal of Physiology)>에 실렸다. 동일한 구조는 생화학 학술지에 (독일어로) 출판된 미카엘리스와 멘텐의 논문(1913)에서도 발견된다. 만약 이것이 백 년 전에 적절한 일이었다면, 어째서 이제는 수학적 모형들의 세부 사항들이 전부 논문 뒷쪽으로 밀려나야 하는가?


많은 독자들은 내가 생체 시스템의 정량적 묘사에 대해 제기하는 문제가 생물학자와 물리학자의 고정관념 간의 긴장 관계와 강하게 결부되어 있음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주어진 시스템의 모든 복잡성을 다 포함하려 하는 반면, 물리학자들은 일반성과 최소성을 추구한다. 최근의 다른 논평들에서도 강조되고 있듯 생물학 내에서 이론의 역할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발전 속에서 물리학-생물학 국경의 양편에 있는 과학자들을 훈련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물리학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물학 커뮤니티에 구체적인 예제를 제시하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이 주어졌고, 이 논문의 한 가지 목표는 이 빈틈을 메우는 것이다.


전체 커뮤니티를 대표하여 어떤 주장을 하려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아래에서 나는 (최소한 일부) 물리학자들이 생물학의 어디에서나 나타나는 유명한 현상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지에 대한 예제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 현상은 세포 수용기의 작동에서부터, 박테리아의 주화성, 활동 전위의 전파, 그리고 형광 광표백 기법(fluorescence recovery after photobleaching; FRAP)에 이르기까지 나타난다. 바로 확산 현상이다. 시적 허용을 이용하여, 우리가 확산 방정식이나 픽의 법칙(Fick's law)이 알려져 있지 않던 시점에 있다고 상상하자. 따라서 아래에 주어지는 실험적 관찰과 이론적 분석은 모두 새로운 것이고 '결과' 절에 포함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나는 데이터와 이론이 (바라건대) 커뮤니티 내에서 널리 이해될 수 있는 간결한 표현 속에서 통합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주기 위해 '결과' 절의 두 가지 버전을 준비했다. 첫 번째 버전은 '미시적' 모형을 사용하는데, 이 모형은 생체 시스템을 간결하게 묘사하되 거시적인 규모에서 관찰되는 거동을 묘사하는 데 필요한 필수 요소들은 다 포함한다. 미시적 매개변수들이 거시적 답에 포함되는 방식은 일반적인 것(혹은 물리학자들의 표현으로 보편적인(universal) 것)으로 드러날 것이고, 이것이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이다. 두 번째 버전은, 아마 조금 더 어려울 텐데, '차원 분석'을 이용하는 것으로 이는 자연 현상을 분석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이다. 여기서, 다양한 양들 사이의 관계는 이들이 측정되는 단위(질량, 길이, 시간, 전하 등)를 살펴봄으로써 추론된다. 아주 오래 전부터, 구체적으로는 맥스웰의 1869년 연구에서부터 사용된 기법으로서, 이 기법은 종종 문제에 대한 정확한 답을 주는데, 그 오차는 흔히 쓰는 표현대로, 많아야 두 배 차이(factors of two)이다.


더 궁금하면 논문 ㄱㄱ

네이처 뉴스를 읽다가 무심결에 지나친 논문을 다시 살펴 보았다. 학부 때 상대론적 양자역학 연구실에서 배웠던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네이처> 뉴스와 더불어 해당 논문의 초록을 번역하였고, APS Physics에 실린 좀 더 상세한 뉴스에서 이해를 도울 만한 그림을 따왔다.


<네이처> 알려진 제일 무거운 원소의 전자들은 틀을 깬다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1674-2


전자들은 일반적으로 구별된 껍질 안에서 원자핵 주위를 돌지만, 계산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무거운 원소인 오가네손의 외각 전자들은 그 대신 기체 형태로 핵 주위를 돌지도 모른다.


오가네손은 빠르게 붕괴하기에 실험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렵다. 그 대신, 뉴질랜드의 매시 대학교 오클랜드 캠퍼스의 Peter Schwerdtfeger와 동료들은 오가네손 핵 주위에 있는 전자들의 에너지 준위를 계산했다. 더 높은 정확도를 얻기 위해, 연구진은 '상대론적 효과'로 알려진 요소를 고려하였다. 이 요소로 인해 이 원자의 높은 핵 전하가 더 가벼운 원소들에 비해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연구진은 오가네손 안에서는 최외각 전자들의 궤도가 구별되지 않아 바깥 층이 거의 전자 기체처럼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가네손은 비활성 기체로 구분되고 있지만, 이 연구에 따르면 오가네손이 해당 족의 다른 구성원들과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으며, 심지어 상온에서 고체일 수도 있다.



<피지컬 리뷰 레터스> 오가네손의 전자와 핵자 국소화 함수들: 토머스-페르미 한계에 이르다

https://doi.org/10.1103/PhysRevLett.120.053001


초록

페르미온 국소화 함수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무거운 원소인 초중량 원소 오가네손(Og; oganesson)의 전자 및 핵자 껍질 구조 효과를 논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7p 전자 껍질의 스핀-궤도 갈라짐은 매우 크기에(~ 10 eV), Og는 더 가벼운 비활성 기체 원자들과 비교할 때, 꽤 큰 쌍극자 분극도와 더불어 원자가 영역에서 균일 기체와 유사한 거동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Og의 핵자 국소성은 또한 원자가 영역에서 토머스-페르미 기체 거동으로의 전이를 겪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특별히 중성자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이 효과는 단일 입자 오비탈의 높은 밀도에서 기인한다.



APS Physics 가장 무거운 원소는 특이한 껍질 구조를 가지고 있다

https://physics.aps.org/articles/v11/10


그림 1 오가네손은 주기율표에 가장 최근에 추가된 원소 중 하나이다. 이 무거운 원소(Og, 오른쪽 아래)의 전자 구조를 이론적으로 계산해 보니 전자들의 분포가 매끄럽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는 상호작용하지 않는 입자들로 이루어진 기체에서 나타나는 거동이다. 이 균일한 거동은 더 가벼운 원소들인 제논(Xe, 오른쪽 위)이나 라돈(Rn, 오른쪽 중간)에서 관찰되는 껍질 구조와 대조를 이룬다.

나름 열역학-통계역학을 열심히 쓰는 분야에 있다 보니, 좀 더 근본적인 열역학-통계역학에도 관심이 있다. 수학/물리학 능력이 일천한 관계로 이런 연구를 쉽게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주워 들으면서 조금씩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약한 비평형계 엔트로피의 직접 측정값이 기브스-섀넌 꼴과 일치하다

https://doi.org/10.1073/pnas.1708689114


중요성

열역학 제2법칙은 고립계의 총 엔트로피가 변하지 않거나 증가해야 한다는 법칙이다. 이 법칙에 따라 물리학 법칙들이 제한되고, 아무 부작용 없이 열을 일로 전환하는 영구기관은 존재할 수 없다. 제2법칙의 핵심에는 엔트로피에 관한 명제가 있지만, 엔트로피는 규정하기 힘든 개념이다. 오늘날까지도 엔트로피는 직접 측정된 적이 없으며, 온도에 따른 비열을 적분함으로써 계산하는 것처럼 그저 다른 양으로부터 추론되었을 뿐이다. 이제, 정보 조각의 일부를 지우는 데 필요한 일을 직접 측정함으로써 우리는 엔트로피의 변화를 직접 분리해냈고, 이 값이 섀넌(Shannon)이 제시한 함수꼴과 일치함을 보임으로써 이 맥락에서의 물리적 의미를 끌어냈다.


초록

확률 열역학(stochastic thermodynamics)은 고전 열역학을 확장하여 한 개 이상의 열원과 접촉하고 있는 작은 계들까지 다룬다. 확률 열역학은 열 요동의 효과까지 설명할 수 있으며, 열역학적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계들도 묘사할 수 있다. 기본적인 가정은 섀넌 엔트로피 식이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비평형계의 엔트로피를 묘사하는 적절한 도구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연구에서 거시적 평형에 있지는 않지만 미시적 평형에 도달한 계에 대해 실험적으로 이 함수를 측정하였다. 이 계는 물에 녹아 있는 마이크론 크기의 콜로이드 입자로, 피드백 덫으로 만들어진 가상 이중 벽 퍼텐셜에 갇혀 있다. 우리는 정보 조각 일부를 지우는 데 필요한 일을 측정하였고, 이 값이 두 상태 계(two-state system)의 섀넌 엔트로피에 의해 제한됨을 발견했다. 게다가, 느린 과정의 가역성을 직접 측정함으로써, 우리는 기대되는 열역학 한계에 도달할 수 있는 실험 과정과 도달할 수 없는 실험 과정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다.

화학자/물리학자로서 수소 원자는 항상 마음을 뛰게 한다. 이번 주 <사이언스>에는 수소 원자와 관련된 기초적인 물리량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아래에 두 편의 소개글과 초록, 그리고 그림 1을 번역해서 소개한다.

양성자는 얼마나 큰가?

양성자의 크기에 대해, 뮤온 수소의 분광 분석에서 얻어낸 값과 "일반적인" 수소의 기존 결과들을 평균하여 얻은 값 사이의 차이가 지난 7년간 물리학자들을 혼란스럽게 해왔다. 이제 Beyer et al.은 이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연구자들은 일반적인 수소에 대한 매우 정확한 분광 측정으로 양성자의 크기를 얻어냈다. 놀랍게도, 이 값은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된 과거 측정값들의 평균과 일치하지 않았다. 또한 놀랍게도, 이 값은 뮤온 수소 실험에서 뽑아낸 값과 일치했다. 수수께끼를 푸는 일은 이제 과거 결과들이 새 결과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고 모든 실험에 내재된 계통 오차의 원인을 다시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양성자 반지름의 재검토

모든 원자의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고, 가장 간단한 원자인 수소는 단 하나의 양성자로 구성된 원자핵을 가지고 있다. 이 양성자의 반지름은 매우 작아 약 1 fm 가량 되며(1 fm는 10-15 m), 수소 원자의 반지름보다 6만 배 작다. 양성자는 이렇게 근본적인 입자이기 때문에, 그 크기를 측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10년 이후로 양성자의 크기는 이론가들과 실험가들을 모두 당혹스럽게 해왔다. 전자 대신 전자보다 200배 더 무거운 기본 입자인 뮤온이 양성자를 돌고 있는 특이 수소(exotic hydrogen)의 전이 주파수를 측정해보면, 양성자의 크기가 약 4% 작게 측정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수소 분광 분석 및 전자-양성자 산란 결과와 비교할 때 6σ 수준인 이러한 불일치는 "수소 크기 수수께끼"를 만들어 냈고, 그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격렬한 과학적 논쟁이 벌어졌으나 여태껏 확실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Beyer et al.은 일반적인 수소의 발머 계열 방출선 중 하나인 2S-4P 전이 주파수를 측정한 결과를 제시한다. 이들이 스펙트럼으로부터 얻어낸 양성자 크기값은 뮤온 수소 분광 분석에서 얻어낸 값과 일치하고, 일반적인 수소에 대한 기존 측정 결과들 대부분과 불일치한다. (기존의 측정값들은 매우 많다!) 이들은 또한 자연의 상수 중 가장 정확하게 결정된 상수 중 하나인 뤼드베리 상수(Rydberg constant)가 문헌값과 3 시그마 이상 차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소 원자에서 얻어낸 뤼드베리 상수와 양성자 반지름

초록
"양성자 반지름 수수께끼"의 핵심에는 일반적인 수소 원자(H)와 뮤온 수소 원자(μp)에서 결정된 양성자의 근평균제곱 전하 반지름(rp) 간의 4 시그마 차이가 있다. 저온 수소 원자살을 사용하여 우리는 H의 2S-4P 전이 주파수를 측정하였고, 이로써 뤼드베리 상수 R = 10973731.568076(96) m-1rp = 0.8335(95) fm이라는 값을 얻었다. 우리가 얻은 rp 값은 기존의 H 세계 데이터보다 3.3 합성 표준 편차만큼 작지만, μp 값과는 잘 일치한다. 우리는 이웃의 원자 공명에서 기인하는 양자 간섭으로 발생하는 방출선 이동(line shift)을 제거할 수 있는 비대칭 맞춤 함수(asymmetric fit function)를 쓸 것을 제안한다.

그림 1: 뤼드베리 상수 R과 수소의 RMS 전하 반지름 rp
본 연구에서 얻어낸 rp 값(녹색 다이아몬드)과 μp 분광 분석에서 얻어낸 값(분홍색 띠와 보라색 사각형)은 일치한다. 우리는 H 분광 세계 데이터(파란 띠와 파란 삼각형)에 대해 3.3 합성 표준 편차만큼의 차이를, 기본 상수들에 대한 CODATA 2014 세계 조정(회색 육각형)에 대해서는 3.7 합성 표준 편차만큼의 차이를 발견했다. H 세계 데이터는 15개의 개별 측정값으로 이루어져 있다(검은 원은 광학 측정, 검은 사각형은 마이크로파 측정). H 데이터에 더하여, CODATA 조정값은 중수소 데이터(9개 측정값)과 탄성 전자 산란 데이터를 포함한다. rp 대신 R에 대해서도 거의 동일한 그래프가 얻어지는데, 이는 두 매개변수 간의 강한 상관성 때문이다. 이는 아래쪽 R 축에 나타나 있다.

이번 주 <네이처 물리학>에 물리학사 논문의 서평(?)이 실렸다. 요새야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을 양자통계역학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배우지만, 사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 터. 그 과정에서 큰 기여를 한 Fritz London의 이야기다. 물리화학 공부를 하다보면 런던 힘이니 하이틀러-런던 이론이니 해서 이름을 많이 듣는 분인데,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에도 기여하신 줄은 몰랐다.


물리학의 역사: 양자역학이 커진 순간

https://doi.org/10.1038/nphys4255


양자기술 시대가 동터오면서, 우리는 양자역학 효과가 실용적인 장치에서 드러난다는 개념에 익숙하게 자라왔다. 하지만 인류가 단일 양자 존재를 분리하고 조작하며 측정하는 기술을 습득하기 전까지, 거시 차원의 양자 현상이라는 개념은 초유체성이나 초전도성과 같은 집단 거동을 보이는 무리에서 잘 정립되었다. 거시적인 파동 함수가 이러한 효과의 기반이라는 획기적인 깨달음은 Fritz London에 의해 1946년 도입되었는데, Daniela Monaldi는 London이 이전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이러한 개념에 도달한 과정을 새로운 시각으로 통찰력 있게 재구성해내며, 그 시작점을 많은 변화에 흔들리던 삶 가운데 모은 아이디어들의 합성으로 설명한다(Stud. Hist. Philos. M. P. http://doi.org/cbsk; 2017).


London의 주요 업적을 목록으로 만든다면, Walter Heitler에 의해 체계화된 수소 분자의 양자역학 결합 이론에서부터, 자신의 동생 Heinz과 함께 개발한, 초전도체 내 전류밀도와 자기장 간의 현상론적 관계에 이르기까지 많고 다채로운 연구가 포함된다. 그는 말년에 측정 이론, 거대 분자, 초유체를 연구했고, 이 주제들은 1954년 그가 54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London의 삶은 또한 혼란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는 나치가 발흥하면서 독일을 떠나야 했고, 옥스포드와 파리를 전전하다가 1939년 미국으로 이민왔다.


이 변화무쌍한 삶과는 상반되게, Monaldi는 거시적 양자 메커니즘이라는 아이디어의 시작을 "선구자적인 직관이나 미리 세운 계획의 목표가 아니라 차근차근 깨달음이 쌓인 결과"라고 기술한다. 그녀는 핵심적인 순간으로 London이 1937년 암스테르담에서 판데르 발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국제 학회에 참석한 시점을 꼽는다. 이 학회의 토론 주제 중에는 헬륨의 λ-전이가 있었고, 또한 George Uhlenbeck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보손 응축 연구에 대한 자신의 기존 비판을 철회하는 일이 있었다. London은 그 때부터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시작했고(이로써 그는 "순수하게 가상의 존재만 다루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었다고 느꼈다), 훗날 이것을 λ-전이와 연결시켰다(그는 이 연결에 대해 처음에는 강한 회의를 가지고 있었으나 László Tisza가 그를 납득시켰다).


Monaldi는 이 시기가 London의 경력에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본다. 이로 시작된 개념의 형식화는 결국 초전도체, 초유체 헬륨과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을 통합하여 양자역학이 미시 영역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거시 세계에 도달"할 수 있음을 증명하게 했다. London은 마침내 자신의 생각을 1946년 7월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학회에서 발표했는데, 이 학회는 세계 대전 이후 최초로 열린 큰 규모의 국제 물리학회로 대서양 양쪽의 더 넓은 커뮤니티를 다시 연결하는 것이었다.

나는 중딩 시절에 김재관 교수님이 번역하신 입자물리학 교양서(?)를 읽고 입자물리학의 매력에 빠졌으나, 대학교 4학년에 되어 정작 그 수업을 들어보니 도무지 내용조차 이해를 할 수 없어 포기한 바가 있다. 그래도 막연한 관심은 남아 있던 차에 <네이처>에 이런 리뷰가 실렸기에 초록과 서론을 번역해 본다.

표준모형을 만들고 부수는 맛깔 변환 중성류

초록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은 기본 입자들과 그들의 상호작용에 대한 현존하는 최고의 이론이나, 불완전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입자들과 상호작용들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입자들을 찾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소위 맛깔 변환 중성류(flavour-changing neutral current) 붕괴라 불리는 과정을 연구하는 것으로, 이 과정 중에 쿼크의 전하는 바뀌지 않고 맛깔만 바뀐다. 이러한 변화의 한 가지 예로 맵시 쿼크(beauty quark)가 기묘 쿼크(strange quark)로 붕괴하는 현상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붕괴 과정에 있는 몇 가지 흥미로운 이상현상을 되짚어 본다. 이들은 표준모형 안에 존재하는 균열을 드러냈고, 이는 그 너머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서론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은 기본 입자들의 성질과 상호작용을 설명하는데 놀랍도록 성공적이었던 이론으로, 그 예측값들은 엄청난 정확도로 실험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우주 내 암흑물질의 겉보기 비율과 물질 쪽으로 심하게 치우쳐 있는 물질-반물질 비율에 대한 우주론적 관측 사실들로부터, 표준모형 이론이 완전하지는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표준모형은 알려진 기본 입자들의 질량 사이의 패턴을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실험 입자물리학의 최근 목표 중 하나는 새로운 입자들과 상호작용들을 발견하여(보통 '새로운 물리학 new physics'이라고 불린다) 이러한 관찰 사실들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 새로운 입자들을 찾는 일은 두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방법은 높은 에너지의 양성자살(proton beam) 혹은 전자살(electron beam)을 충돌시켜 직접적으로 새로운 입자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새로운 입자는 결국 알려진 표준모형 입자들로 붕괴하고, 이 입자들의 성질이 입자물리학 검출기로 측정된다. CERN에 있는 대형 하드론 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의 ATLAS와 CMS 공동연구가 이렇게 전례 없는 에너지와 세기로 양성자살을 충돌시켜 새로운 입자들을 만들어내는 실험의 예이다.

두 번째 방법은 표준모형으로 정확하게 기술될 수 있는 (쿼크로 구성된) 하드론들의 알려진 붕괴 과정의 성질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 경우, 케이온(기묘 쿼크를 포함하는 하드론)이나 b 하드론(맵시 쿼크를 포함)의 붕괴처럼 약한 상호작용(weak interaction)을 통해 이루어지는 과정들이 특별히 흥미롭다. 양자장 이론의 귀결로서, 이러한 붕괴 과정은 붕괴하는 입자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질량-에너지보다 큰 물리 질량을 갖고 있는 순간적 입자(transient particle)들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순간적 입자들은 '가상' 입자(virtual particle)로 불린다. 만약 이 새 입자들이 충분히 무겁다면 붕괴율과 붕괴 산물의 움직임에 대한 표준모형의 예측과 실험값 사이에 큰 오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양들의 정확한 측정값은 LHC의 현재 가능한 충돌 에너지보다 훨씬 큰 질량을 가지고 있는 표준모형 너머의 입자들에 달려 있다. LHC에서 진행 중인 LHCb 실험은 알려진 붕괴 과정들의 성질을 정확히 측정함으로써 새로운 물리학을 탐색하는 실험의 한 예이다.


지도교수님이 필자 중 한 명으로 참여한 <네이처 화학생물학(Nature Chemical Biology)> 논평. 이건 우리 분야니까 논문을 전부 다 번역해 본다. 분류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단백질 과학은 물리학-화학-생물학 모두를 포괄하는 킹왕짱이니까 내 맘대로 따로 분류를 만들었다 -_-v

단백질 내의 질서와 무질서 동시에 측정하기

초록
핵자기공명 분광학(NMR; nuclear magnetic resonance)은 단백질의 구조와 움직임이 얼마나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해당 단백질의 기능과 상호작용의 기초가 되는지를 밝혀냄으로써 단백질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변화시키고 있다. 단백질을 통계적 모음으로 보는 관점은 구조적으로 불균일한 상태들의 존재 및 생물학적 가치를 드러내고 있고, 그 결과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이분법을 넘어 그 사이의 연속성을 더 정량적으로 묘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서론
무질서한 단백질(disordered protein)은 인간 단백질체의 1/3을 구성하고 있고, 유전자 조절과 신호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무질서한 단백질이 발견되기 전까지 단백질은 각 원자들의 좌표가 거의 정확하게 정의될 수 있는, 잘 정의된 자연 상태 구조로 접힌다는 생각이 과학계를 지배하고 있었지만, 무질서한 단백질의 발견으로 이 오래된 패러다임이 크게 흔들렸다. 이 발견 이후 '질서'와 '무질서'라는 용어가 대비되어 사용되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단백질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이 없다는 것이 그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었다. 단백질의 무질서는 초기에는 '구조의 부재'로 정의되었는데, 이는 예를 들어 X선 결정학으로 결정된 자연 상태 구조에서 좌표값이 결정되지 않은 구역들과 같은 개념이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질서와 무질서는 상호 배타적이어야 하나, 실제로 단백질의 구조와 움직임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이 분자들의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두 개념이 꼭 상호 배타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논평에서, 우리는 이 인위적인 질서-무질서 이분법을 점차 대체할 수 있도록 단백질의 구조와 움직임을 동시에 결정할 수 있는 방법론들, 구체적인 예로는 핵자기공명(NMR) 분광학 기법들이 개발되어 온 역사를 논의한다. 우리는 이와 같이 구조와 움직임에 관한 더 정량적인 묘사들을 소개함으로써 단백질 거동에 내재되어 있는 분자 메커니즘에 관한 강력한 통찰력을 제공하게 되리라 기대한다.

질서-무질서 연속체
단백질의 자연 상태는 완전히 질서 있는 상태로부터 거의 완전히 무질서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그 중간 단계들까지 다 포함하여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점차 증명되고 있다(그림 1). 허나 구조 데이터로부터 그 기능을 해석해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점차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현대 실험 방법론들은 단백질의 움직임을 아직 잘 기술하지 못하기 때문에 용액 속에서 존재 가능한 통계적 모음 안에서 가장 대표적인 '정적' 구조만 찾아내기 때문이다. 한편, 속도론적 단백질 결정학과 통합 구조 생물학(구조 결정에 사용되는, 다양한 상호보완적인 방법론들을 결합하는 접근법)의 발전으로 인해, 피코초에서 나노초 정도의 시간 수준에서 수집된 상태들을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기술할 수 있게 되었다(보충설명 1). 이러한 접근법들로부터, 저온에서 단단히 뭉친 결정 구조로 존재하는 많은 단백질들이 실제로는 매우 동적이며, 특히 기능, 상호작용, 다른 자리 입체성 조절(allosteric regulation)에 중요한 부분일수록 그렇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게다가, 무질서 단백질에서 주로 나타나는, 더 큰 규모로 더 긴 시간 동안 일어나는 움직임을 정확히 묘사할 수 있는 기술들에 대한 필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보충설명 1). 이 방향으로 진보가 일어날수록, 단백질의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이분법은 점차 이 두 극단 중간의 다양한 상황들에 관한 정량적인 묘사로 대체될 것이다.

[그림 1] 단백질의 구조와 움직임은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통해 효과적으로 기술된다.

(a) 메타추론 방법론으로 계산된 인간 프리온 단백질 구조의 통계적 모음. (b) δ2D 방법으로 계산된 NMR 화학적 이동으로부터 결정된, 이에 대응하는 2차 구조 분포(BMRB ID 4402). (c) PODD 데이터 집합에 있는 모든 잔기에 대한 α 나선과 β 가닥 분포의 산포도. 점선 사각형은 한 가지 이상의 2차 구조를 갖는 불균일한 영역의 잔기들을 표시한다. (d) 무질서 여부를 예측하는데 흔히 사용되는 서열 정보 기반 방법론들(x축)의 균형 정확도(balanced accuracy)를 나타낸 막대 그래프. 사용된 데이터는 생리적 조건 하의 단분자 단백질들에서 측정된 화학적 이동에 대응하는 PODD 데이터 집합의 일부이다. 이 패널에서 단백질의 각 영역은, 만약 최소한 L개의 연속한 잔기(범례와 같이 L = 1, 10, 20, 30)의 α 나선과 β 가닥 분율이 모두 0.5보다 작다면 무질서한 것으로 정의되고, 그 외에는 질서 있는 영역으로 정의된다. s2D 방법론의 막대는 회색으로 표시되었는데, 이는 데이터 집합의 일부 서열이 훈련 집합(training set)에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보충설명 1] 단백질 구조의 통계적 모음
통계역학에서 통계적 모음(ensemble)은 시스템의 모든 상태들을 각 상태로 존재할 확률까지 포함하여 모은 집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기술하는 것은 시험관 내에서나 생명체 내에서 모두 수용액 상태에 있는 단백질을 기술하기에, 최소한 그들이 변화(예를 들어 화학 반응)를 겪지 않을 때만큼은 적절하다. 이 관점을 취하면, 단백질 구조의 통계적 모음은 그 가능한 구조들의 확률 분포로 정의할 수 있고, 각 구조는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원자 좌표들로 정의될 수 있고, 혹은 자연 상태의 잔기간 접촉 정보나 2차 구조 요소들로 정의될 수도 있다. 평형 상태에 있는 구조의 통계적 모음에서, 단백질의 가능한 상태는 볼츠만 가중치(exp[-E/kBT]/Z)에 따른 확률로 존재한다. 여기서 E는 상태의 에너지, T는 온도, kB는 볼츠만 상수, 그리고 Z는 분배 함수로서, 볼츠만 가중치는 엔트로피 최대화와 에너지 최소화의 균형으로부터 도출된다. 따라서, 이 시스템 하에서, 무질서한 영역들은 단순히 무작위적인 구조와는 무척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경우 실제 존재할 수 있는 많은 구조들이 갖는 통계적 가중치가 각 구조의 에너지에 따라 매우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논평 속에서, 우리는 '단백질 동역학'이라는 용어로써 단백질이 구조의 통계적 모음 안에서 존재함을 가리킬 것이고, 주로 단백질의 평형 성질들을 가리킬 것이다('평형 동역학'). 그리고 비평형 성질들은 시스템이 가질 수 있는 상태들 간의 전이율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 정량화가 가능하므로 가볍게 지나가며 다루기만 하겠다.

이 그림은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모델링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로 측정되는 서로 다른 시간 차원(x축)과 길이 차원(y축)을 보여준다(윗부분). 분자동역학(MD; molecular dynamics) 방법론들은 붉은 배경 안에 표시하였다. X선 결정학과 전자 현미경(EM; electron microscopy) 역시 단백질이 가질 수 있는 여러 상태들을 조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소각 X선 산란(SAXS; small-angle X-ray scattering)과 소각 중성자 산란(SANS; small-angle neutron scattering), 그리고 원자 힘 현미경(AFM; atomic force microscopy)과 광 집게(optical tweezer) 역시 밀리초 이하의 시간 차원에서 동역학을 검출할 수 있고 큰 복합체의 다양한 구조들을 찾아낼 수 있다. 또한 본문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NMR 기법들을 통해서 검출할 수 있는 다양한 시간 차원 역시 표시하였다(아랫부분). CS는 화학적 이동(chemical shift), RDC는 잔기 이극 결합(residual dipolar coupling), CPMG는 Carr-Purcell-Meiboom-Gill의 줄인 말이다.

NMR 분광학의 발흥
최근 가장 흥분되는 구조생물학의 발전 중 하나는 NMR 방법론으로 단백질의 구조 요동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이로써 단백질의 질서와 무질서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생긴 셈이다. 이와 같은 발전은 기실 NMR 분광학의 오랜 역사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기법의 성공은 자연 상태 구조를 수용액 내에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에서 기인하는데, 이는 심지어 X선 결정학이 고체 상태에서 얻은 구조 정확성과 비교할 만한 구조 정확성을 주기도 했다. 반면 X선 결정학과의 차이점으로는, NMR 분광학은 넓은 범위의 시간 규모에서 수용액 상의 단백질 동역학을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보충설명 1, 위). 화학적 이동(chemical shift)과 잔기 이극 결합(residual dipolar coupling)은 밀리초 시간 범위까지 포괄하는데, 이로써 리간드 결합과 다른 자리 입체성(allostery)에서부터 촉매와 단백질 접힘까지의 화학 과정들을 검출할 수 있다. 핵 오버하우저 효과(nuclear Overhauser effect; NOE)나 세로(R1) 및 가로(R2) 이완 과정을 이용하는 다른 NMR 측정 기법들은 피코초에서 나노초 시간 범위를 측정할 수 있고, 곁사슬의 회전과 국지적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상자성 이완 증강(paramagnetic relaxation enhancement; PRE)과 전자 상자성 공명(electron paramagnetic resonance; EPR) 실험들은 밀리초 시간 범위의 동역학을 알려주고, 이는 보통 접힘 중간체들과 리간드 결합 과정에 해당한다. 밀리초 시간 범위를 살펴보는, NMR R1r 회전 좌표계 이완과 Carr-Purcell-Meiboom-Gill (CPMG) 실험들은 접힘과 결합 중간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NMR 기법들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긴 시간 범위로, 실시간 NMR과 수소-중수소(H-D) 교환 데이터는 초 단위 시간 범위를 넘어가는 동역학을 관찰할 수 있고, 이는 복합체 단백질의 접힘에 해당한다. 게다가, NMR 측정 기법들은 단백질의 구조 요동을 평균한 값을 알려주기 때문에, 이들은 이 분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서로 다른 구조들(즉,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결정함으로써 평형 동역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보충설명 1). 특별히 NMR 분광학은 자체적으로 매우 동적이고 결정화(crystallization)될 수 없는 상태들에 대한 구조 정보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NMR 분광학을 이용하여 서로 다른 상태들 사이의 전이율을 결정하는 것이 점차 가능해지고 있고, 그 결과 비평형 동적 과정에 대한 분석 역시 가능해지고 있다(보충설명 1).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결정하는 데 겪는 어려움
단백질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정확히 결정하는데 NMR 분광학이 뛰어난 잠재성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나, 이 일은 여전히 무척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실험 데이터는 모든 접근 가능한 상태들에 대한 가중치 평균값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이 측정된 평균값으로부터 각기 다른 상태들을 분해해야 하는 '분해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이 평균값들이 주는 정보(보통 다른 종류의 실험들로부터 구한다)는 매우 적은데, 예를 들어 몇 가지 결합 각도나 원자간 거리를 줄 뿐으로, 이 정보들은 서로 일관성 있게 조합되어야 한다. 끝으로, 실험 데이터는 무작위적인 그리고 체계적인 오차의 영향 아래 있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함수들은 단백질과 용매를 구성하는 원자들 간의 실제 상호작용에 대한 근사에 불과하다.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실험 데이터를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예를 들어 역장 force field의 지식)과 조합하여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모델링하도록, 다양한 수준의 복잡성을 가진 여러 기법이 개발되어 왔다. 이 기법들을 적용하여 만든 통계적 모음들은, 기능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작은 수준의 자연 상태 요동부터 무질서한 단백질들이 차지하고 있는 구조적으로 서로 다른 상태들 사이를 오가는 큰 규모의 움직임까지, 다양한 수준의 동역학이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수집하자
매우 일반적으로 말하면, 통계적 모음을 모델링하는 어느 기법이라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소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1) 결과로 나오는 구조의 통계적 모음의 질. 특히 이로부터 뽑아낼 수 있는 정보의 양. (2) 사용 가능한 실험 데이터의 양과 질. (3) 기법을 적용하는데 드는 시간과 자원. 단백질 데이터 은행(Protein Data Bank; PDB)에는 매우 적은 수의 구조의 통계적 모음만이 포함되어 있다. NMR 분광학으로 결정된 단백질 구조들의 경우 종종 해당 NMR 데이터를 설명할 수 있는 여러 모델들의 정보를 같이 입력하기는 하나, 서로 다른 상태들의 통계적 집단까지 포함시키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는 '통계적 모음'이라기보다 '불확실성 모음'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단백질 통계적 모음 데이터베이스(Protein Ensemble Database; PED)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 데이터의 수는 매우 적은데(현재 24개), 이는 정확히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계산하는 것이, 계산 자원과 필요한 실험 데이터의 양과 질의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PED에 있는 많은 구조 모음들이 아직 통계적 분포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지 않고 있기에 단백질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상태들을 찾아내기가 힘들다. 전반적으로 말해, 통계적 모음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벅찬 일이지만, 정확한 실험 및 이론 기법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컴퓨터의 계산 능력 또한 급격히 성장하고 있기에, 단백질의 수용액 속 성질들을 단순한 정적 상태보다 포괄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수집하는 큰 보관소가 장차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

2차원 통계적 모음
앞에서 묘사한 바와 같이 ('3차원')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결정하는 데 겪는 어려움들을 고려해 보면, 이와 다른 전략은 '2차원 통계적 모음'에 집중하는 것이다. 2차원 통계적 모음은 단백질의 매우 동적인 상태의 쓸모있는 성질들에 대한 정량적인 정보를 줄 수 있는 동시에, 일반적으로 계산이 더 쉽다. 한 가지 예로써, 단백질 질서 및 무질서 데이터베이스(Protein Order and Disorder Database; PODD, http://www-mvsoftware.ch.cam.ac.uk/index.php/podd)에는 약 5천 개의 단백질에 대해 δ2D 방법으로 측정한 NMR 화학적 이동으로부터 직접적으로 결정된 2차 구조 분포에 대한 2차원 통계적 모음들이 모여 있다. 인간 프리온 단백질 구조의 통계적 모음(그림 1a)과 이에 대응하는 2차 구조 분포(그림 1b)를 예로 비교해 보자. 이 2차원 통계적 모음들이 원자 좌표의 확률 분포나 3차 접촉에 대한 정보를 주지는 않지만, 국지적 안정성과 구조 불균일성에 대한 유용한 예측치를 제공한다. PODD에 모여있는 잔기들의 많은 양은 α 나선과 β 가닥을 모두 만들 수 있는 단백질의 불균일한 영역에 존재한다(그림 1c). 2차 구조 분포를 이용하는 주된 이점은 이 분포를 결정하는 것이 계산적으로 비싸지 않고, 뼈대의 화학적 이동은 보통 쉽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화학적 이동을 측정할 수 없을 때라도, 2차 구조 분포는 (예를 들어 s2D 방법론을 써서)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예측할 수 있다.

PODD 단백질들의 구조적 특성을 분석해 보면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연속체 개념을 잘 드러낸다.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어떠한 구분도 절대적이지 않고, 둘 사이의 연속성을 깨기 위해 분포상에 임의로 도입한 기준값에 의존한다. PODD 안에 있는 가장 동적인 영역들(NMR 측정에서 유도된 분포)이 보통 전통적으로 무질서하다고 정의되던 영역과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이들이 현존하는 무질서 예측 프로그램들로 발견될 수 있는지 시험해 보았다. PODD 안의 2차원 통계적 모음들에 대한 이 무질서 예측값들을 서로 비교하기 위해, 우리는 분포에 기준값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최소한 L개의 연속된 잔기의 α 나선과 β 가닥 분율이 모두 0.5보다 작다면 해당 영역을 무질서하다고 정의하였고, 서로 다른 L값에 대해 다양한 예측 프로그램들의 균형 정확도(balanced accuracy)를 계산하였다. 그 결과로 얻은 정확도는, 무질서를 전자 밀도 정보가 없는 영역으로 정의한 더 큰 데이터 집합에 대해 얻은 값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이로써 전통적인 질서-무질서 이분법 정의들이 PODD가 제공하는 연속체 정량법 안에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어려움과 기회들
사용 가능한 NMR 기법들이 늘어나면서 복잡한 분자 시스템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PODD 주석과 같은, 단백질의 평형 동역학에 관한 정량적 묘사는 연구 중인 단백질의 기능적 상태를 유추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트로포닌(troponin) I의 심장 동형 단백질의 경우(그림 2a), 2차 구조 분포로부터 어떻게 결합 상대가 존재함으로써 질서와 무질서 상태 사이의 평형을 이동하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종류의 분석은 기능적으로 의미 있는 영역을 밝혀내고 구조적인 특성을 찾아내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세포 내 NMR 분광학의 발전으로 박테리아 및 포유류 세포 단백질의 구조와 동역학을 연구하는 것이 점차 가능해지고 있다. PODD에서 사용된 화학적 이동 분석법은 이미 이런 연구에 적용되고 있으며, 단백질의 생물학적 맥락 속에서 그 구조를 빠르게 연구하게 해준다. 게다가, 이 방법으로 결정된 2차 구조 분포는 훨씬 통제된 시험관 내 실험들에서 측정된 분포와 비교하여 세포 내의 의미 있는 상태들을 밝혀내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포 내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의 2차 구조 분포는 시험관 내에서 단량체 단백질이 홀로, 혹은 라우로일사르코신산 소듐(sodium lauroyl sarcosinate; SLAS) 마이셀과 결합한 형태일 때 측정된 분포와 비교할 수 있다(그림 2b). 이 비교를 통해 세포 내 알파-시누클레인의 2차원 통계적 모음이 본질적으로 시험관 내의 단량체 단백질의 통계적 모음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는 다른 NMR 측정을 통해 포유류 세포 속에서 최근에 관찰된 결과와 일치한다. 게다가, NMR 분광법을 라이보좀-미완성 사슬 복합체(ribosome-nascent chain complex; RNC 복합체)와 같은 복잡한 초분자 시스템의 동역학을 관찰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점차 가능해지고 있다. 면역글로불린 유사 도메인(imuunoglobulin-like domain)의 동시 번역 접힘(cotranslational folding)에 관한 최근 연구에서 RNC 복합체는 분리된 도메인의 접힌 상태 β 가닥에 비해 약간 더 불안정한 β 가닥를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고, 이로써 이 도메인은 라이보좀에 묶여 있을 때에도 본질적으로 접혀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 2c).

[그림 2] 2차원 통계적 모음을 통해 단백질의 질서와 무질서를 동시에 정량화하기.

(a) 트로포닌 I 심장 동형 단백질의 N 말단 영역(cTnI[1-73]). 수용액 상태(위 패널, BMRB ID bmr25118)와 심장 트로포닌 C(cTnC)에 결합된 상태(아래 패널, bmr25119). (b) 세포 내 NMR 실험으로 찾아낸 알파-시누클레인의 α 나선과 임의 고리 분포(bmr19257)와 정제된 단백질의 해당 분포. 정제된 단백질은 수용액 상태의 단량체 상태(bmr6968)와 SLAS 마이셀에 결합된 상태(bmr16302)에서 측정되었다(그림의 범례를 보라). 통계적 모음에서 빠진 점들은 배정된 화학적 이동을 보이지 않는 잔기들에 해당한다. 이 분석을 통해 알파-시누클레인이 세포 내에서 분포하는 상태가 막에 결합한 상태보다 해당 단량체의 무질서한 상태와 더 유사함을 알 수 있고, 이는 최근의 발견과 완전히 일치한다. (c) 라이보좀-미완성 사슬 복합체의 일부인 면역글로불린 유사 도메인의 β 가닥과 임의 고리 분포(bmr25748). 분리된 도메인의 자연 상태 및 변성된 상태와 비교하였다(bmr15814, 범례를 보라).

전망
우리의 의견으로는, 이제 수용액 내 단백질의 동역학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더 강력한 정량적 구조 방법론과 주석을 개발하는데 도전할 때가 무르익었다. 앞서 기술한 PODD 데이터베이스는 2차 구조 분포의 정의로부터 얻어낸 구조와 평형 동역학을 포괄하는 정량적인 주석 시스템을 제공함으로써 이 방향으로의 진일보를 나타낸다.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주석 시스템들의 정보와 정확도를 늘리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3차 접촉을 직접 측정할 수 있는 실험 데이터를 더 많이 구하는 것이 한 가지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이로써 구조의 통계적 모음을 결정할 수 있는 통합적 구조 생물학 방법론으로 점차 가까이 나아갈 수 있다. 이를 보완하는 전략으로, 추가 실험 없이 더 많은 선험적 지식을 통합하는 전략이 있다. 이 방법론은, 예를 들어 현재 NMR 화학적 이동 데이터로부터 구조를 예측하는 방법론들이 하는 것과 같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접근 가능한 구조 데이터나 점차 정확해지고 있는 역장들을 활용하는 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NMR 분광학을 다른 실험 및 계산 접근법들과 접목하여 사용하면 점차 단백질의 구조 및 동역학 분석을 대규모로 해낼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구조와 동역학을 동시에 하나의 틀 안에 포함하는 능력은 단백질 내의 질서와 무질서가 갖는 생물학적 역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며, 기능, 상호작용, 다른 자리 입체성 조절의 기본 메커니즘들과 신약 개발의 새로운 방법론을 밝혀내는 추가적인 기회들을 제공할 것이다.


바이러스에 관한 흥미로운 계산 생물리학 연구. 한 때 나도 바이러스 진화 연구를 하긴 했었지... 요번에는 본문에서 대표적인 그림 두 개를 뽑아 번역하여 수록하였다. (그림을 예쁘게 다듬는 건 너무 힘들어서 포기)

바이러스를 만드는 데 드는 에너지 비용

중요성
바이러스의 에너지 원천은 온전히 그 숙주뿐이다. 많은 수의 실험 연구 덕분에 바이러스가 숙주의 대사 과정을 재구성하고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아직 감염의 에너지 정보는 정량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의 에너지 정보는 바이러스학 내의 더 넓은 진화적/물리학적 질문의 핵심에 놓여 있다. 이 논문에서는 서로 다른 바이러스 경로에 따른 에너지 비용을 계산함으로써, 바이러스 진화의 정량적 예측을 가능하게 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바이러스에게 있어 번역 과정이 바이러스를 만드는 데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한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고, 또한 유전자 부동(genetic drift)이 아니라 선택이 바이러스 지놈에 등장한 새로운 유전 요소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초록
바이러스는 자생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비록 많은 실험 연구로 인해 바이러스가 숙주의 분자 자원을 훔쳐 쓰는 기생체라는 것은 분명해졌지만, 바이러스 합성의 에너지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추산치는 거의 알려진 바 없다. 바이러스가 숙주로부터 훔쳐 쓰는 에너지 비용을 정량화하기 위해, 우리는 T4 바이러스와 독감 바이러스라는, 매우 다른 두 가지 대표적인 DNA와 RNA 바이러스에 대해 이 비용을 추산하였다. 그리하여 이 바이러스들의 경우 바이러스 단백질의 번역 과정이 에너지적으로 가장 비싼 과정임을 알아냈다. 흥미롭게도, T4 파지를 만드는 비용과 독감 바이러스를 만드는 비용은 거의 동일했다. 그러나 독감 바이러스의 더 높은 방출량(burst size) 때문에, T4 파지 감염에 드는 전체 비용은 독감 바이러스 감염에 드는 비용에 비해 2-3% 밖에 되지 않았다. 숙주의 전체 에너지 예산과 비교하여 감염된 숙주가 들여야 하는 감염으로 인한 비용을 계산해 보면, T4 감염은 숙주 에너지 예산의 1/3을 쓰는 반면, 독감 감염은 예산의 1% 밖에 소모하지 않는다. T4에 관한 추산치로부터 우리는 이중나선 DNA 파지의 에너지 비용이 껍질 단백질의 크기에 어떻게 비례하는지를 보였고, 이로써 바이러스를 만드는 데 드는 주된 비용이 임계 크기를 넘어가면 번역 과정에서 유전자 복제 과정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였다. 끝으로, 바이러스의 에너지 비용에 관한 우리의 예측에 기반하여, 우리는 에너지 제한 조건 하에서 바이러스 지놈 상에 새로 등장한 유전 요소에 작용하는 선택과 유전자 부동의 크기를 추산하였다.

그림
1 (왼쪽): T4 파지 감염의 에너지 정보. 바이러스 생산에 필요한 과정의 직접적인 비용과 전체 비용은 아래첨자로 구분할 수 있다(직접적인 비용은 PD, 전체 비용은 PT로 표시). 전사 과정(3번 단계), 번역 과정(4번 단계), 지놈 복제 과정(5번 단계), 지놈 포장(7번 단계)에 필요한 에너지를 표기하였다.
2 (오른쪽): 독감 감염의 에너지 정보. 바이러스 생산에 필요한 직접적인 비용과 전체 비용은 아래첨자로 구분할 수 있다(직접적인 비용은 PD, 전체 비용은 PT로 표시). 바이러스 침투(2, 3번 단계), 세포 내 이동(4, 5, 9번 단계), 전사 과정(6번 단계), 번역 과정(7번 단계), 지놈 복제 과정(8번 단계), 바이러스 방출(10번 단계)에 필요한 에너지를 표기하였다.


수소 원자(H)는 가장 간단한 원자 시스템으로, 원자를 기술하는 물리학이 맞는지 테스트하는 기본 예제이다(<수소로 읽는 현대 과학사> 참조). 그리고 가장 간단한 분자 시스템은 이 수소 원자 두 개가 모여 만들어낸 수소 분자 H2로, 역시 분자를 기술하는 물리학의 초석이 된다. 지난 주 <피지컬 리뷰 에이(Physical Review A)>에 실린 논문에서, 저자들은 이 수소 분자의 에너지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상대론적 보정항을 계산하였다. 아래에 초록과 서론을 번역한다.

수소 분자의 바닥 전자 상태에 대한 상대론적 보정

초록
우리는 수소 분자의 바닥 전자 상태에 관한 상대론적 보정의 선도항(leading term)을 다시 계산한다. 이 계산은 전자간 첨단 조건(interelectronic cusp condition)을 만족하는 명시적 상관 함수(explicitly correlated functions)를 사용한 변분법(variational method)으로 이루어진다. 이 계산 접근법 덕분에 수치상의 정확성을 조절할 수 있었고, 이로써 약 여덟 자리의 유효 숫자를 얻었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 계산된 이론 에너지가 알려진 실험값과 어긋난다는 점으로, 이로써 우리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대론적 반동 보정이 기존의 예상보다 더 클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서론
수소 분자의 이론 연구는 분자 양자역학의 주춧돌이다. 그 단순함 덕분에, 그 정확도는 모든 분자 중에서 가장 정확하게 구해져 있고, 동시에 아직 큰 폭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이 H2의 이론적 예측이 갖고 있는 높은 정확도로 인해 양자 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 QED)의 더 정교한 테스트가 가능해졌고, 가설적인 상호작용의 한계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1. 게다가, 10-7 cm-1의 정확도 단계에서 해리 에너지(dissociation energy)는 양성자의 전하 반지름에 크게 의존하므로, 소위 양성자 반지름 수수께끼(proton radius conundrum)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2. 이는 비상대론적 에너지 뿐 아니라 상대론적 선도 보정항 O(α2), QED 보정항 O(α3), 더 고차의 보정항들인 O(α4)와 O(α5)에 대한 정확한 계산을 필요로 한다. 사실, 비상대론적 에너지는 참고문헌 3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미 10-7 cm-1의 정확도까지 계산할 수 있다. O(α4) 항의 경우 매우 최근에 명시적 상관성 가우스 함수(explicitly correlated Gaussian function; ECG function)에 1 + r12/2 전인자를 포함시켜 전자간 첨단 조건을 정확히 만족시킨 방법(rECG)으로 계산된 바 있다4. 이 논문에서 우리는 rECG 함수를 사용하여 상대론적 선도 보정항 O(α2)을 계산한 결과를 보고하며, 참고문헌 5에 수록된 기존 결과들이 수치상의 불확정성을 너무 작게 추산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우리의 방법으로 수치상의 정확도가 서너 자릿수 향상되는데, 이하에서 우리 계산 방법론을 자세하게 기술한다.


<네이처 화학>은 In Your Element라는 섹션을 운영하여 원소를 하나씩 소개한다. 이번 호에는 바나듐에 대한 소개글이 실렸는데, 흥미있을 것 같아 번역해 보았다. (번역해 놓고 보니 엄청 잘 쓴 글은 아닌 듯...)

브이 포 바나듐

왜 내가 학부 전공으로 화학을 선택했는지는 미스터리로, 심지어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나는 일반적인 원리들은 대충 이해했지만, 산화/환원이니 시스/트랜스니 R/S니 하는 세부 사항이나 그 세부 사항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다루는 부분에 오면, 이 모든 내용이 마치 나에게 오른손을 왼손이랑 구분 못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려고 설계된 것만 같았다. 따라서 이 과목에 그리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연구실에서 처음 만난 (그냥 그 존재를 알았다는 것이 아니라 관련 실험을 해보려 했다는 의미로) 것으로 기억하는 원소 중 하나가 바나듐이다. 내가 들은 무기화학실험 수업의 커리큘럼에는 5가 복합체 VO(acac)2(acac는 아세틸아세톤)를 합성하고 분석하는 시간이 있었고, 거기서 나는 화학이 얼마나 다채로울 수 있는지에 관한 생생한 실례를 보았다.

대부분의 전이 금속처럼, 바나듐은 광범위한 산화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주로 +2에서 +5사이에 분포하지만 -1에서 +5까지의 산화 상태가 모두 존재하고 심지어 드물지만 V(CO)53-의 -3까지도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다양한 전자 전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배위결합 복합체(coordination complex)에서 전자 전이는 금속 이온으로부터 리간드로, 혹은 그 반대로 전하를 전이하는 형태로 일어날 수 있다. 이 과정의 들뜸 에너지가 전자기 스펙트럼의 가시광선 영역에서 일어나기에, 시스템이 빛을 흡수하면 특징적인 강렬한 색깔을 띠게 된다. VO(acac)2의 경우 파란색이다.

(대개 리간드를 더하거나 바꾸는 방법으로) 금속의 산화 상태를 바꾸는 것은 배위결합 환경에 영향을 주고, 이는 해당 금속이 결부되어 있는 전하 전이 과정의 에너지를 바꾸게 되며, 따라서 복합체의 색깔을 바꾼다. 내가 수강한 학부 실험 수업의 나머지 시간은 다양한 환원제를 써서 바나듐의 산화 상태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나는 산화 상태가 변화할 때마다 색깔이 급격히 변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며, 이 경험으로 인해 이 원소의 이름을 바나디스(Vanadis)라는 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훌륭한 결정을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바나디스는 보통 프레비아(Frevia)로 알려져 있는 노르웨이의 여신으로, 아름다움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전이 금속 화합물은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데, 덕분에 색소로 이용되기 알맞다. 이들의 풍성한 산화환원 화학은 또한 생체 시스템에서 쓸모를 발휘한다(광합성에서 마그네슘이 사용되는 것을 생각하라). 산화환원 반응은 또한, 당연하게도 전기화학의 핵심에 위치하고, 바나듐 흐름 배터리(vanadium flow battery)는 전극 대신 액체 전해질 안에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배터리는 V4+/V5+와 V2+/V3+의 황산염 수용액을 이온교환막으로 분리하여 양극과 음극 전해질로 사용한다.

전이 금속은 신기한 물리학과도 연결된다. 이들이 고체 상태로 결합하여 응축물질 물리학자들이 강상관전자계(strongly correlated electron system)라고 부르는 시스템을 만들면 놀라운 성질들이 나타난다.

너무도 많이 쓰여서 인간 역사의 한 시기가 통째로 그 이름을 따라 붙여진 철의 전도성과 강자기성은 고대로부터 사용된 두 가지 중요한 성질이다(예를 들어 자철석으로 만든 나침반 바늘). 1980년대 중반에, 일부 산화구리는 액체 질소로 냉각시킬 때 초전도성을 띤다는 것이 알려졌는데, 이 발견으로 J. Georg Bednorz와 K. Alex Müller는 198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동일한 시기에, 얇은 철-크로뮴 박막이 자기장 하에서 강력한 전기 반응성을 보인다는 것이 알려졌고 (이 효과는 이제 거대 자기저항이라는 용어로 불리는데) 오늘날 사용되는 메모리 저장 기술에 토대가 되었다. (이로써 Albert Fert와 Peter Grünberg는 200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 이 모든 성질들은 각 시스템의 전자들이 배열될 수 있는 다양한 조합에서 기인하며, 이제 재료과학자들은 이 거의 무제한의 집합을 다루기에 점차 능숙해지고 있다.

23번 원소 역시 본질적으로 고체 상태에서 매우 흥미롭고 유용한 성질들을 보인다. 예를 들어 이산화바나듐은 상온 밑으로 냉각될 때 전도 금속에서 비전도 절연체로 바뀌는 산화물의 대표적인 예이다. 실제로, 이 금속-절연체 전이는 압력이나 도핑, 전기장 등의 다양한 외부 매개변수들로 조절할 수 있고, 이는 전자기 저항과 광학 성질에 큰 변화를 불러오므로 VO2는 코팅과 센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

다른 전이 금속 원소들과 마찬가지로, 바나듐의 놀라운 화학적 및 물리학적 성질들은 전부 그 d 전자의 풍성한 거동에서 기인한다. 내가 그 작지만 인상적인 경험을 했던 학부 화학 시절에, 나는 이 강상관전자계가 내가 물리학자로서 연구하는 주제를 차지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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